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그렇게 간단히 말해지는 것이
아님을 정녕 주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p.158
너무 특별한 사랑은 위험한 법이었다.
너무 특별한 사랑을 감당할 수 없어서
그만 다른 길로 달아나 버린 아버지처럼.
김장우에게도 알지 못하는 생의 다른 길이 운명적으로 예비되어 있을지 몰랐다.
사랑조차도 넘쳐버리면 차라리 모자라는 것보다 못한 일인 것을.
p.254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p.20
안진진.
인생은 한 장의 사진이 아냐.
잘못 찍었다 싶으면 인화하지 않고
버리면 되는 사진하고는 달라.
그럴 수는 없어.
p.106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솔직함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솔직함은 때로 흉기로 변해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부메랑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아마도, 우리는 영영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 채 헤어질 것이다.
왜 사랑하는 우리를 멀리하고 떠돌아야만 했는지 묻지도 못한 채
나는 아버지와 헤어질 것이었다.
어쩌면 바로 그것이 아버지가 내게 물려주고 싶었던 중요한 인생의 비밀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세상의 숨겨진 진실들을 배울 기회가
전혀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말해도 좋다면,
그것은 마치 평생 똑같은 식단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 식이요법 환자의 불행과 같은 것일 수 있었다.
p.228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