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리 김서해 김초엽 설재인 천선란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우정과 환대와 헤아림이라는 ‘손 내밀기’는 이 작품을 읽는 독자에게도 하나의 ‘손 내밀기’로 다가온다. 그것은 이 세 가지의 마음이 수동적이거나 관용적인 태도를 넘어 적극적인 행동으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우정도 환대도 헤아림도 이들의 마음을 가리키는 데에는 부족한 단어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떤 단어가 좋을까. ‘사랑’ 말고는, 대체할 단어가 없을 것이다.
북튜버 김겨울 추천사
한정원사랑하는 소년이 얼음 밑에 살아서
조심해.
울다가 웃으면 어른이 된다.
편혜영재와 빨강
팬데믹을 겪은 후였다면 이 소설은 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삶을 폐허로 만드는 것은 역병과 쓰레기, 끊임없이 출몰하는 쥐떼가 아니라 적나라한 혐오와 차별, 정교한 자본주의임이 명백해졌으므로 다른 상상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래전의 역병을 상기시키는 이 소설을 지금에 와서 다시 내놓는 일에는 얼마간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어떤 상상은 현실이 되기도 하고 때로 그렇게 겪은 현실은 이야기보다 더 적나라하다는 것을 잊지 않고 싶어서 다시 출간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이 소설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그리고 새롭게 이 소설을 읽어주실 독자분들께 감사드린다. 드물지만 더디게 이어지는 독자분들 덕에 이 이야기의 희미한 잿빛이 계속 떠돌 수 있었다.
작가의 말
김복희시를 쓰고 싶으시다고요
그들은 알까. 내가 당신들이 계속 쓰고 읽기를 은근히 바란다는 사실을. 대신 나의 격려나 나의 칭찬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당신들 예측불허한 생으로 인해 그러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그들이 계속 쓰기를 바란다. 오늘 쓴 것이 아주 별로일 수 있고, 영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다. 그렇지만 2030년이 지나도 그들이 계속 쓰고 있다면 나로서는 그들의 시를 읽고 싶어질 게 분명하다. 내가 그러했듯이 그들도 그들의 독자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게 어떤 기분인지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좋다, 신기하다’ 외의 다른 이야기를.
전수오 빛의 체인
꿈을 만진 아이들이 서로의 흰 손을 잇는다
지구의 궤도를 지난 우주선에 혼자 있는 개는 죽고,
중력을 잃은 한 모금의 기도만이 떠돈다
모두가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는데
아무도 돌아오는 법을 알려 주지 않았어
작별을 웅얼거리듯 가끔은 지구 한구석에 비가 내린다
-
다섯 권의 책,
모두 여성 작가의 글들이야
자신의 글들이 조각조각 유명해져도
누구의 글인지도 모른 채 소비되고
손에 잡히는 건 없어서 슬프다는 어떤 작가의 말을 봤었어
이 글 속 한 문장, 한 단어라도
여시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있기를 바라
마침내 책으로도 만나게 되기를 바라
마음만은 춥지 않은 겨울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