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코리스섹슈얼(Autochorissexual)
대상에 의해 성적으로 흥분할 때가 있지만 대상에게 성적끌림을 느끼지 않는 사람
오토코리스autochoris는 앤서니 보개트에 의해 만들어진 용어로 그 근본적 의미는 '본인이 참여하지 않는 성애'
성적끌림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성애(asexuality)의 한 종류이며 구체적으로는 성적 흥분의 대상과 자기자신과의 분리이다.
에로티카(관능적 성애물)나 포르노그래피(성적 자극을 위한 성행위물)에 대한 반응으로 성적인 흥분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그 성적 관계에 참여하고 싶은 어떤 욕구도 없는 경우이다.
근본적으로 성관계에 대한 생각 그리고/또는 읽고/쓰고/보는 성적인 매체들을 좋아한다. 즉 야동을 본다거나 야한 상상을 하는 등으로 성적인 흥분을 느끼고 그 흥분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자위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자기자신을 대입해 다른 누군가와 관계를 가지지 않으며 가지고자 하는 욕구도 없다.
당신이 만약 이렇다면 오토코리스섹슈얼일지도 모른다:
* 성적인 내용으로 흥분을 하지만 당신 스스로 어떤 성적인 활동에도 실제로 참여하길 원치 않는다.
* 당신은 자위를 하지만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가진다는 것에 대해서는 중립적이거나 거부감을 느낀다.
* 성관계에 대한 공상을 할 때 당신은 자신보다는 다른 (가상의) 인물들을 이용한다.
그리고/혹은 당신은 1인칭 시점으로 상상하는 것보다는 당신의 눈을 통해서 마치 당신이 그것을 TV에서 보는 것처럼 3인칭 시점으로 본다.
* 당신은 대부분 혹은 전부, 실제로 아는 사람들 보단 허구의 인물들이나 유명인사들에 대해 상상한다.
* 당신은 스스로를 무성애자로서 정체화하며 사람들에게 성적인 끌림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자위는 평범하게 즐기며 성적으로 적나라한 컨텐츠들로 흥분을 한다.
그리고/혹은 성적인 판타지를 가진다.
이것은 철저한 검사 따위는 아니지만 당신이 조금 더 오토코리스섹슈얼리티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길 바란다.
오토코리스섹슈얼을 깨달은 경험 수기
작년에 처음 무성애라는 걸 알게 되어서 하늘을 날아갈 듯이 기뻤죠. 저는 그 이전까지 성경험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근데 그 성경험이라는 것도 늘 상대방의 유도와 흐름에 따라 한 것이었고, 제가 원해서 한 것은 아니었어요. (중략) 성적끌림을 느끼지 않는 저 같은 사람들이 있는 걸 알고 굉장한 해방감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어요. 무성애자 분들의 이야기를 보면 볼수록 제 머리 속에선 의문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무성애자는 다른 사람에게 성적끌림을 느끼지 않는다는데, 나는 야동 보는 것도 좋아하고 묘사가 자세한 19금 소설을 읽는 것도 매우 즐긴다. 그것도 사실 대상에 대한 성적끌림인건 아닌걸까? 그렇다면 나는 정말 무성애자가 맞는걸까? 하지만 나는 타인과의 성적 행위에 직접 참여하고 싶은 욕구가 단 한 톨도 없는데?’
심지어 저는 어렸을 때부터 성적욕구가 풍부했습니다. 많을 땐 하루에 두세 번씩도 자위를 하는 편입니다. 이렇게 성적욕구가 많은데 성적행위는 직접 하고 싶지 않다니 스스로 뭔가 문제가 있는 걸까 고민도 했어요. 무성애자는 성적욕구 자체도 적을 것이라는 편견을 저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무성애자도 유성애자에도 속하지 못하고 연옥(purgatory)에 빠진 듯한 기분이었어요. (중략)
어느 날 구글 검색을 하던 중 ‘Autochorissexual’이라는 단어를 처음 보게 되었는데 드디어 나를 설명해줄 단어를 찾은 느낌이었어요. (중략) 성적욕구와 성적끌림이 다른 것이라는 걸 알지 못했기 때문에 저는 그저 성적욕구는 많지만 섹스할 땐 못 느끼고 자위하는 걸로만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뭔가 이상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보통은 사람이 a) 성적욕구가 많으면 섹스를 좋아할 것이다. 혹은 b) 성적욕구가 낮으면 섹스를 딱히 즐겨하지 않을 것이다. 이 두 가지로 밖에 구분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오토코리섹슈얼로 정체화를 하게 되었을 때, 이제야 나를 설명할 수 있고 속할 수 있는 표현을 찾았다는 희열감이 있었습니다.
한번은 AVEN에 오토코리섹슈얼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댓글로 자기는 결혼한 사람인데 이제야 남편에게 자기를 설명할 수 있는 용어를 찾았다면서 기뻐하는 내용이 달렸어요. 남편에게 왜 자기는 ‘남편과’ 섹스를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섹스 자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설명을 못했다고 하더라구요. 자기 같은 사람이 있는 줄 몰랐다고, 섹스 판타지가 있지만 자신이 한 번도 그 일부가 되어 본 적이 없다구요. 유성애 중심 사회에선 우선 욕구와 끌림을 구분해서 설명하기 힘들고, 그마저도 무성애에 대한 편견이 있어 욕구가 있는데 끌림이 없다는게 인지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것 같아요.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