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전례 없는 중징계를 반복해 방송사들이 소송을 제기하며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소송 비용이 10년 새 최고액을 기록한 가운데 방통위가 방심위 제재 소송을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 출신이자 대통령실 전 행정관인 권오현 변호사에 맡긴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사 줄소송이 예고된 상황에서 대통령 측근에 세금이 쓰이는 사건을 몰아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통위로부터 받은 '방통위 소송비용 자료'를 미디어오늘이 분석한 결과 방심위 제재 및 제재조치 처분과 관련한 소송 3건을 권오현 변호사(법무법인 도우화산)가 수임했다. 소송 비용은 건당 990만 원으로 총 2970만 원이다. 3건 모두 MBC 방송 제재처분 취소 소송이다.
권오현 변호사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 이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을 역임하다 사임한 뒤 서울 중구 성동갑에 22대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윤희숙 전 의원이 같은 지역구에 출마하고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이 윤 전 의원을 두둔하자 “윤 전 의원을 내리꽂는 것처럼 보인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한 바 있다. 결국 권 변호사는 공천을 받지 못해 윤-한 갈등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권 변호사는 지난 20일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
상대적으로 방송 관련 소송 경력이 적은 법무법인의 권오현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하자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 때문에 소송을 맡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방송 전문 변호사는 “누가 (권 변호사에) 시키라고 하지 않았겠나. 아무래도 아는 사람 위주로 돌아가게 된다”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제재도 있어 앞으로 남은 소송이 30개가 넘을 수도 있다. 요즘 변호사들 다 힘든 데 그걸 몰아준다면 누군가가 일종의 이익을 준 거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 5월14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통위로부터 받은 최근 10년 방통위 법정 제재 처분 취소 소송 비용' 자료를 보면 방통위는 지난 1월1일부터 지난달 19일까지 제기된 11건의 소송에 대해 총 1억3970만 원의 소송 비용을 사용했다. 최근 10년간 방통위가 지불한 소송 비용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형식상 민간기구인 방심위가 결정한 제재를 실제 집행하는 주체는 방통위로 처분 취소 소송 대상도 방통위가 된다.
22대 총선 선방심의위가 방송사에 내린 법정제재 30건 중 29건에 방송사들이 재심을 요구해 소송 비용은 추후 더 높아질 전망이다.
권오현 변호사는 대통령과 친분으로 사건을 맡게 된 것 아니냐는 미디어오늘 질의에 “21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으로 활동했던 것이 도움이 된 걸로 알고 있다. 전문성이 있어서 하는 건데 법인명이 생소하다고 그렇게 보는 건 불쾌하다”고 답했다.
민형배 의원은 미디어오늘에 “윤석열 정부의 비판언론 길들이기가 얼마나 무리한지 단적으로 입증된 사례”라며 “혈세 낭비까지 이어진 언론장악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22대 국회 개원하면 해당 상임위에서 계약 적정성 등을 살펴 권 변호사 수임 취소 혹은 관련자 징계까지 검토해야 할 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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