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커뮤에서
해외여행 며칠 다녀오는건 돈쓰고 놀다오는거다
그걸 인생의 경험이라고 할 수 있냐?
여행 자주 다녀봐야 남는거, 바뀌는거 없다
그냥 인스타 사진올리러 가는거아니냐
등등…해외여행 무용론(?)이 자주 나와서 써보는 글
일단 한국은…말 안해도 알겠지만
지리적으로 외국과의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고
단일 언어, 단일 인종, 단일 민족으로 살아온 기간이 길어
그 영향이 굉장히 큰 나라야
심지어 내수시장도 작지
한마디로 말하면
갈라파고스화되기 쉬운 나라라는것
즉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인들과 한국어로 이야기하고
한국 시장에 맞춰 만들어진 컨텐츠와 제품을 소비하는…
직업이나 세상을 보는 시선도 오직 한국의 기준과 규모에 맞춰서 자라게 될 확률이 높음
그래서 나는 한국인들에게 더더욱 해외여행이 큰 기회라고 생각하고,
거기서 타 국가 사람들보다 많은걸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럼 ”해외여행 무용론”은 왜 나오는가?
대부분의 여행은
단순히 예쁜 스팟, 비싼 호텔, 유명한 관광지를
눈으로 보고 사진찍는게 끝이기때문에🥲
즉 관찰하고, 사유하고, 곱씹어보는 과정이 없기 때문임
아무데나 있는 마트에만 들어가봐도
정말 보고 느낄 게 많아
마트 우유코너에 가보면 일단 용량부터가 다름ㅋㅋㅋ
한국은 2L도 많다 하는데 여기는 우유를 막 6L 8L씩 묶어파는거 보고 확실히 유제품 소비가 많구나 하는걸 알겠더라고
그만큼 목축업 규모도 클거라는것도 알 수 있지
우유 분류도 한국에서는 그냥우유, 저지방, 무지방 이정도인데 외국에서는 1%, 3%, 5%, 7% 처럼 엄청 세세하게 나눠져있는게 신기했어
캐나다에서 우유도 비닐봉지에 넣어 파는거ㅋㅋㅋ
신기해서 나중에 찾아봤는데 나름의 이유가 있더라고
요거트 코너도 헤이즐넛 요거트, 초콜릿요거트, 쌀 요거트…구경할게 너무 많아서 시간이 모자랐음
한국에는 왜 그런 요거트가 없을까? 있다면 가격은 어느정도일까? 그 가격에 잘 팔릴까? 같은 걸 생각해봐도 재밌겠지
이건 어느 마트에나 흔히 있는 사과코너야
사과만 해도 종류가 진짜 많음
하나하나 다 이름도 붙어있어
갈라, 골든딜리셔스, 그래니스미스…
이건 캐나다에서 유명한 맥킨토시McIntosh라는 품종이야
애플의 전자기기 중 맥~ 시리즈 네이밍이 어디서 나왔는지 이제 알겠지?
한국에서는 사과 용도를 그다지 엄격하게 따지지 않는데
여기는 사과도 요리용사과, 디저트용사과, 생식용사과 이런식으로 인기있는 용도별로 구분도 잘 해뒀더라구
나중에 찾아보니 요리용은 신맛이, 디저트용은 단맛이 강하고, 생식용은 식감이 아삭하고…같은 특징들이 있었어
이렇게 또 사과의 세계를 알게되는거지
여기는 프랑스에 있는 스파이스 전문 가게야
여기 가면 후추, 소금부터 시작해서
각종 스파이스를 보고 향기도 맡아보고 구매할 수 있어
나는 오랫동안 오뚜기 순후추만 먹다가ㅋㅋㅋㅋ 어른이 되어 통후추를 사서 직접 갈아먹는정도도 굉장히 세련된(?)거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오니까 후추도 까만색 빨간색 흰색 초록색 노란색에 유자후추 바질후추 토마토후추…온갖것들이 다 있더라
후추만 구경해도 한시간 금방 가서 소금이랑 다른것들은 제대로 보지도 못함
이 가게 온라인샵 사진인데 저런 길쭉한 후추 본 적 있어?
나는 여기 가보기전까지 저런것의 존재도 몰랐음
후추는 다 동그란건줄 알고만 살았어
난 배민이 베트남 진출한것도 한국에선 몰랐는데
우연히 베트남에 있는 간판보고 알았어
배민이 그정도로 큰 기업이구나, 베트남 배달시장이 그정도로 수요가 있구나, 근데 그정도로 마켓 사이즈가 크다면 우버나 다른 글로벌 배달회사가 이미 노리고 있을텐데 배민은 어떤 전략으로 이겨보려는걸까? 이런것들에 대해서 한번쯤 더 생각해보게 되고
배민이 베트남에서 잘 안돼서 지금은 철수중인데 그 이유가 뭔지까지도 나중에 관심갖고 찾아보게 되더라구
러시아 마트에 있는 팔도 도시락ㅋㅋㅋㅋ
한국에선 도시락이 그저 그런 위치인데 러시아에서는 왜 이렇게 잘된건지, 어떤 맛들이 왜 인기인지도 한번 생각해볼 수 있겠지
이건 아일랜드의 더블린 공항에 있는 안내 표지판이야
영어 위에 초록색 글씨는 어느 나라 언어일까?
