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어요 l 열기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알케이ll조회 1589l 1

고슴도ㅊl의 습격

 

 

안녕 여시들!!

개인적으로 교양 쌓아보려고 고등학교 문학 공부 하다가

너무 와닿아서 가지고 와본 글이야

 

 

 

오정희 作 옛 우물 (1994)

 

 

주인공은 성공한 남편, 성실한 아들을 두고 있는 사십 대 중반의 여성이야

불과 몇 년 전 까지만해도 우리 사회에서도 누구나 괜찮은 삶 취급했던 여성의 삶이라고 생각해

 

그런 주인공이 일상 속에서 자아를 찾지 못하는 심리 상태를 드러내는 지문이야

약 30년 전 작품인 것을 고려하면 오정희 작가님이 대단하신 것 같아

 

 

 

 한 사람의 생애에 있어서 사십오 년이란 무엇일까. 부자도 가난뱅이도 될 수 있고 대통령도 마술사도 될 수 있는 시간일뿐더러 이미 죽어서 물과 불과 먼지와 바람으로 흩어져 산하에 분분히 내리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나는 창세기 이래 진화의 표본을 찾아 적도 밑 일천 킬로미터의 바다를 건너 갈라파고스 제도로 갈 수도, 아프리카에 가서 사랑의 의술을 펼칠 수도 있었으리라. 무인도의 로빈슨 크루소도,광야의 선지자도 될 수 있었으리라. 피는 꽃과 지는 잎의 섭리를 노래하는 근사한 한 권의 책을 쓸 수도 있었을 테고 맨발로 춤추는 풀밭의 무희도 될 수 있었으리라. 질량 불변의 법칙과 영혼의 문제, 환생과 윤회에 대한 책을 쓸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납과 쇠를 금으로 만드는 연금술사도 될 수 있었고 밤하늘의 별을 보고 나의 가야 할 바를 알았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지금 작은 지방 도시에서, 만성적인 편두통과 임신 중의 변비로 인한 치질에 시달리는 중년의 주부로 살아가고 있다. 유행하는 시와 에세이를 읽고 티브이의 뉴스를 보고 보수적인 것과 진보적인 것으로 알려진 두 가지의 일간지를 동시에 구독해 읽는 것으로 세상을 보는 창구로 삼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아들의 학교 자모회에 참석하고 일주일에 두번 장을 보고 똑같은 거리와 골목을 지나 일주일에 한 번 쑥탕에 가고 매주 목요일 재활 센터에서 지체 부자유자들의 물리 치료를 돕는 자원 봉사의 일을 하고 있다. 잦은 일은 아니지만 이름난 악단이나 연주자의 순회공연이 있을 때면 남편과 함께 성장을 하고 밤 외출을 하기도 한다.

 

 갈라파고스를 떠올린 것도 엊그제, 벌써 한 주일 이상이나 화재가 계속되어 희귀 생물의 희생이 걱정된다는 티브이 뉴스에 비친 광경이 의식의 표면에 남긴 잔상 같은 것일 테고 더 먼저는 아들이, 자신이 사용하는 물건들에 붙여 놓은, ‘도도’라는 말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도도]가 무엇인가를 묻자 아들은 4백 년 전에 사라진, 나는 기능을 잃어 멸종된 새였다고 말했었다. 누구나 젊은 한 시절 자신을 전설 속의, 멸종된 종으로 여기지 않겠는가. 관습과 제도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두려움과 항거를 그렇게 나타내지 않겠는가.

 

 

 

 

 

나도 이 소설을 끝까지 본건 아니라서 이 책 자체에 대한 평가는 할 수 없지만

이 지문만 봤을 때에는 우리 어머니 세대를 비롯하여

'성공적인'삶 취급받던 그들도 자아 실현의 욕구가 있었으나 스스로 뭉개지는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되고

나 또한 내가 정말 원했던 삶은 무엇이었을까 고민보게 되더라고

 

이 글을 읽어준 여시들도 한번쯤은 되돌아보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추천  1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혹시 지금 한국이 아니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팁·추천 2024 패션 유투버 812만원 짜리 착장110 쿵쾅맨10:5767473 1
이슈·소식 가독성 따위는 없는 뉴진스 미감.JPG200 우우아아11:5764890 26
이슈·소식 초대형 어항 폭발사건 판결96 마유10:0367426 0
이슈·소식 현재 캐리어 시장 진출선언한 케이스티파이.JPG88 우우아아10:2161909 1
유머·감동 아이돌 엄마가 전문직 팬뽑아다가 김장시키고 김치안줌 일명 며느리듀스155 He13:3054580 9
한국에서 출산율만큼 심각한데 원인 분석은 여러가지라는 그것3 색지 10.16 02:30 4854 0
세븐틴 민규 인스타 업데이트 우물밖 여고생 10.16 02:27 1659 3
내 여자 잘 부탁하고 울리지마 진짜, 빨리 어린이집 동창회 하자고 ㅇㅋ?1 wjjdk.. 10.16 02:25 1255 0
30살 기본급 180, 드디어 집 샀다2 WD40 10.16 02:25 4547 0
정말 내 스타일로 연기한다 싶은 여자 배우 적고가는 달글2 편의점 붕어 10.16 02:23 492 0
홈캠 발견하면 냅다 패러오는 강아지2 픽업더트럭 10.16 02:21 3330 0
부처님 품에 안겨 잠든 고양이들 알케이 10.16 02:21 615 0
어쩐지 연두 짱맛이더라28 인어겅듀 10.16 02:20 12493 36
처음으로 내한하는 노래방 일본곡 1순위 가수 미미다 10.16 02:05 742 0
목줄 안하고 개랑 다니던 사람.gif4 김규년 10.16 01:56 2327 0
박위송지은결혼식 양가부모님표정290 하품하는햄스터 10.16 01:56 177787 20
2대째 운영중인 천원 백반집1 캐리와 장난감.. 10.16 01:56 1120 0
냉장고를 부탁해 손님대접2 無地태 10.16 01:54 1039 0
대학가서 30분 간격으로 성폭행 시도한 20대 남성2 꾸쭈꾸쭈 10.16 01:54 1711 0
흑백게이 준비 중이라는 홍석천 ㅋㅋㅋㅋㅋㅋ1 31132.. 10.16 01:51 6403 0
보쌈에 순두부 시켰는데 당황스럽다.jpg3 이차함수 10.16 01:50 10159 0
8년차 교사가 느끼는 요즘 고등학생들 특징.blind169 호롤로롤롤 10.16 01:49 65350 10
에르메스 구입후 박스까지 모아둔 사람4 굿데이_희진 10.16 01:49 8337 1
짝 돌싱특집 14세 아들과 통화하는 엄마3 킹s맨 10.16 01:48 2446 1
고양이 찐이와 할머니4 비비의주인 10.16 01:36 1835 1
전체 인기글 l 안내
11/18 21:00 ~ 11/18 21:02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유머·감동 인기글 l 안내
11/18 21:00 ~ 11/18 21:02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