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난 지구에 존재하는 수많은 길치들을 대표해 글을 쓰는
길치 72861902호 라고 함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길치들의 특징을 살펴볼까
대체 어떤사람이 만든 짤인지는 몰라도 거의 뭐 민간인 사찰급
자 그러면 하나씩 얘기해보도록 하자
1. 느낌과 분위기로 장소를 기억한다
정확히는, 장소를 '느낌'과 '분위기'로만 기억할 수 있다 에 가까움.
그렇기 때문에 모든 길들이 다 똑같아 보이는 것...
길치들에게 복잡한 골목길에 있는 목적지 찾기란 마치 이런 느낌임.
다 그 길이 그 길 같다
2. 온갖 최첨단 지도앱도 무용지물
언제나 비길치인들이 우리들을 보며 의문을 갖는 사실이 있음
"어플(지도)을 보면 되잖아?"
아쉽지만 그 얘기는 전제부터가 틀렸습니다!
길치들은 지도를 보면서도 길을 잃는다는게 핵심이기 때문
....
뭐 왜요 뭐 왜
3. 직접 걸어온 길도 되돌아보면 초행길
4. 건물에서 나오는 순간 방향감각 상실
5. 같은 길이어도 낮과 밤이 전혀 다르게 보임
이 세가지는 같은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기에 묶어서 얘기하도록 하겠다
일단 어떤 길치가 길을 찾는것에 성공해 목적지에 도착했다 가정하자
하지만 볼일을 끝낸 후 건물 밖으로 나온 길치는
마치 다른 차원에 떨어진 듯한 기분을 느낄것이다
왜냐
21세기에 걸맞는 최첨단 시스템을 이용해 길치의 시야를 직접 체험해보자
길치가 처음 목적지를 찾을 때 본 길은 이런느낌이라면
(해당 캡쳐는 불특정 지역을 랜덤으로 로드뷰에 검색한 것입니다)
건물에서 막 나왔을때 길치의 시야는 이렇다
허어 누가봐도 다른길임
내가 왼쪽에서 왔었는지 오른쪽에서 왔었는지도 기억안남
왜냐면 (길치기준) 왼쪽 오른쪽 똑같이 생긴 길이거든
그렇기 때문에 방향 감각을 상실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거기다 해가 지기까지 했다?
자 이 신발을 보아라
누가봐도 다른 운동화이다
길치에게 밤길이란 이런 느낌이다.
본질은 같다지만 둘은 완전히 다르다.
뭐라궁? 같은 운동화라고?
6. 간판보다 자신의 직감을 더 믿는 근자감
아마 이건 사람의 성향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뉘지 않을까 싶은데
그건 1. 걱정이 많은 유형 2. 아무생각 없는 유형 임
1 유형은 자신이 길치라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길을 찾고자 노력하는 타입이고
(참고로 이들은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주관적인 직감을 따르지 않는다)
2 유형은 내가 가는 길이 곧 길이다라는 마인드로 길을 찾는.... 게 아니라
그냥 간다.
물론 필자는 2 유형에 속함
내 뇌가 분명 이 길이 맞다고 명령을 내리기 때문에 뇌가 시키는대로 한다
대체 왜냐고?
앞서 말했듯 길치들은 길을 분위기와 느낌으로만 기억하기 때문에,
다 거기서 거기처럼 생긴 길이니 대충 이쪽으로 가도 맞는길이지 않을까 싶은것이다
이러한 2 유형은 보통 몸이 힘든 편이다
(물론 많이 걸어서 건강에는 좋을 수 있음)
7. 지름길 따위는 개무시하고 오로지 마이웨이
사실 이 말에는 약간 어폐가 있다
길치들은 지름길을 무시하는게 아니라 거기가 지름길인걸 모를뿐임
길치에게 왜 굳이 길을 돌아가냐 묻지마라
십중팔구 그 길치는 지름길로 혼자 가다 헤맨 경험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8. 위치 물어보면 눈앞에 보이는 대로 말함(ex. 파란 대문이 있어)
이것도 솔직히 길치입장에서는 억울하다
내 눈 앞에 진짜 파란대문이 있는걸 어떡하란 말인가
길치들이 본인이 어떤 길의 몇번째 골목, 어느지점에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 애초에 길을 헤매지 않을테지
물론 필자는 조금 더 디테일하게 건물 단위로 얘기하긴 함
(ex. 눈 앞에 oo마트가 있고 그 옆에는 oo가 있어....)
그러면 높은 확률로 비길치인들은
움직이지말고 거기 가만히 있어 라고 얘기한뒤 전화를 끊는다 ·····
대충 추상적으로 얘기해줘도 날 찾아오는 비길치인들 너무 신기한것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길치 친구와 약속장소를 정한다면
큰 길위주로 디테일하고 정확하게 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ex. 지하철 ㅇ호선 ㅇㅇ역 3번 출구 앞)
사실 그게 당신도 편해
아무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길치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건 아니다
그러니 우리 길치들 넘 바보 취급하지말고 사랑해주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