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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매불쇼에서 국민의 힘이 어쩌다 보수라 불리게 됐는지
전우용 교수님이 설명해주신 내용을 정리해봤습니다.
사실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역시 배우신 분이 정리하니까 명확하고 재미있네요.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인 1884년에 처음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들어왔지만 의도적으로 오역을 했답니다.
'주의'라는 말은 원래 'ism'과 같은 사상을 번역할 때 쓰이는 말인데 Democracy를 민주'주의'로 번역했거든요.
원래라면 '민주제'로 번역하는게 옳은 표현이래요.
이는 당시 왕정인 조선이 민주주의 사상 자체를 오랑캐나 하는 생각이라 치부했기 때문이라죠.
'민(民)' 이라는 글자도 민속, 민화, 민요처럼 세련되지 못한 투박한 것을 칭할 때 쓰이는 말이라 갖다 붙였다네요.
예컨데 도시의 고상한 직업들은 상인, 언론인, 정치인 등으로 불리고 
시골의 직업은 농민, 어민 등으로 불리는 것도 다 이런 이유. 
('인' 과 '민'이 합쳐 우리가 아는 '인민'이 됩니다.)

단어만 존재하다가 실제로 민주제가 시도된 것은 
정미조약(1907년)으로 고종이 물러난 후 주권회복운동을 할때였습니다.
이때 주권을 회복하고 나면 누구에게 돌려줘야 하는가 라는 고민을 했는데
왕인 순종이 아니라 대한제국 인민이 주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 게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제 운동이었던 거죠.
주권회복운동을 주도한 신민회(新民會)가 민을 새롭게 한다는 뜻을 쓴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즉, 독립운동과 민주제의 역사는 궤가 같다고.

이에 반해 친일파는 민족반역자이기도 하지만 민주주의 혐오자였습니다.
천왕 아래 귀족(백작과 자작 같은)이 되어 기득권을 유지하는 게 맞지 
무지렁이 일반 백성들과 동등하게 권리를 나눠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는 일제의 군국주의자들과도 생각이 같았는데
실제로 당시 일본인들은 천왕을 중심으로 한 전체주의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체제라 믿고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 공산주의 국가인 소련과 싸웠어요.
이렇게 봤을 때  친일파의 정치사상은 귀족주의를 신봉하는 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윤석열이 언젠가 공산주의자들은 늘 민주화 운동과 인권운동, 진보주의 활동가로 가장하여 나타난다 했는데
이는 일제의 군국주의자들이 한 말과 정확히 일치한다죠.)

그럼 한국 정치사에서 보수와 진보라는 용어는 어떻게 등장했을까?
일본의 패망후 일본은 군국주의가 사라지고 천왕이 남았지만
한국은 천왕이 사라지고 군국주의 잔재인 친일파(왕당파)가 남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이승만을 천왕으로 만들었고 
그가 쫓겨나자 새로운 권력자 박정희를 왕으로 받들게 됩니다.
왕당파로서 왕과 다름없는 독재자를 받드는 건 당연한 이치였죠.

이후 군부독재가 끝나고 원래라면 반민주(비양심)세력과 민주(양심)세력으로 나누는게 맞는데
노태우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상하게 흘러갑니다.
여전히 독재의 잔당들이 권력을 잡고 있다 보니 
권력자를 의식한 언론이 과거의 독재 세력을 지칭하는 언어들을 순화하기 시작해요.
박정희와 전두환 시절을 라 칭하며 대중의 반감을 희석한 거죠.
나중에는 더 다듬어서 아예 이라 부릅니다. 
완전 합법적인 느낌이 나도록.


그리고 90년대초 3당 야합으로 유신독재세력인 노태우와 김종필이 김영삼과 손을 잡았을 때
언론은 마침내 그들을 보수 세력이라 부르며 완벽하게 과거의 색깔을 지워줍니다.
우리가 아는 한국의 보수가 시작된 거죠.
이로 인해 김영삼과 같은 개혁보수 인사였던 김대중이 뜬금없이 진보 세력의 좌장이 되었고요.
이로서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좌우가 공존하는 현 정치 지형이 완성된 것입니다.

원래 보수와 진보는 프랑스 혁명 때 왕정을 반대하는 민주화 세력 내에서 처음 나타난 말이랍니다.
왕정을 지지하는 왕당파는 그냥 반민주 세력이고요.
그래서 왕당파에서 시작하여 군국전체주의와 권위주의를 거쳐 '국민의 힘'이 된 이들은 보수일 수가 없습니다.
기득권에 빌붙은 언론이
마치 한국의 민주주의 세력이 보수와 진보로 나뉘었다고 착각하게 만든 것 뿐이죠.
그러니 이제라도 우리는 제대로 된 명칭을 불러줘야 합니다.
북한이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라 왕정인 것처럼.

+
87년 6월 항쟁 전까지 친일 왕당파들은 학교에서 유신독재체제를 가장 좋은 민주주의라고 가르쳤습니다.
일제가 천왕을 중심으로 한 전체주의를 가장 좋은 체제라 가르친 것처럼 말이죠.
학교에서 처음 민주주의를 교육하기 시작한 것은 서울의 봄이 지나고 80년대 후반부터랍니다.
그 교육을 받은 첫번째 세대가 바로 현 4,50대 이고요.
그 이전 세대는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공산주의라고 믿었어요.(민주제의 완벽한 반대말은 왕정제입니다)
그래서 반공주의를 민주주의로 착각하고 있는 거죠.
그것이 태극기 부대가 가진 정치적 신념입니다.

+
계엄은 체포, 고문, 구금 등 온갖 불법 행위를 수반하기 때문에 사후에 행위자면책이 꼭 필요한데 
면책을 받는 방법은 죽을 때까지 집권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즉, 평생 집권하고 싶은 독재자들이 자행하는 통치 행위가 계엄입니다.
다시 말해 민주주의에서 왕정으로 가려는 시도인 거죠.
국민의 힘과 그 지지자들이 계엄에 찬성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설명한 대로 이들이 귀족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순화된 말로 엘리트주의인데요.
왕이 되진 못해도 왕과 비슷한 계급이 된다면 우리들은 일반 백성들과 다르게 살 수 있다!
반민주 세력인 그들의 오래되고 확고한 정신 세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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