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라지역 한 아파트에서 480여가구에 피해를 입힌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가 중국의 '푸넝커지'(孚能科技·패러시스) 배터리를 장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중국의 닝더스다이(CATL)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토교통부 사고 조사 과정에서 이와 같이 밝혀졌다.
5일 국토부 등 정부 부처에 따르면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화재가 발생한 벤츠의 전기차 'EQE 350'은 패러시스의 88.8㎾h 용량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탑재했다. 앞서 이번 화재 차량에 탑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던 CATL의 NCM배터리는 벤츠의 EQS 모델에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아직까지 화재 사고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어떤 업체의 배터리가 탑재된 것인지 확인해주기 곤란하다"며 "다만 CATL 배터리를 탑재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패러시스는 중국 내에서도 품질 결함으로 유명하다. 2021년 중국 베이징의 국유 자동차 기업인 '베이징기차'(BAIC)는 패러시스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EX360, EU400 등 3만1963대를 리콜했다. 리콜 원인은 배터리 시스템 밀도 차이로 특정 환경에서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당시 리콜 비용 5000만 위안(약 90억원)을 모두 부담했다. 이후에도 각종 배터리 품질 문제를 겪으면서 적자폭이 커졌고, 지난해 12월엔 중국 광저우의 국영회사 '광저우공공관리그룹'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전문가들은 이번 EQE 화재도 패러시스의 배터리 결함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실제 이번 인천 청라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한 차량도 미국 화재 사고와 비슷한 모습이다. 지난 7월 29일 오후 7시 16분께 주차했고, 8월 1일 오전 6시 15분 쯤 불이 났다. 59시간 가량 운행 없이 주차만 돼 있던 차량에서 배터리 열폭주가 원인으로 의심되는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또 이번 화재 차량은 지난해 12월, 올 7월 두 차례 배터리 관련 결함으로 리콜을 진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