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뉴] '나사 빠진' 장군들
육참총장, 실력보다 정치에 좌우돼 군기강 해이 심화 노재현 12·12 반란 때 도피, 정승화는 김재규 제압안해 박안수, 계염 포고령 받고도 "어떡하지" 연발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육군
n.news.naver.com
육참총장, 실력보다 정치에 좌우돼 군기강 해이 심화
노재현 12·12 반란 때 도피, 정승화는 김재규 제압안해
박안수, 계염 포고령 받고도 "어떡하지" 연발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육군참모총장은 36여만의 지상군 병력을 통솔하는 육군의 최선임 장교다. 노태우 정부 때인 1991년 병력 이동과 작전을 지휘하는 군령권이 합참의장에게 넘어가면서 인사 등 조직을 관리하는 군정권만 갖고 있지만, 직위의 상징성은 물론이고 실제 권한은 합참의장을 사실상 능가한다.
▶ 육참총장은 실력으로만 되는 자리가 아니다. 운이 따라줘야 한다. 육사 졸업 생도 중 성적이 가장 우수한 생도에게 주어지는 대통령상 수상자 중에서 참모총장이 된 사람은 김영삼 정부에서 임명된 김동진 총장이 유일하다. 육사 졸업생 중 최고의 리더에게 주어지는 대표화랑 중에서도 총장이 된 사람은 김 전 장관의 17기 동기인 김진영 대장 밖에 없다.
12·3 비상계엄 발동 때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참총장의 행보를 두고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국회 현안질의에 나선 박 총장은 계엄 선포 직후 김용현 국방장관이 건넨 계엄 포고령을 받고 "계엄 상황은 (제가) 조금 약해서 '어떡하냐, 어떡하냐' 하다가 시간이 지났다"면서 자신은 시간 오류만 수정하고 포고령을 냈다고 밝혔다. 국회에 병력 투입 사실도 사전에 몰랐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 박 총장은 현안질의에서는 시종 맹한 표정을 지은 채 의원들이 질문을 던지면 노트에 받아쓰기 바빴다. 그가 탁월한 속기 능력을 갖췄는지 알 수 없지만, 북한이 도발하면 즉각 응징하라는 '즉·강·끝(즉시·강력히·끝까지)'을 외친 평소 그답지 않은 태도였다. 박 총장뿐만 아니라 국회 병력 투입 의혹에 연루된 다른 고위 장성들도 하나같이 김용현 전 장관에게 책임을 미루는 모습이다.
이들 장성은 6일 출국금지 대상에 오르며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됐다. 이들 중 한명이라도 상부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며 행동에 나섰더라면 12·12 당시 장태완 수경사령관처럼 '진정한 군인'으로 역사에 남았을지 모른다. 북한의 핵공격 위협 속에서 어떻게 이런 사람들을 믿고 살아가야 할지 눈앞이 캄캄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