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승룡, 천만 관객 주연.'
류승룡을 검색하면, 4개의 황금 트로피가 나온다.
'광해, 왕이 된 남자'(1,232만 명)를 시작으로 '7번방의 선물'(1,281만 명), '명량'(1,761만 명), '극한직업'(1,626만 명)까지 4편의 천만 영화를 배출했다.
특히 '극한직업'은 역대 코미디 영화 중 가장 흥행한 작품이다. 매출액 면에서도 최고 액수를 찍었다. 누적 매출 1,396억 원으로 '아바타: 물의 길'을 뛰어넘었다.
이런 '극한직업' 팀이 다시 뭉쳤다. '아마존 활명수'(감독 김창주)를 통해서다. 배세영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다. 류승룡과 진선규 콤비는 웃음을 책임졌다.
◆ 현실 담은 코미디
'아마존 활명수'는 코믹 활극이다. 전 양궁 메달리스트 진봉(류승룡 분)이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해 아마존으로 향하는 이야기다.
올 들어 2번째 선보이는 코미디 장르다. 류승룡은 지난 3월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으로 신선한 재미를 줬다. 닭강정이 된 딸을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를 연기했다.
이번엔 리커브 보우를 들고 왔다. 아마존 전사에게 양궁을 가르치는 국가대표 출신 직장인으로 분했다. 메달 획득, 금광 개발권, 나아가 승진을 위해 양궁 지도자에 도전한다.
황당한데 또 현실적이다. 류승룡은 "기발한 발상에 우리의 현실이나 생활이 결합된 이야기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출연 배경을 설명했다.
"누구나 공감하는 것들을 영화적 장치와 결합하는 게 재미있어요. 계속 맞아도 안 죽고(무빙) 비행기 추락했는데 멀쩡(아마존 활명수)하잖아요. (극적 장치가) 조금씩 다르지만 (작품마다) 공감할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배세영 작가의 신뢰
우연치 않게 전작과 이름이 겹친다. '아마존 활명수'에선 '조'진봉 역이었고, '인생은 아름다워'에는 '강'진봉으로 나왔다.
배세영 작가의 의도가 숨어 있다. 애초 류승룡을 염두에 두고 집필한 것. 그는 "(대본에서) 진봉을 보고 '내가 (배세영 작가) 페르소나인가' 싶었다"고 떠올렸다.
"'날 생각하고 썼구나' 했어요. 류승룡이 잘 해 줄 거라 신뢰하는 게 느껴졌죠. 자기만 아는 것들도 곳곳에 배치해놓고요."
캐릭터 자체에도 마음이 쓰였다. 진봉은 자녀들의 유치원 원비, 학원비조차 내기 힘들 만큼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다. 어떻게든 회사에서 버텨야 하는 것.
"'아마존 활명수'가 (알고 보면) 생존 코미디에요. 진봉이가 협심증이나 수전증 있는 사람처럼 벌벌 떨잖아요.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최선을 다하는 생존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 피부로 느낀 아마존
작품 한 편이 완성되기까지, 치열한 과정을 거쳤다. 실감 나는 장면을 위해 브라질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현장에 도착하는 데에만 40시간 넘게 걸렸다.
류승룡은 "(촬영 현장이) 엄청 멀다. 프랑스 파리에서 경유했는데 13시간이 걸리더라. 그게 5분의 2"라며 "상파울루까지 13시간, (브라질) 마나우스 4시간, 배타고 또 1시간 가야 했다"고 회상했다.
"역으로 보면 그 (브라질 배우들이) 먼 나라까지 와서 촬영을 한 거잖아요. (제 경험으로 인해 이들의 힘든 상황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피부로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다. 자본주의 폐해로 인해 아마존 산림 곳곳이 파괴된 것. 심지어 130년 만의 가뭄이 찾아왔다.
"(가뭄이 심해) 수목이 바짝 말라 있었어요. 제주도에서 찍은 게 더 아마존 같아 보일 정도였죠. 배가 못 뜨니까 원주민들이 밖으로 나와 난민처럼 있더라고요. 기후 위기 정말 심각하구나, 가지 않았다면 몰랐을 겁니다."
◆ 건강한 웃음 위한 과정
'아마존 활명수'는 류승룡과 진선규가 '극한직업' 이후 5년 만에 재회한 작품이다. 여기에 배세영 작가도 가세했다. 탄생부터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류승룡은 "'극한직업' 때는 다들 힘든 시기라 절치부심했다. 상대적으로 기대가 높지 않았다"면서 "(잘 만든 코미디가) 선물처럼 와서 좋아하셨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세 명이 함께한 코미디가 있다 보니 연관 지어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근데 좀 달라요. 다른 문화 사람들과 양궁 기술을 배우는 과정 속 어드벤처, 휴먼 등 버라이어티 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습니다.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감동 있는 작품입니다."
코미디 장르에 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코미디는 할수록 어렵다. (관객을) 울리는 건 공감하도록 하면 되는데 웃음은 각자 (포인트가) 다르다"고 했다.
"'닭강정' 인터뷰 때 '당분간 코미디 쉬겠다'고 했어요. '아마존 활명수'를 찍고 있었는데 에너지 소비가 어마어마했거든요. 치열한 액션을 많이 해봤지만 (코미디보다는) 힘들지 않았죠."
그럼에도, 코미디에 계속 도전할 생각이다. 류승룡은 "양질의 웃음을 찾아가는 연기 인생이 되지 않을까. 아무 것도 안 하는데 웃기고 싶다"고 말해 폭소를 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