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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아니 그보다 내가 좀 살아야겠으니 이제는 그만 입을 다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일상, | 인스티즈



(생략)

 

팽목항.

그 장소에서 칠십여 일 동안 바다를 향해 밥상을 차리고 그 밥을 먹을 딸이 뭍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남자가 있었다. 마침내 그의 딸이 뭍으로 올라왔을 때 사람들은 다행이라며, 그간에 수고가 많았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 쉬라고 말했다.

돌아가다니 어디로.

일상으로.

사람은 언제까지고 슬퍼할 수는 없다. 언제까지고 끔찍한 것을 껴안고 살 수는 없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그는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야 내가 안심할 수 있지. 잊을 수 있지. 그런 이유로 자 일상이야, 어떤 일상인가, 일상이던 것이 영영 사라져버린 일상, 사라진 것이 있는데도 내내 이어지고 이어지는, 참으로 이상한 일상, 도와달라고 무릎을 꿇고 우는 정치인들이 있는 일상, 그들이 뻔뻔한 의도로 세월을 은폐하고 모욕하는 것을 보고 들어야 하는 일상, 진상을 규명하는 데 당연히 필요한 것들이 마련되지 않는 일상, 거리로 나와야 하는 일상, 거리에서 굶는 아내를 지켜봐야 하는 일상, 정체를 알 수 없는 짐승과 같은 마음으로 초코바, 초코바, 같은 것을 자신들에게 내던지는 사람들이 있는 일상,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아니 그보다 내가 좀 살아야겠으니 이제는 그만 입을 다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일상, 밤이 돌아올 때마다 그처럼 어두운 배에 갇힌 아이를 건져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하는 일상, 416일 컴컴한 팽목항에서 제발 내 딸을 저 배에서 좀 꺼내달라고 외치던 때의 통증에 습격당하곤 하는 일상,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고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어, 거듭, 거듭, 습격당하는 일상.

왜 그런 일상인가.

그의 일상이 왜 그렇게 되었나.

그의 일상을 그렇게 만들어버린 세계란 어떤 세계인가.

그 세계에서 내 처지는 어떤가.

세월은 돌이킬 수 없게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버렸다. 나 역시 그 세계에서 발을 뺄 수가 없다는 것을 자각하게 만들어버렸다. 어른들을 향해서, 당신들은 세계를 왜 이렇게 만들어버렸습니까, 라고 묻는 입장이 더는 가능하지 않게 된 것이다.

 

…(중략)…

 

얼마나 쉬운지 모르겠다.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세상은 원래 이렇게 생겨먹었으니 더는 기대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은. 내가 이미 이 세계를 향한 신뢰를 잃었다고 말하는 것은.

고백을 해보자.

416일 이후로 많은 날들에 나는 세계가 정말 망했다고 말하고 다녔다. 무력해서 단념하고 온갖 것을 다 혐오했다. 그것 역시 당사자가 아닌 사람의 여유라는 것을 나는 724일 서울광장에서 알게 되었다. 세월호가 가라앉고 백 일이 되는 날, 안산에서 서울광장까지 꼬박 하루를 걸어온 유가족을 대표해 한 어머니가 자식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그녀는 말했다. 엄마아빠는 이제 울고만 있지는 않을 거고, 싸울 거야.

나는 그것을 듣고 비로소 내 절망을 돌아볼 수 있었다. 얼마나 쉽게 그렇게 했는가. 유가족들의 일상, 매일 습격해오는 고통을 품고 되새겨야 하는 결심, 단식, 행진, 그 비통한 싸움에 비해 세상이 이미 망해버렸다고 말하는 것, 무언가를 믿는 것이 이제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그러나 다 같이 망하고 있으므로 질문해도 소용없다고 내가 생각해버린 그 세상에 대고, 유가족들이 있는 힘을 다해 질문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공간, 세월이라는 장소에 모인 사람들을, 말하자면 내가 이미 믿음을 거둬버린 세계의 어느 구석을 믿어보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제 내가 뭘 할까. 응답해야 하지 않을까. 세계와 꼭 같은 정도로 내가 망해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응답해야 하지 않을까. 이 글의 처음에 신뢰를 잃었다고 나는 썼으나 이제 그 문장 역시 수정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후 생략)


황정은, 「가까스로 인간」, 『눈먼 자들의 국가』, 문학동네, 2014.


세월호와 관련해서 마음에 남는 글이라 공유해 봐. 전문을 가져올 수는 없어서 가장 마음에 남는 두 부분을 가져와 봤어. 정말 좋은 글이니까 전문이 궁금한 사람들은 직접 도서로 확인해 주길 바랄게.



끝날 때까지 끝내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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