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에 투자하는게 일반화되어서 그런지 미국의 대중국 전략이나 양안전쟁에 대해서 이야기할때 대만에서 반도체만 먹고(혹은 TSMC 공장을 박살내고) 튀면 되는거 아니냐는 당혹스러운 댓글들이 자주 보이는데, 대만의 중요성은 반도체 때문이 아니다.
먼저 지도를 한번 보자.
사실 이 지도 한장으로 설명은 끝났고 그 외에 추가로 설명할 부분이 필요한가 싶다...
그래도 굳이 부연하자면 지도에서 보이듯 대만은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한 첫 번째 열쇠다.
중국에서 태평양, 그리고 그 넘어 미국으로 이어지는 공간에 있는 섬들을 이어 중국의 해양 진출을 봉쇄하자는 아이디어는 1951년 미국의 국무장관 덜레스J.F.Dulles가 처음 주장한다. 이것을 아일랜드 체인Island Chain 전략이라고 하는데 크게 세겹의 선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중국에 근접해 있는 첫 번째 선이 지도에 있는 일본 본토와 센카쿠 열도 - 대만 - 필리핀 - 동남아를 잇는 가상의 선이고 여기서 가장 핵심이 되는 섬이 '불침항모' 대만이다.
대만을 꽉 쥐고 있으면 중국의 태평양과 인도양 진출을 억제하고 유사시 중국으로 향하는 해운을 통제하고 중국을 봉쇄할 수 있다. 반대로 대만을 빼앗기면? 그 순간 서태평양 전체가 중국의 손에 들어오고 그 다음 방어선은 망망대해에 있는 미국령 괌이다. 또한 대만해협을 통해 미국의 중요한 동맹 한국과 일본으로 향하는 엄청난 물동량을 틀어막을 수 있고 그 밖의 해운 수송로 대부분이 중국 폭격기의 활동범위 안으로 들어온다. 대만을 점령하면 중국이 한국과 일본의 목줄을 쥐게 되는 것이다.
중국의 반 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을 도식화한 그림. 대함용 MRBM인 둥펑(DF-21, DF-26)의 사거리에 주목하자.
중국도 섬들을 잇는 가상의 선을 도련선島鏈線이라 부르고 자신들의 해양 진출 전략의 이정표로 사용한다. 기본적인 전략은 반 접근-지역거부A2-AD 라 부르는 전략으로 폭격기와 대함미사일, MRBM 등의 원거리 자산을 이용해 제1도련선(일본-대만-필리핀), 제2도련선(일본-괌) 내부로 미 해군이 자유롭게 진입하지 못하도록 거부하는 것이다(이 전략은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된다. 2023년 있었던 미 CSIS의 양안전쟁 워게임 결과에서 밝혀지듯 이제 중국 근해로 미 항모가 접근하는 것은 자살행위가 되었다). 그와 동시에 해군력을 증강시켜 순차적으로 제1도련선, 제2도련선, 최종적으로는 태평양 전체를 통제하는 것이 중국의 기본적인 해군 전략이다. 해양으로의 진출 그 첫 번째 발판이 바로 대만인 것이다.
중국의 해군력 증강 현황.
중국이 해양으로 진출해 미국을 몰아내고 태평양을 통제하겠다는 야심을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해군력에 대한 천문학적인 투자와 해가 흐를수록 질적/양적으로 성장하는 중국 해군이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말만 늘어놓고 있는 것이 아니다.
대만 병합은 단순히 갈라졌으니 합쳐져야 한다는 민족주의적 분구필합 기획이 아니라 중국이 해양 세력을 저지하고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거대한 기획의 프롤로그다. 미국과 중국이 충돌한다면 바로 그 전장은 바로 대만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대만이 병합당한다면? 그것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지도력이 쇠퇴했다는 것과 동치이다. 그때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일본과 더 가까이 연합하거나 중국에 굴종하거나 둘 중 하나밖에 없다.
그리고 후자를 선택한 한국은 우리가 알고 있는 민주정과 거리가 먼 다른 정치체제를 가진 국가로 변하게 될 것이다.
참고
- 이영형. (2018). 중국의 도련선(島鏈線) 전략에 대한 지정학적 해석. 한국과 국제사회, 2(1), 137-162.
- Yoshihara, T. (2012). China's vision of its seascape: The first island chain and Chinese seapower. Asian Politics & Policy, 4(3), 293-314.
- Easton, I. (2017). The Chinese invasion threat: Taiwan's defense and American strategy in Asia (1st ed.). CreateSpace Independent Publishing Plat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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