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 흉부외과 지원 0명‥"우리 세대가 가면 끝"
━ ■ 살린다! 무조건 살린다!...'김사부' 현실은 냉혹 흉부외과 의사하면 일반인들에게는 라는 의학 드라마가 떠오릅니다. 돌담병원의 트리플보드 의사(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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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린다! 무조건 살린다!...'김사부' 현실은 냉혹
흉부외과 의사하면 일반인들에게는 라는 의학 드라마가 떠오릅니다.
돌담병원의 트리플보드 의사(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전문의)인 김사부(한석규 배우 출연)는 심정지 환자의 심장을 직접 손으로 마사지하는 심폐소생술, 일명 ‘개흉심 마사지 (open cardiac massage)’를 해서 환자의 정지된 심장을 다시 뛰게 합니다. 사람을 살리는 바이탈과인 흉부외과의 모습을 극적으로 묘사한 장면입니다. 심장과 폐를 담당하는 흉부외과는 신경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내과, 외과, 응급의학과 등과 더불어 필수의료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김사부는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전국을 통틀어 흉부외과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는 단 12명만 남았습니다. 올해 초 107명이었던 흉부외과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을 둘러싼 의정갈등 이후 대거 사직했기 때문입니다. 하반기에 다시 133명의 전공의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지만 흉부외과 전공지원자는 0명이었습니다. 금요일 마감되는 추가 모집에서도 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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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가 사라지는 초응급 상황”..심장·폐암수술 못 받는 환자 나올 수도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향후 몇 년간 전공의 사직 파장은 매우 클 것이고 미래가 사라지고 있다”면서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심장수술과 폐암수술을 맡고 있는 흉부외과 의사가 더 이상 배출되지 않게 되고, 그렇게 된다면 현재처럼 누구나 아프면 치료받고 수술받는 의료체계는 불가능해진다는 겁니다.
흉부외과 전문의들이 감당하는 심장수술·폐암수술 건수는 한 해 2만 건이 넘습니다. 그런데 내년에 배출되는 흉부외과 전문의는 최대 6명, 내후년에는 1명인데, 은퇴하는 흉부외과 의사는 각각 33명, 54명입니다. 의료선진국을 자부하는 대한민국에서 필수과 중의 필수과로 꼽히는 흉부외과가 사라진다? 설마 그런 일이 올까 싶은, 굉장히 비현실적일 것 같은 현실이 우리 눈앞에 다가와 있습니다.
■ “뼈를 갈아 넣어 지탱해 왔는데 대가 끊어질 위기”..중환자실 간호사 처우도 개선해야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싶어서 여러 군데 전화를 돌린 끝에 두 분의 흉부외과 교수님과 어렵사리 연락이 닿았습니다. 먼저 현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질문했습니다.
고려대 안암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에 근무하는 정재승 교수는 “이 세대가 가면 흉부외과는 끝”이라고 단언했습니다. 고려대학교 3개 병원 (안암, 구로, 안산)을 다 합쳐서 현재 흉부외과 전공의는 단 한 명도 없다고 합니다.
그는 “흉부외과 특성상 퇴근하다가도, 집에서 자다가도 전화 받고 나와서 수술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주 80시간 규정이 있기 전에 레지던트 생활을 했던 세대들은 아이들이 어떻게 크는지 제대로 못 보고 전문의가 되었고, 아이들의 입학식, 졸업식, 집안 행사도 못 챙기면서 환자를 봐왔습니다. 그 이후의 젊은 흉부외과 의사들도 사람을 살린다는 그 마음 하나로, 의사의 희생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일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의정갈등에서) 의사 수를 늘려놓으면 낙수효과로 누구든 가지 않겠냐고 하더군요. 우리가 낙수효과 의사입니까? 사람을 살린다고 버텨온 그 자부심과 명예가 다 짓밟혔으니 전공의들이 떠나버린 것이고 그 자리를 전문의들이 간신히 버텨내고 있는 상황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정재승 교수는 "우리와 비슷한 일을 하는 심장내과 교수들도 의정갈등 이후 여럿이 이미 사직했다"면서 “소송 리스크도 크고, 근무 시간도 길고, 삶의 질이 나쁜, 소위 중증환자를 돌보는 과들을 이제 이 세대가 가면 누가 하겠습니까?”라고 탄식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떠난 전공의들이 돌아오냐고요? 일하는 긍지를 가질 수 있게 하고, 덜 힘들게 해줘야죠. 우리 세대처럼 밤낮 없이 살라고 하면 MZ 세대가 오겠습니까.
의료수가를 올린다고 대학병원 의사 수입이 늘지 않습니다. 병원의 수익이 늘어나겠지요. 하지만 병원이 적자를 안 보면 흉부외과 의사 한 명이라도 더 뽑게 되고, 당직이 하루라도 덜 돌아오게 됩니다. 근무가 덜 힘들어지고 보람된 일을 할 수 있다면 흉부외과에 지원하는 젊은 의대생, 의사들이 있지 않을까요?
중환자실 간호사가 안 떠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들이야말로 든든한 동료이자 환자를 잘 회복시킬 수 있는 최고의 자원들입니다. 밤에 중증환자 돌보는 건 결국 중환자실 간호사인데 일은 너무 힘들고 별다른 보상은 없으니까 자꾸 그만두고 나가는 거예요. 수가가 올라서 병원이 사람을 더 쓸 수 있는 환경만 돼도 달라질텐데..정말 할 말이 너무 많습니다."
전화를 끊고 기사를 어떻게 끝맺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정 교수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얼마 전 길에서 심정지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온 환자를 에크모 시술을 하고 심장이식 수술을 한 끝에 극적으로 살렸습니다. 정말 다행이었죠. 그런데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십니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왜 에크모를 사용했냐고, 에크모 비용 2,800만 원을 인정할 수 없다는 공문을 보내왔습니다. 제가 너무 황당해하니까 그러면 이의 신청을 하라고, 자기들은 규정대로 할 뿐이라고 하더군요. 사람을 살려도 이런 게 흉부외과의 현실인데... 기자님 제가 전공의들한테 돌아오라고, 우리처럼 살라고 해야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