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0번_제보
대한민국에서 페미니즘이 도태될 수 있는가?
페미니즘의 백래시는 언제, 어떠할 때 일어나는가? 그것은 바로 여성들이 안티페미니즘 정서를 내면화할 때이다. 2015년 페미니즘이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을 때 페이스북에서 심심치않게 페미니즘에 대한 적개감을 드러내는 여성들을 볼 수 있었다. 주변 남성들에게 자신이 '그렇고 그런 여자'가 아님을 증명하고 싶었건, 미러링에 거부감을 느꼈건 당시 여성들 중 꽤나 많은 이들이 페미니즘 이슈를 자신과는 상관 없는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6년의 시간이 흐른 2021년,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페미니즘을 강화하고 재생산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안티페미니스트 남성들이다. 이들이 엄지와 검지의 손모양을 남성혐오로 낙인찍고 검열하고, 1020 여성들에게 한국 남성과의 연애 환상을 심어주는 웹툰에 x라며 테러를 가할 동안 여성들은 이미 어떤 이질감을 느낀 것이다. 여성혐오로 불리는 사건들과 소위 남성혐오라고 일컬어지는 사건들 사이의 괴리감을 느꼈다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여성들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살해하고, 자신과 만나주지 않는다며 일가족을 살해하고, 수많은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는 가운데 이들은 굳이 페미니즘이라는 거창한 이름표를 달지 않더라도 사회 내에서 여성들이 마주하는 어떠한 현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남성상사에게 성폭력을 당하고 자살한 군간부 뉴스가 흘러나오는 한편에서 어떠한 제도적 논의 없이 무조건적으로 여성징병제를 요구한다. 여개개인의 경험은 일반화되기 힘들더라도 개인의 경험이 반복되고 누적되면 그것은 사회현상이 된다. 이들이 자신의 프로필사진에 girls can do anything을 도배하거나 82년생 김지영 인증샷을 sns에 올릴 정도의 열정과 정성은 없더라도, 적어도 여성들의 안티페미니즘에 대한 거부감은 2015년에 비할 수 없게 확산되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페미니즘은 여성들의 의식화로서 확산되고 강화된다. 남초사이트에서 베댓을 점령하고, 페미니스트는 거른다고 선언하는 것은 여성들의 의식화와는 일말의 관련이 없다. 에브리타임의 페미니즘 관련 글에 비추테러를 하는 남학우들의 시간과 에너지가 가상하긴 하나 진정으로 페미니즘이 쇠퇴하는 시기는 수 많은 여성들이 이 글에 조롱과 악플을 달 때이다. 애석하게도 줄줄이 달릴 서울대, 비서울대 남학우들의 욕설과 공격은 오히려 이러한 안티-안티페미니즘 정서를 강화시켜 줄 뿐이다. 적어도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거나.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로 안티페미니즘은 더더욱 거세질 것이고, 이를 지켜보며 안티-안티페미니즘 정서를 내면화하는 여성들이 늘어날수록, 그만큼 비혼 또는 비혼출산 역시 급증할 것이다. 25년 뒤, 지금의 2030 남성들이 5060 고령층이 되었을 때, 안티-안티페미니즘 정서를 내면화 한 여성들이 비혼출산 혹은 혼인을 통한 출산을 통해 낳은 아이들이 10대로 자라날 무렵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남성들이 페미니즘을 척살하고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웅장해진다 할지라도 공식적으로 안티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정책들을 법제화할 수 있을 것인가? 넷상에서 2030 안티페미 남성들의 슈퍼스타인 정치인들조차도 스스로 안티페미라고 불리기를 거부하는 마당이다. 온라인 상에서 페미척결과 페미와의 전쟁을 벌이고 승리(?)를 자축하는 광경을 볼 때마다 마음 한 켠에서 묘한 감정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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