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라는 말이 들어왔다
군주제가 현실인 조선 상황에서
민주제란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생각으로 여겨졌다
이 시절 민은 피지배층의 한자였다
서민들의 문화가 민속이자 민화라고 불리는 것과 같다.
그러나 지배층은 인이 들어가는 단어를 쓴다
정치인, 언론인처럼
하지만 사람들은 정미7조약 이후
주권회복운동을 시작하면서
빼앗긴 주권을 되찾아
망국의 왕인 순종에게
돌려주어야 하나 고민스러워진다
우리 스스로 주권을 찾아야 한다
독립운동은 곧 민주화 운동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때 나타난 신민회도
민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뜻이었다
민이 주인이 되어야 주권을 회복할 수 있다
우리 독립운동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와 결합돼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임시헌장을 통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친일파들은
일본보다 민주주의가 더 무서웠다
친일파들은 민족반역자인 동시에
민주주의 혐오자였다
그들은 민주주의가 더 무섭고 싫었다
왕이 있으면 왕조 체제의 짝은
언제나 귀족주의였다
왕이 있으면
반드시 귀족이 있다
귀족들, 이들 기득권층은
왕을 중심으로 위계화된 체제에서
기득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세습할 수 있다
내가 일본 왕을 모시는 한이 있어도
저 들과 평등한 주권을
행사하면서 살 수는 없다
친일파는 단순히 민족반역자가 아니라
반민주세력일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는 일본 천황에게
충성하는 게 애국이었고,
그게 귀족의 정체성이고,
따라서 왕정체제를 지지했다
한때 한국의 대통령이었다가 실각한 그 사람은
공산전체주의세력은 민주화, 인권, 진보활동가로
가장해 악랄한 짓을 저지른다고 말했다
이와 유사한 말을 일본군국주의자들이 했다
이 말은 일제강점기부터 내려왔는데,
일본인들은 일본천황이 다스리는 일본이
가장 좋은 제도를 갖고 있고,
이들에게 민주주의나 공산주의가
비슷하게 보였다
따라서 2차 세계대전 시기
일본은 미국과도 소련과도 싸웠다
한국은 해방되고
미군정이 들어오면서 민주공화국이 됐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배운 적 없었다
특히 친일파들에게 익숙한 체제는 천황제였다
권력욕구를 가진 이승만을 둘러싼 친일파들은
민주주의를 좋아하지 않았다
전쟁 이후 일본은 군국주의가 붕괴되고
천황이 남았던 반면
한국은 천황이 사라진 반면
군국주의가 남았다
일본 천황에게 충성했던 사람들이
그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승만을 천황처럼 만들었다
일인 독재 체제였다
그 독재 체제를 군인이 이어받아 유지하며
학교에서도 민주주의를 가르치지 않았다
유신독재체제가
가장 좋은 민주주의라고 가르쳤다
독재체제를 민주주의라고 배웠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자유를 포기해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민주주의를 파괴해라
이것이 유신독재였다
따라서 이 시기 학교를 다닌 60대, 70대가
이 개념을 잡지 못하고 있다
반공주의를 내세운 독재체제를
민주주의라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친일파들은 그것을 자유민주주의라고 불렀다
자유도 없고 민주주의도 없는 체제를
87년 6월 항쟁이
철저하지 않은 과거청산으로 끝났다
이것이 우리 시대의 문제다
70~80년대 우리 사회의 대립구도는 명백했다
반민주독재세력과 민주세력
87년 개헌 이후 들어선 노태우 정권은
반민주세력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과거 독재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없었고,
언론도 박정희-전두환 시대에 협조했기 때문에
과거의 군사독재체제를 "권위주의"라고 순화한다
"권위주의 정치"라는 말로
반민주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희석시킨다
또 독재체제에 협력했던 사람들을
산업화세력이라고 다시 순화해,
민주사회의 합법적인 정치세력으로 끌어올린다
90년도에 3당 합당하게 되며 (김영삼-노태우-김종필)
이 분리된 세력이 혼란을 맞는다
합당 전 김영삼과 김대중에게
당신의 이념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개혁 보수"라고 말했다
김영삼, 김대중 둘 다 개혁 보수였다
언론은 김영삼이 반민주독재세력과
손을 잡으면서 장난을 친다
반민주독재세력에게
김영삼의 이미지를 덮어씌운 것
그것은 "보수"라는 단어였다
이때부터 그들은 그렇게 "보수세력"이 된다
친일파, 독재부역자, 보수세력으로 세 번 얼굴을 바꾸어
한국사회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그들은 보수대연합이라고 말하면서 민자당을 창당하고
이 때부터 한국은 보수우파와 진보좌파로 나뉜다
(김대중은 원하지도 않았는데 진보가 되었음)
왕정 중심의 독재, 왕조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한국식 보수우파로 세탁된다
사실 보수와 진보, 좌우개념은 프랑스 혁명에서 출발했다
왕당파를 제외한 나머지가
보수와 진보, 좌와 우였다
민주주의를 이루겠다고 결의했던 그 사람들만이
보수와 진보였다
왕당파는 왕당파일 뿐이었다
한국의 보수세력은 왕당파적 성격을 갖고 있다
독재적, 반민주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일본에게 부역한 친일파부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정권까지
계속 한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학교에서 실질적으로 민주주의 교육이 가능했던 시기는
80년대 말, 90년대 초(5차 교육과정~) 시기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튼튼한 세대는 현재 4050이다
이 사람들이 비로소 한국에서
정상적인 민주주의 교육을 받은 첫 세대다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1인독재 군주주의다
계엄령을 내리면 언제 해제하겠다는 논리가 없다
수많은 사람을 영장 없이
체포, 구금, 고문할 수 있다
국민의 기본권을 박탈할 수 있다
국민을 향한 범죄예고다
한국에서 계엄을 내린 사람이
스스로 계엄령을 해제하는 방법은
개헌을 통해
본인의 영구집권을 허용하는 것 뿐이었다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아니었더라도,
이 권력을 놓아버리면
다른 세력이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생각으로
1인 독재 체제로 치달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계엄령에 찬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친일파, 독재부역자, 보수세력으로
이름을 바꿔 살아나온 사람들
스스로를 "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 귀족제의 현대적인 단어는 "엘리트주의"다
이들은 말한다
왕을 모시고 살지언정 와 동급이 되어서는 살 수 없다
1년만 지나면 다 찍는다
우리는 특별한 엘리트, 귀족이기 때문에
그들은 보수세력이 아니다
반민주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