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vital)과의 또다른 이름은 '기피과'입니다. 일은 힘들고 근무시간은 길고 의료 수가는 낮고 소송 리스크는 크기 때문인데요, 기피과(소아과) × 기피과(흉부외과)가 중첩되는 ‘소아흉부외과’는 그야말로 대표적인 기피과입니다.
소아흉부외과는 왜 '기피과'가 되었을까?
일단 소아심장수술이 성인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성인 심장수술은 판막, 관상동맥, 대동맥 등으로 정형화돼 있지만 소아 심장병은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고 기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몸무게가 1~3kg 밖에 되지 않는 미숙아, 신생아는 심장이 굉장히 작아 섬세하게 다뤄야하기 때문에 수술 인력이 더 필요하고 최첨단의료장비를 사용해야하지만 의료수가는 늘 원가 이하로 책정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정부가, 심평원이 기본적으로 의사는 도둑놈이고, 사기꾼이고, 과잉진료한다고 보는 거죠. 아니 에크모 안 써도 되는데 쓰는 의사가 어디 있습니까? 에크모는 병원마다 몇 대 없어서 함부로 사용할 수가 없어요. 위급한 환자가 아닌데 진료비 많이 청구하려고 쓴다면 정말 에크모가 필요한 환자가 죽을 수 있습니다. 어느 의사가 그런 짓을 한다는 말입니까?
제가 하는 수술의 50%는 수술료가 없어요. 심장수술을 하려면 전문의 3명, 전공의 2명, 간호사, 체외순환사 등 14명 이상이 필요합니다. 심평원이 삭감한 수술수가는 인건비도 안 되는 거죠. 재료비도 인정 안 하는 게 많고‥수술비는 수십 년 전 그대로‥싸요,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싸요."
김 교수는 오늘도 심평원의 수술비 삭감에 이의서를 썼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어린 생명 살려보겠다고 수술하는 제가 보험 사기꾼입니까? 뭘 위해 사기를 치죠? 어디서부터 잘못 됐는지‥필수의료의 현실이 이런데 의사 수 늘린다고 해결됩니까?"
소아흉부외과는 병원 내에서 천덕꾸러기 신세입니다.
"교수님 고생하시는 건 아는데 수술하지 마세요. 수술하면 할수록 적자니까‥" 직원들에게 이런 말을 듣는 건 다반사. 심지어 서울대병원의 다른 과 교수도 "서울대병원 발전의 암적인 존재는 어린이 병원이다. 매년 수백억 원의 적자를 내는 어린이병원 때문에 서울대병원이 발전을 못하고 있다"는 발언을 회의에서 대놓고 한다고 합니다.
"나쁘다고 욕할 수가 없어요, 돌릴수록 적자인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어떡해요. 말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의사가 대신 싸워주고 지켜줘야죠." 김 교수는 담담하게 말합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214/0001369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