아일랜드의 고유 언어인 “아일랜드어(게일어)”야
원래 아일랜드는 게일어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800년 가까이 된 영국의 오랜 식민지배로 인해 이제는 영어를 주 언어로 사용하게 됐어
사진을 잘 보면 게일어가 영어보다 위에 있고
같은 폰트 사이즈로 표기되어있는걸 알 수 있어
현재 아일랜드는 국민의 98%정도가 영어를 주 언어로 쓰고있는데 왜 영어를 메인으로 두지 않는걸까?
공식적인 2언어로 영어를 인정하기는 하지만
아일랜드의 국어는 언제까지나 게일어고,
자신들의 언어는 영어보다 열등하지 않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표기법이야
영어가 아닌 게일어를 초록색으로 표시해둔것도 그런 의미가 아닐까?
(초록색과 주황색은 아일랜드의 상징 컬러야)
이렇게 작은 표지판 하나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공부해보면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나 의식에 대해 알 수 있어
공항에 앉아서 비행기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도
간판, 포스터, 시설물의 디자인, 낯선 항공사 브랜드…
정말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고 생각해볼 수 있지
스마트폰이 있으니 바로바로 찾아서 공부해보면 더 좋고.
난 그렇게 머리아프려고 여행간거 아닌데?
먹고 놀고 쉬려고 여행간건데?
그런 공부는 한국에서도 할 수 있잖아?
바쁜데 누가 그렇게 하면서까지 여행다녀?
지금 분명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거야
”해외여행“ 하면 기대하는것들은 이런 사진이지?
예쁜 호텔에서 잘 차려진 조식 먹을때라도 좋아
빵 다 먹고 접시 뒤집어서 무슨 브랜드인지 한번 봐
커트러리에도 작게 로고가 있을테니 그것도 관찰해보고
식전 드링크나 빵은 직접 만드는건지, 사온다면 어디서 가져오는건지 서버한테 물어보기도 하고
식후 티 주문하면 나오는 티백 꽁다리도 한번 읽어봐
티는 대부분 호텔에서 직접 블렌딩하기보다는 시판 브랜드에서 사오는거거든
맛있었으면 그 가게 찾아서 기념품으로 사서 가
파리의 고급 호텔에서 쓰는 홍차 브랜드라고 설명을 곁들여서 선물해봐도 좋겠지
그게 내 경험이 되고 안목이 되는거라고 생각해
해외여행이라는건
의, 식, 주가 모두 바뀌는 신기한 경험이야
겨우 3박4일 가는걸로 인생이 안 변한다는 말도 틀린건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살면서 내 머릿속에 이렇게까지 많은 인풋을 강제로 집어넣을 수 있는 경험이 흔할까?
똑같이 돈쓰고 시간쓰면서 가는 여행에
“여기 유명한 카페라고해서 왔더니 뭐 별거없네? 한국에도 이런 카페 널리고 널렸는데 사람 사는거 다 똑같구만~“
이라고 하는 사람과
”여기 오니까 물도 다르고 커피맛도 다르고 커피 시키면 주는 각설탕도 사각형이 아니라 귀여운 모양이네…비쌀 것 같은데 왜 이런걸 쓰는걸까? 여기는 설탕을 이렇게 모양내서 만들어주는 공장이 많나? 한국에도 이런게 있을까? 가서 찾아봐야지”
라고 하는 사람의 인생은 분명 언제든 차이가 생기지 않겠어?
어쩌면 후자의 사람은 저 경험을 통해 외국의 귀엽고 특이한 카페용품을 구매대행해주는 사업을 시작할수도 있겠지
그때쯤 되면 저 사람에게는 짧은 해외여행이 인생을 바꾼 경험이 되어있지 않을까…?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는데
요즘 커뮤에서 해외여행 무용론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점점 더 새로운 경험을 꺼려하는 것 같아 왠지 혼자 안타까워서 써봤어
물론 돈과 시간이 드는 행위인 건 맞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돈과 시간을 들인 이 기회를 최대한 나에게 좋은 방향으로 활용해봤으면 해…!
그럼 모두 즐겁고 유익한 여행하길 바라며~
다들 좋은 댓글 많이 달아줘서 추가로 조금 더 써봤어!
여행에 대한 의견들 많이 나눠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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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해외여행은 쓸모없다! 해외여행에 대한 편견들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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