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O 강스포
1970년대, 시위 중에 처음 만난
혜자와 준하는 사랑에 빠짐
행복한 연애 끝에
준하의 프로포즈를 받고 결혼함
두 사람은 결혼 후에도 행복한 날들을 보냄
이후 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지만, 아버지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던 준하는 아이를 대하는 것이 낯설고 어려움
하지만 혜자와 함께하며
'가족'의 의미를 알아가는 준하
지켜야 할 가족이 생긴 준하는 다짜고짜 찾아와 행패부리는 아버지와의 질긴 인연도 끊어냄
그리고 그런 준하를 위로해주는 혜자
준하는 혜자와 함께하며 외로움을 지워감
그렇게 행복하던 어느 날,
준하는 '결혼기념일이니 일찍 돌아오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출근함
하지만 통금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준하
혜자는 준하의 동료 기자로부터 준하가 구치소에 잡혀있다는 소식을 들음
형사는 준하가 쓴 기사에 대해 조사할 것이 있다며 준하를 풀어주지 않음
준하는 혜자를 안심시키려 애써 웃지만
출근할 때 입었던 옷과 함께
싸늘한 유해가 되어 돌아옴
"평생 외로웠던 사람, 혼자 가게 해서 미안해..."
남편을 홀로 보낸 혜자는 괴로워하지만
아들 대상이 사고로 다리를 잃는 등, 슬퍼할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고달픈 삶을 살게 됨
사랑하는 남편의 억울한 죽음, 홀로 책임져야하는 가계와 장애를 가진 아들
혜자는 버거운 삶을 버티기 위해 아들 대상에게 냉정한 훈육 태도를 고수하고
말 못할 설움이 많았던 대상과 혜자의 사이는 점점 틀어짐
혜자는 이토록 힘든 세월을 버텨냈지만
나이가 들어 치매에 걸리게 되고,
아들조차 알아보지 못함
한편, 대상은 유년기의 상처로 인해 어머니 혜자가 여전히 불편함
그런 대상에게 남아있는 어린 시절의 기억 한 조각
깨끗이 정리된 내리막길의 눈
대상은 눈을 치워준 사람이 다정한 옆집 아저씨라고 생각하며 살아옴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대상은 혜자가 병실에서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게 됨
혜자는 내리는 눈을 맞으며 병원 뒤뜰 눈을 치우고 있었음
"여기서 뭐하시는거예요..!"
짜증이 밀려와 화를 내는 대상
"눈 쓸어요.. 눈이 오잖아요, 우리 아들이 다리가 불편해서.. 학교 가야하는데 미끄러워서...."
오래 전, 내리막길의 눈을 치워준 사람이 어머니였음을 깨달은 대상
눈이 오는 날이면 아들을 위해
새벽부터 눈을 치웠던 과거의 혜자
"아들은.. 몰라요 그거"
"몰라도 돼요~ 우리 아들만 안 미끄러지면 돼요"
"아드님 한 번도 안 넘어졌대요,
눈이 오는 날인데..
한 번도 넘어진 적 없대요"
"정말요? 다행이네요!"
아들이 넘어진 적 없다는 말에 너무나 기뻐하는 혜자
"엄마였어..
평생 내 앞의 눈을 쓸어준 게 엄마였어...."
대상은 오랜시간 자신을 괴롭게 한, 엄마를 향한 마음 속 응어리를 풀고 오열함
이제 혜자를 보는 것이 한결 편해진 대상
대상은 기억을 잃어가는 혜자가 행복했던 순간만을 기억하길 바라며,
혜자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물어봄
"대단한 날은 아니고..
나는 그냥 그런 날이 행복했어요.
온 동네에 밥 짓는 냄새가 나면, 나도 솥에 밥을 안쳐 놓고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우리 아들 손을 잡고, 마당으로 나가요. 그럼 그때 저 멀리서부터 노을이 져요"
오래 전, 대상과 함께 퇴근하는 준하를 마중나간 혜자
"그때가 제일 행복했어요.."
혜자의 기억 속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던,
노을을 바라보던 세 가족
이야기를 마친 혜자의 눈에 저 멀리 누군가 보임
평생 잊지못한 남편 준하의 모습
최선을 다했던 삶을 내려놓고,
그리운 남편을 향해 달려가는 혜자
수십년의 시간이 흘러 재회한 혜자와 준하
눈물 흘리는 혜자를
두 팔 뻗어 반겨주는 준하
"이제 어디 가지말고 평생 나랑 같이 있자, 여기서"
준하의 말에 끄덕이는 혜자
마침내 영원히 함께 하게 된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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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가고,
또 별 거 아닌 하루가 온다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