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습니다 l 열기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패딩조끼ll조회 3662l 1
아무리 마음이 아파도 뒤돌아보지 마세요 | 인스티즈https://m.blog.naver.com/lifeisntcool/220277185788


그리스 신화에서 저승까지 찾아가 아내 에우뤼디케를 구해내는데 성공한 오르페우스에겐 반드시 지켜야 할 금기가 주어집니다. 그건 저승을 다 빠져나갈 때까지 절대로 뒤를 돌아봐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지요. 그러나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속 설명에 따르면 “그녀를 보고 싶은 마음에, 그녀가 포기했을까 두려움에 사로잡혀” 그는 그만 뒤를 돌아보고 맙니다. 이로 인해 아내를 데려오는 일은 결국 마지막 순간에 수포로 돌아가고 말지요.

구약 성서에서 롯의 아내도 그랬습니다. 죄악의 도시 소돔과 고모라가 불로 심판 받을 때 이를 간신히 피해 떠나가다가 신의 명령을 어기고 뒤를 돌아보는 바람에 소금 기둥이 되었으니까요. 금기를 깨고 뒤돌아보았다가 돌이나 소금 기둥이 되는 이야기는 전세계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도 탐욕스런 어느 부자의 집이 물로 심판 받을 때 뒤돌아본 그의 며느리가 바위가 되고 마는 충남 연기의 장자못 전설을 비롯해 조금씩 변형된 형태로 여러 지방에 전해져 내려오니까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치히로 역시 비슷한 상황에 놓입니다.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지는 신들의 나라에서 돼지가 된 부모를 구출해 돌아가던 소녀 치히로는 바깥 세상으로 나가는 통로에 놓인 터널을 지나는 동안 결코 돌아봐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듣는 거지요.

그런데 왜 허다한 이야기들에 이런 ‘돌아보지 말 것’에 대한 금기가 원형(原型)처럼 반복되는 걸까요. 그건 혹시 삶에서 지난했던 한 단계의 마무리는 결국 그 단계를 되짚어 생각하지 않을 때 비로소 완결된다는 것을, 사람들이 경험을 통해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오르페우스처럼, 그리움 때문이든 두려움 때문이든, 지나온 단계를 되돌아볼 때 그 단계의 찌꺼기는 도돌이표처럼 지루하게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게 아니겠습니까. 소금 기둥과 며느리 바위는 그 찌꺼기들이 퇴적해 남긴 과거의 퇴층 같은 게 아닐까요.

류시화 시인은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라는 시에서 “시를 쓴다는 것이/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나였다/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고 했지요. 정해종 시인도 ‘엑스트라’에서 “그냥 지나가야 한다/말 걸지 말고/뒤돌아보지 말고/모든 필연을/우연으로 가장해야 한다”고 했구요.

그런데 의미심장한 것은 치히로가 그 힘든 모험을 마치고 빠져 나오는 통로가 다리가 아닌 터널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두 개의 공간을 연결하는 통로엔 다리와 터널이 있겠지요. 다리는 텅 빈 공간에 ‘놓는’ 것이라면, 터널은 (이미 흙이나 암반으로) 꽉 차 있는 공간을 ‘뚫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리가 ‘더하기의 통로’라면 터널은 ‘빼기의 통로’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결국 삶의 단계들을 지날 때 중요한 것은 얻어낸 것들을 어떻게 한껏 지고 나가느냐가 아니라, 삭제해야 할 것들을 어떻게 훌훌 털어내느냐,인지도 모릅니다. 이제 막 어른이 되기 시작하는 초입을 터널로 지나면서 치히로는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을 몸으로 익히면서 욕망과 집착을 조금 덜어내는 법을 배웠겠지요.

박흥식 감독의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사랑이 잘 풀리지 않을 무렵, 윤주는 봉수를 등지고 계단을 오르면서 “뒤돌아보지 마라. 뒤돌아보면 돌이 된다”고 되뇌지만 결국 뒤를 돌아 보지요. 그러나 그렇게 해서 쓸쓸히 확인한 것은 봉수의 부재(不在) 뿐이었습니다.

아무리 마음이 아파도 뒤돌아보지 마세요. 정말로 뒤돌아보고 싶다면 터널을 완전히 벗어난 뒤에야 돌아서서 보세요. 치히로가 마침내 부모와 함께 새로운 삶의 단계로 발을 디딜 수 있었던 것은 터널을 통과한 뒤에야 표정 없는 얼굴로 그렇게 뒤돌아본 이후가 아니었던가요.

추천  1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이슈·소식 옆 부서 막내가 퇴사한다는데 이유땜에 뒷말 나옴309 MINTTY8:00106394 28
유머·감동 이민용의 찐사랑 신지였다 vs 서민정이었다189 Jeddd11:5653517 3
이슈·소식 "신규교사 한 달 월급 227만원…최저임금과 1천여원 차이"188 언더캐이지11:0353842 9
유머·감동 30년 전 초등학생 소풍 간식.jpg144 위례신다도시14:0937406 9
이슈·소식 중3여아 성호르몬 억제주사 중단해야 할까요83 더보이즈 영13:0456285 1
일본 도쿄돔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는 명물2 칼굯 07.09 22:34 3155 0
진짜 행복하게 밥먹는 유재석 일만사 먹방 모음.gif1 알라뷰석매튜 07.09 22:31 2258 0
인터넷 설치하러 왔는데 고객이 부엌칼을 집어든다9 311344_return 07.09 22:28 9054 1
검은고양이.manhwa 칼굯 07.09 22:22 1083 0
스포티파이 DEBUT USA & GLOBAL 차트에 오른 국내앨범 미미다 07.09 22:19 209 0
이런 건 레트로 안 해도 되는데요 레츠게리따피 07.09 22:19 1864 0
'쌍방울 대북송금' 검사 등 4명 탄핵 추진"검사 테러" 반발2 우물밖 여고 07.09 22:19 375 0
이승기, 94억 주고 장충동 187평 땅 샀다1 임팩트FBI 07.09 22:17 1559 0
실시간 서울에 어김없이 나타난 벌레.........jpg2 디귿 07.09 22:15 3250 0
한끼 음식양이 너무 많은거 싫고 정갈한게 좋은 달글1 공개매수 07.09 22:12 3068 0
촉이 엄청 좋았던 택시기사님16 사랑을먹고자 07.09 22:12 7993 15
GS25 컵라면 매출 1위.....JPG145 ♡김태형♡ 07.09 22:12 122148 3
왜 중국인은 세계를 정복하지 못했을까? 칼굯 07.09 22:10 1279 0
레드벨벳 팬으로 유명한 러비 출신 아이돌 모음 김미미깅 07.09 22:05 702 0
콘서트장에서 땀에 젖은 고자극 차은우.jpg drop top 07.09 22:01 1530 2
아이를 학대한 부모의 결말 칼굯 07.09 22:00 3419 0
대통령실 "겨우 서울아파트 한채 물려받는데 현행 상속세는 과도해"4 친밀한이방인 07.09 21:57 2996 0
나올때마다 반응 좋은 펩시 역대 콜라보곡 모음.jpg 철수와미애 07.09 21:55 325 0
햇반 그릇 재활용 불가능해...jpg16 백구영쌤 07.09 21:51 12026 5
킹덤 시절 비주얼로 짤생겼던 작곡가 근황.gif 바스켓 07.09 21:48 1877 0
전체 인기글 l 안내
7/13 19:56 ~ 7/13 19:58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