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자만 처벌' 스웨덴식 노르딕 모델... 캐나다·프랑스 등 확장세
해외 반성매매 기관, 성구매자 분석 및 수요차단 캠페인 등 펼쳐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성 구매자는 여성을 하나의 물건으로 이용하는데 이는 평등한 사회에서는 용인될 수 없다. 따라서 책임을 구매자에게 부과했다. 또 스웨덴 정부는 성매매를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의 한 형태임을 공식 인정했다. 이 주장은 수요가 없으면 공급도 없다는 것이다.” - (2017 스웨덴 피해자 지원기관 탈리타)
스웨덴은 1999년 세계 최초로 성구매금지법을 제정해 성 구매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일명 '노르딕 모델'로 불리는 이 법안은 성 구매자만을 처벌하고 성매매 여성은 비범죄화한다. 현재는 노르웨이와 캐나다,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북아일랜드, 프랑스, 이스라엘 등도 노르딕 모델을 도입했다.
캐나다는 2014년 ‘지역사회 및 착취된 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성 착취와 인신매매를 유발하는 성 구매 수요를 줄이는 것에 집중했다. 2015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2년에 걸쳐 성 구매자 438명을 체포했다.
최근 국내에선 성 구매 후기 포털 등이 활성화되며 성매매가 양지로 올라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매매 단속·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뜨거운 가운데 성매매 수요 근절을 위해 해외 우수 정책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스웨덴과 프랑스, 미국, 영국 등 13개국 18개 기관이 보내온 기고문의 주요 내용을 묶어 ‘성매매 근절 및 피해자 보호 국외 유관기관 우수정책사례집’을 냈다고 30일 밝혔다.
사례집에는 △성매매에 내재된 폭력성 △성구매자만을 처벌하는 ‘노르딕 모델’ 도입 △성구매자 분석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 강화 △성매매 수요 차단을 위한 캠페인 활동 △성착취 생존자의 목소리 △협력과 연대 등 총 7가지 주제로 구성된 내용이 담겼다.
미국 ‘성 착취 근절을 위한 시카고 연합’은 성매매 후기 웹사이트를 분석해 성 구매자들이 성매매에 대해 취하는 태도를 분석했다. 단체에 따르면 남성들은 사이트에서 형제애를 구축함으로써 성 구매에 대한 정당화를 강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성매매 여성들이 제공하는 친밀함을 통해 환상을 공유하고 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기도 한다.
즉 성매매 후기 웹사이트는 성 구매를 자랑하고 공유하는 곳이며, 성 구매자들은 인신매매 피해자일 가능성 등 성매매 여성들이 처한 환경과 조건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는 성매매 문제를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 주목하는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에서는 ‘천국의 여성들’이라는 캠페인 활동을 통해 성 구매자들에게 충격요법을 사용했다. 성매수 남성들이 가짜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면 “그 여성은 이미 다른 성매수남에 의해 살해됐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성매매의 현실을 인식시키는 식이다.
이 캠페인은 가짜 웹사이트를 이용해 성구매자와 포주들에 의해 살해됐거나 심각한 상해를 입은 실제 성매매 여성을 광고했다. 프랑스에 노르딕 모델이 도입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성착취예방센터(NCOSE)는 ‘유해한 12기관 목록’을 공표하는 캠페인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 2013년 처음 시작된 이 캠페인은 음란물과 성매매, 성 착취 인신매매 등을 정상적인 것으로 만드는데 중대한 영향을 끼친 기업과 조직 목록을 공개하는 식이다. 지난해엔 아마존과 유튜브, 트위터, 스냅챗 등이 이름을 올렸다.
성 착취에 기여한 주류 기업과 기관을 지목해 수치심을 안기는 방식으로 고안됐다. 기관의 어떠한 정책이 성적 폐해를 조장하는지 알리고 해당 기관의 임원들을 교육시키고자 하는 목적이다.
아일랜드의 반성매매 기관인 루하마는 성매매 생존자들의 증언과 활동을 통해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경험을 외부로 전달했다. 이는 지난 2017년 아일랜드에 노르딕 모델이 적용된 성범죄법을 통과시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변혜정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은 “성매매 수요를 차단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시민사회 목소리가 높았지만 성매매는 온라인 플랫폼과 만나며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성매매 근절을 위한 성매매 수요 차단 등 국외 우수사례 발굴을 통해 국내 정책 등에 활용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