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vital)과의 또다른 이름은 '기피과'입니다. 일은 힘들고 근무시간은 길고 의료 수가는 낮고 소송 리스크는 크기 때문인데요, 기피과(소아과) × 기피과(흉부외과)가 중첩되는 ‘소아흉부외과’는 그야말로 대표적인 기피과입니다.
체중이 1kg 정도인 미숙아의 심장 크기는 가로 세로 3cm 남짓. 이 작디 작은 심장을 잠시 멈추고 저체온 상태에서 치료한 뒤 다시 심장을 뛰게 하는 고난도의 수술을 독립적으로 해낼 수 있는 소아흉부외과 의사는 전국을 통틀어 8명 밖에 없습니다.
흉부외과를 지원하는 전공의도 1년에 몇 명 되지 않는데다, 그 전공의 자격증을 딴 뒤 다시 2년간 어린이 심장을 세부전공으로 하는 펠로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소아흉부외과' 전문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뒤가 더 어렵습니다.
간신히 명맥을 유지해오던 서울대도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은 소아흉부외과 전문의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가, 올해 2명이 지원했다고 합니다.
30년 간 서울대병원의 소아심장수술실을 지켜온 김웅한 교수는 "아 이제는 정말 끝이구나, 다음 세대는 없구나 생각한 순간에 소아흉부를 전공하겠다고 지원한 후배들이 너무 소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합니다.
김 교수는 "저는 옛날 사람입니다. 의사는 공공재라고 생각하는‥소명의식으로 해왔지만 후배들에게 이 길을 걸으라고 권유할 수는 없거든요. 정말 평생 외롭고 힘든데, 이런 과를 하라고 해도 될까‥걱정이 앞서는 게 솔직한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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