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의속에 담긴 한국적 정서에 대하여
이 곡에서 파생된 외적인 성공 스토리들은 차치하고 이라는 곡 자체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아마 서정성일 것이다. 넘버원을 신나는 댄스곡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번쯤 가사를 곱씹어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보아세대 친구들은 문학시간에 넘버원을 '현대판 정읍사'로 배우기도 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넘버원은 화자인 '소녀'가 청자인 '달'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MV에서부터 이를 암시하고 있는데, 시작부터 대문짝만하게 보름달이 등장하며 중간 중간 계속 달을 비춰준다.
한국문학에서 달의 전통적 상징성을 알고 있다면 이 노래는 단순히 신나는 댄스곡으로 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별의 정한'을 대중가요 가사에 녹여냈다는 점에서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때문에 음악 교과서에 실리거나 수능을 앞두고 대중가요 최초로 EBS 파이널에 실리기도 했다.
넘버원의 서정성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 노래가 댄스곡이라는 점에 있다. 슬픈 가사를 슬픈 발라드로 부른다면 슬프겠지만 댄스곡이라면 두배로 슬퍼지는 것이다. 파워풀한 댄스, 밝고 경쾌하나 어쩐지 아련한 멜로디와 함께 그 모든 감정을 담은 소녀의 눈동자가 이상하게 뇌리에 남는.
보아도 넘버원이 굉장히 슬픈노래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이 노래를 너무 신나게 불러서 의아할 때가 많았다고. 그럴만도 한게 이 노래는 두가지 버전의 반주가 존재한다. 초판버전은 가사에 맞게 어둡고 아련하고 동화적인 분위기인데 반해 재판버전은 무대를 위한 방송버전으로 편곡이 이루어졌다.
MV 촬영은 초판버전으로 했지만 MV 공개시에는 재판버전을 씌워서 공개했기 때문에 그 당시 재판이 발매되기 전까지 사람들이 듣는 넘버원은 두가지 버전으로 각기 달랐다. 반주에 따라 느끼는 노래의 이미지가 달라지게 된 것이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넘버원은 재판버전이다.
넘버원은 한국어로 발매된 이후 각각 영어와 일본어로 번안되었는데 각 언어의 가사는 달과 이야기하는 한국어 원곡과는 전혀 다르다. 특히 일본어 버전에서는 이별의 상황을 담은 원곡과는 정반대로 '희망차고 빛나는 사랑의 순간'을 이야기 하고 있는 점이 재미있다.
같은 노래지만 가사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서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외국어로 번안된 넘버원을 듣는 순간 이 노래가 가진 고유의 서정성, 슬픔의 정서를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왜 오랫동안 이 노래가 회자되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될 것이다.
요즘 유랑단 때문에 넘버원 듣고 슬프다는 사람들 급증했는데(언니들도 넘버원 나올때마다 눈물 흘림ㅋㅋㅋ) 넘버원은 원래 슬픈게 맞다...
1. 넘버원은 소녀가 달한테 하는 이야기를 가사로 쓴 것
2. 넘버원 초판버전 재판버전 반주가 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