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널 용서할 수가 없어.
본 것을 묻어두지 왜 기미 상궁에게 얘길 했는지
그 날 그 일을 왜 보았는지 본 아이가 왜 하필이면 너였는지.
그러고도 모자라 딸을 궁으로 들여보내고
독한 것. 질긴 것. 수백 번 수천 번도 더 원망했어
그때 그일을 보지 않았다면 아니, 절대로 보지 않기를
그런 일로 너와 내가 부딪히지 않기를 얼마나 바랬었는데..
만약 내가 박명이로 태어나고 니가 최성금으로 태어났다면 우린 달랐을까.
너나 백영이가 우리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집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궁금하구나. 참으로 궁금하구나.
그래서 난 너에게 다시 올 수밖에 없었다.
내 악행의 시작점은 바로 너니까
너는 믿었던 나에게 꿈에도 생각 못했을 나에게
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갔으니
내가 무릎을 꿇어야 한다면 그건 바로 너야.
너에게 용서를 비마.
그런 집안에서 태어난 나를 용서해다오.
집 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날 용서해다오.
집안을 위해 그런 짓을 시킨 내 고모님을 용서하고 또 그 위의 고모님,
그 위의 고모님, 그 위의 고모님 그리고 고모님을 이용한 어른들을 용서해다오.
안 되겠니, 안 되겠어?
안 된다고...
본인 말로는 나인 시절 나름대로 친했던 박명이를 처단한 것이 첫 악행이었다고 한다.
그 전까지는 그런 일을 하지 않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 봤고
도망까지 쳐봤지만 잡혀버렸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이었다고 한다.
최금영이 "민정호를 살려달라" 라고 했을 때,
어처구니 없어하는 최판술에게 최성금이
"나에게도 그렇게 기댈 곳이 있었으면 많은 게 달랐을 것입니다.",
"오라버니는 궁녀가 아니라서 모릅니다" 라면서 일침을 놓았다.
입체적인 캐릭터라 죽었을땐 기분이 참 씁쓸했던 악역
최상궁 말대로 만약 한상궁과 명이가 그런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그들은 벗어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최상궁처럼 결국 벗어나지 못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