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마켓컬리 등 새벽배송 노동자의 우울증과 자살 생각 빈도가 다른 노동자보다 3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알고리즘의 ‘보이지 않는 통제’에 과로로 내몰리며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받고, 사회적 고립에도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들의 노동권·건강권 보호에 뒷짐을 지고 있다.
조사 결과 새벽배송 노동자들은 과로로 인해 건강권·휴식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었다. 응답자 57.7%가 최근 한 달 동안 건강 이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 중 93.5%가 ‘아파도 일을 했다’고 했다. 65.0%는 ‘휴식을 할 수 없다’고 했고 85.4%가 ‘화장실 이용이 용이하지 않다’고 했다. 쉬지 못한 이유로는 ‘물량(38.8%)’ ‘시간 압박(27.7%)’ ‘쉴 장소가 없음(24.9%)’ ‘소득 감소(8.0%)’ 등이 꼽혔다.
새벽배송은 특히 수면 패턴에 큰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34.8%가 ‘최근 한 달 동안 잠들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이는 2023년 근로환경조사 참여 일반 노동자 평균(12.4%)보다 3.3배, 야간노동자 평균(16.3%)보다 2.7배 높다. ‘최근 한 달 동안 자면서 자주 깼다’는 응답도 41.8%로 일반 노동자(14.1%)와 야간노동자(17.9%)보다 높았고, ‘자고 일어나도 지치고 피곤하다’는 응답은 65.0%로 일반 노동자(18.4%)와 야간 노동자(28.3%)를 훨씬 웃돌았다.
수면 부족과 사회적 관계 단절은 정신건강 악화로 이어졌다. 응답자 47.4%가 ‘내 주변에 사람이 별로 없다’고 했다. 우울증상을 겪는 비율은 31.9%로 일반 노동자(10.8%)와 야간노동자(12.5%)보다 2~3배 높았다.
‘지난 1년 동안 자살을 생각한 적 있다’는 응답도 13.8%로 2022~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상 노동자 평균(3.9%)보다 2.4배 많았다. ‘자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적 있다(5.3%)’와 ‘자살을 시도한 적 있다(5.3%)’는 응답도 노동자 평균(각각 0.7%, 0.5%)보다 4~6배 높았다.
이들이 과로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건 알고리즘 등을 통한 플랫폼의 ‘보이지 않는 통제’ 때문이었다. 응답자 83.8%는 태블릿·앱 등으로부터 ‘업무 속도 관련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79.9%는 ‘배달 경로와 순서에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75.4%는 ‘최소한의 성과나 점수·별점을 유지하지 않으면 일감이 앱에서 자동 취소되거나, 일을 잃거나 일이 중지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형식상 ‘개인사업자’인 새벽배송 기사들이 실제로는 업무 지휘와 통제를 받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교수는 “작업과 일 수행에 있어 ‘실질적’ 자율성은 낮지만, 노동자 개인이 (차량 구입 등) 스스로 부담하는 비용은 높다”며 “통제와 지휘는 받지만 고용주가 책임져야 할 것은 벗어나고 있는 허구적 자율성”이라고 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11714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