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무기 현대화'를 위해 중국에 파견돼 자금을 관리하던 총책임자가 지난달 3000만 달러(약 415억원) 가량을 빼돌려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무기 현대화를 목적으로 조성한 1억 달러 비자금 중 30%에 달하는 자금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은 적성국가의 불법자금을 인정하지 않는 만큼 관련 인사가 최근 한국에 들어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군 보위국 소속 고위인사가 지난달 11일쯤 중국 베이징에서 무기 현대화 비자금 3000만 달러를 빼돌려 도주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인사는 무기 현대화를 목적으로 중국에서 CNC(컴퓨터 수치제어) 공작기계 등을 들여오는 임무를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액의 비자금을 관리해야 하는 특성상 김정은 정권의 핵심 간부로 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사정에 밝은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 정권의 특명을 받고 중국에서 정밀 공작기계 등 군수물자를 밀수해 오는 자금 총책이 도망간 것"이라며 "북한군 자체 무기 현대화 필요성도 있고 무엇보다 러시아에 무기 공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국에 막대한 자금을 들였다가 벌어진 일이어서 내부 동요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인사가 거액을 현금으로 가지고 나왔는지 계좌에 입금해 빼돌렸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거액의 돈을 들고 달아난 점으로 볼 때 중국 내 도주 파트너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 돈으로 400억원 이상의 돈을 가지고 도주한 전례는 2016년 7월 북한군 인민무력부 소속 소장이 450억원 가량의 거액을 가지고 가족 2명과 동반 탈북한 게 사실상 유일하다.
이번에 도주한 인사가 소속된 북한군 보위국은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과 함께 북한의 3대 정보·사찰기관 중 하나로 군을 정치적으로 감시하는 기관이다. 북한 내 최대 권력기관 중 하나로 도주한 인사는 평양으로부터 살해 위협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크다. 신변 안전 보장을 받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거나 제3국 망명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국가정보원은 "탈북민 관련 정보사항은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비자금 횡령이나 금전 사고가 발생해 평양의 문책 소환 가능성이 있어 탈출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고위층으로선 거액을 들고 한국으로 올 경우 평양으로부터 살해 위협에 시달릴 수 있어 신변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미국 등 제3국행을 추진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https://naver.me/5YFY4R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