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 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한강, 소년이 온다
세상의 모든 잊을 수 없는 것들은
언제나 뒤에 남겨져 있었다.
그래서 과거를 버릴 수 없는 것인지도.
/양귀자, 모순
나는 같은 유머에 웃음을 터뜨리고
같은 뉴스에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지를 본다
무엇에 분노하는가의 문제는
어떻게 살기 원하는가의 문제와
가깝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절반이 겪는 고통에 공감할 줄 모르는 이에게
미래따윈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어떤 존재로 인식할 것인가에 따라
결국 내가 하는 선택이 달라짐을 기억하는 삶이길
세상의 편견 어린 시선에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는 삶이기를
/곽정은,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조금만, 아주 조금만 깨어나면 되는 것이다
어려울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갖춰야 할 사전 지식이나 배움도 필요 없다
단지 아주 조금만 이 세상을 바로 보면 된다
/양귀자,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이것을 혁명이자 당신들의 멸망이라 적어놓겠다
몇백억 년을 돌아서 우주가 녹아내릴 때
최초의 중력으로 짖을 수 있도록
모두의 종교와 역사를 대표하도록
두 발이 서야 할 대지가 떠오르면
세계 너머의 하늘이 가라앉고
나는 그 영원에서 기다릴 것이다
돌아가고 싶은 세상이 있었다
/최백규, 지구 6번째 신 대멸종
아가, 맑게 살렴
탁한 세상이지만
예쁜 웃음 잃지 말렴
좋은 세상은 꼭 오고 말 거야
너의 마음을 빼앗기지 말련
마음처럼 큰 건없단다
마음처럼 무서운 건없단다
뭐든지 다 할 수 있지
/백창우, 꽃뫼
방석위로 모여라
내사랑 내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