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천상지희 출신 스테파니(김보경)는 장안의 재주꾼은 다 모인 SM엔터테인먼트 내에서도 알아주는 댄스 퍼포머였다. 데뷔하고도 소녀시대 멤버를 포함한 연습생들을 가르칠 정도로 ‘춤 하면 스테파니’였다.
“예능 프로그램 〈X맨> 기억나죠? 당시 스타들의 댄스 신고식 안무 거의 제가 짰잖아요.”
‘춤신춤왕’이 그의 작품이었다니. 스테파니의 이야기에는 새록새록 추억이 담겨 있다. 미국과 한국을 바삐 오가는 그의 가방 속에는 과거, 현재 그리고 그가 꿈꾸는 미래가 담겨 있다.
다섯 살 때부터 발레를 익힌 천생 춤꾼은 ‘천무(天舞) 스테파니’로 데뷔했다.
여성 4인조 그룹 천상지희는 내년이면 데뷔 20주년을 맞는다. 초창기 멤버들의 활동명에는 상미, 희열, 지성 등의 수식이 붙어 ‘동방신기 여성판’으로 불리기도 했다. 다섯 살 때부터 발레를 익힌 천생 춤꾼은 ‘천무(天舞) 스테파니’로 데뷔했다.
천상지희 멤버들은 현재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린아와 선데이는 뮤지컬 배우로, 다나는 배우와 방송인으로 왕성한 활동 중이다. 워낙 노래, 퍼포먼스가 완벽했던 ‘오각형 아이돌’이었던 만큼 그들의 완전체 무대를 다시 보고 싶다는 K팝 마니아가 많다. 최근 그룹 오아시스의 재결합 소식이 전해지자, “오아시스도 재결합하는데 천상지희는 재결합 안 하냐, 싸운 사람 있으면 화해하라”는 김도훈 영화평론가의 소셜미디어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재결합을 추진해보자는 의견이 올해 초에 저희 멤버 단톡방에서 나왔어요. 내년이 데뷔 20주년이기도 하고요. 재결합에 대해 다들 긍정적인 분위기였지만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랜 팬들이 있는 만큼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면 안 되니까요.”
스테파니가 미국 LA에 있는 집에서 근황과 자신의 가방을 공개했다. 그는 평소 가방만 두 개 이상 들고 다니는 ‘보부상’이다. 최소한으로 줄여서 공개한 것이 이 정도 양이다.
웃음이 많은 사람이지만, ‘무대’에 관한 한 엄격한 기준을 고수한다. Mnet 〈아이돌 학교>의 시청자라면 아이돌 지망생들의 댄스 트레이너로 출연한 스테파니의 저력을 기억할 것이다.
연성대학교 K팝과의 교수로도 활동 중인 그에게는 큰 목표가 있다. 발레리나 30년 차, 아이돌 20년 차 그리고 교사 10년 차…. 자신의 노하우를 살려 K팝 인재를 발굴하고 직접 가르쳐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정통 발레와 대중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동시에 해온 걸 보면 저는 운이 참 좋았어요. 그러나 두 분야에서 모두 실력을 인정받아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죠. 한때 무대에 오르는 것이 마치 단두대로 향하는 것같이 힘든 날도 있었어요. 모든 문화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요즘 이제는 숙명처럼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됐어요.”
스테파니는 발레 훈련법 중 하나인 체케티의 USA 국제심사위원장 실비아 팔머를 사사한 체케티 메소드 전수자다. 메소드 티칭 자격증도 땄다. 또한 그는 자신이 배운 메소드의 이론을 담은 한국어 교본 출간도 앞두고 있다.
여전히 현역 발레리나로 활동하고 있는 그와는 뗄 수 없는 필수품, 발레 관련 용품들이 많다.
스테파니는 2009년에 입단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발레단 소속의 현역이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발레리나의 분투는 그의 가방 속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먼저 발레슈즈와 레오타드(발레복), 워머, 발가락 테이프는 매일 사용하는, 그와는 뗄 수 없는 필수품이다.
“아침을 먹지 않은 채로 1시간 반 동안 발레 연습을 해요. 일종의 간헐적 단식이지요. 대신 부상은 늘 대비해요. 토슈즈를 신기 전에 발가락 테이프로 붕대처럼 감아 부상을 방지하고요. 아무리 프로 무용수라고 해도 부분적으로 몸이 안 풀리는 곳들이 있어요. 무릎, 발목, 고관절 같은 곳이죠. 그런 부위는 워머로 여름에도 따뜻하게 감싸고 준비운동을 제대로 해야 다치지 않아요.”
위장약은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인 가수 옥주현이 선물한 비상약이다. 소화가 되지 않은 채로 무대에 오르면 노래할 때 신물이 올라오고 목이 쉴 수 있어 위장약을 사전에 먹어둔다. 진통제도 늘 챙겨야 한다. K팝 아이돌로, 발레리나로 오랜 기간 지내온 그에게 근육통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아이돌 활동 때는 하루에 보통 5~6알을 먹었어요. 지금은 좀 줄였고요. 건강하게 일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사실 저는 버티면서 살아왔다는 표현이 맞아요. 커리어를 이루려면 포기할 수밖에 없는 한 가지는 있게 마련이니까요.”
그 외에도 간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밀크시슬, 종합 영양제, 발포 비타민제 등 다양한 보충제가 그의 가방에서 나왔다. 그와 팬클럽 이름이 각인된 펜은 늘 소중하게 여긴다. 보통 발라드 가수들은 무대에서 가사를 잊더라도 프롬프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격렬하게 춤을 추는 가수들은 가사를 완벽하게 외워야 실수가 없다. 스테파니가 가사를 적어가며 외우는 걸 아는 팬들이 선물한 펜이다.
“줄자를 몸에 지닌 채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다 보니 공항 검색대에 걸려서 애먹은 적이 있어요. 제 아카데미에 어떤 인재들이 올까 생각하니 힘든 줄 모르고 준비하고 있어요. 제가 쌓아온 모든 것을 그곳에 쏟아붓고 싶어요.”
스테파니는 오는 12월 인천 송도에 발레&K팝 아카데미 에이전시 ‘콜펜’을 개관한다. 인테리어를 위해 줄자를 가방 속에 늘 가지고 다니는 이유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319608?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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