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에 춤추다 눈물…그 77세 "노인들 미워만 하지말라"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전후 탄핵 집회에서 2030 젊은층의 참여가 두드러졌지만, 1979년 말부터 이듬해 5·18까지 실제 비상계엄을 경험했던 60대 이상 시민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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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가결되자 환호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눈물을 터뜨린 이승방(77) 할아버지가 영국 BBC 카메라에 포착됐다. BBC뉴스 코리아 캡처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전후 탄핵 집회에서 2030 젊은층의 참여가 두드러졌지만, 1979년 말부터 이듬해 5·18까지 실제 비상계엄을 경험했던 60대 이상 시민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젊은 세대가 민주주의를 외치는 모습에 감동하면서도 기성세대로서 미안한 마음을 털어놨다.
이승방(77) 씨는 탄핵 가결일인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20만명 이상이 모인 탄핵 집회에 참여했다가 영국 BBC뉴스 카메라에 포착돼 화제가 됐다. 그가 가수 소녀시대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다가 가결 소식에 왈칵 눈물짓는 모습이 담겼다. 현장에서 이씨를 인터뷰한 BBC 기자가 X(옛 트위터)에 “1947년생 이승방 선생님을 아시는 분 있습니까”라며 “급하게 이동하느라 깊은 이야기를 못 들었다. 그를 아는 사람 있으면 제보해달라”고 글을 올리면서 온라인에서 뉴스 영상이 더 퍼졌다.
서울 강동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승방(77) 할아버지가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는 모습. 정세희기자
17일 서울 강동구에서 만난 이씨는 “집회에 참여한 시민 중 한 명으로 촛불을 들었는데 마침 카메라가 있어 담겼을 뿐”이라며 “누구라도 탄핵안 통과 당시엔 그런 표정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6·25 전쟁 이후의 참화, 4·19 혁명, 80년대 민주화운동 등 직접 겪었던 굴곡진 현대사가 흑백 영화처럼 떠올랐다고 했다.
아이돌 노래를 부르는 등 축제 같았던 이번 집회에 대해 이씨는 “소녀시대 노래는 잘 몰라도 한국은 흥의 민족이니 자연스럽게 덩실거리게 됐다”며 “젊은 친구들을 보면서 대견하고 대한민국이 어떠한 위기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또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기성세대가 정치 선택을 잘해야 했는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다. 하지만 노인들을 미워만 하지 말고 대한민국의 저력을 믿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