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845610?sid=102
김씨는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어제 새벽에 나가보니까 사람이 지나다니지 못할 정도로 (도로가) 강물이 됐다”며 “1987년에도 큰비가 왔는데, 그건 게임이 안 될 정도였다”고 했다. 그래도 대전 시내에 사는 김씨는 ‘잠을 못 잘 정도로 시끄럽게 비가 온다’고 생각했을 뿐,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그때 형수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대피했는데 어머니가 안 보인다. 연락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바로 어머니가 사는 정뱅이 마을로 향했다. 그는 “둑이 터져서 물이 동네로 유입되고 있었는데, 민물인데도 그 물이 태평양에서 밀려오듯 파도가 쳤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 둑에서 어머니 집이 보이는데, 처마 밑까지 물이 차서 ‘살려달라’고 하는 어머니 목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김씨는 물살을 뚫고 수영해서 어머니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도착하고 보니 어머니 옆집이었다고 한다. 그곳에서도 미처 대피하지 못한 아주머니가 목까지 물에 잠긴 채 기둥을 잡고 있었다. 김씨는 떠 있는 수레를 발견하고 이를 이용해 아주머니를 지붕 위에 올려놓고, 어머니에게 향했다.
김씨는 “어머니가 처마 끝 기둥을 잡고 목만 내놓고 버티고 계셨다”며 “내가 가니까 ‘너 죽는다. 오지 말라’고 하셨다”고 했다. 이야기하던 김씨는 “오지 말라고. 너 죽는다고”라며 어머니가 했던 말을 되뇌며 울음을 터트렸다.
김씨는 울먹이며 상황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지붕을 타고 넘어갔다”며 “어머니 집 담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물속에 잠긴) 담을 잡고 발을 지탱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를 당기려고 하니까 기운이 빠져서 (지붕에) 못 올리겠더라”고 했다.
그때 다른 집의 소파가 떠내려왔다고 한다. 김씨는 “소파를 이용해 지붕 위로 어머니를 올렸다”며 “자꾸 미끄러지는 옆집 아주머니에게 ‘조금만 버티라’고 말하는 순간 119구조대가 보트를 타고 왔다”고 했다.
김씨는 “어머니와 옆집 아주머니를 대피시키고 보니까 두 분이 목 내밀고 있던 공간이 10분 사이에 완전히 다 잠겨버렸다”며 “10분만 늦었더라도 돌아가셨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