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727378?sid=102
이들의 바람과 달리 윤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이 19일 새벽 3시쯤 공유되자 흥분한 지지자 300여명이 폭도로 변했다. 수십명의 지지자들이 먼저 법원 후문에서 경찰 저지를 뚫었고, “후문이 뚫렸다”는 외침과 함께 자신감을 얻은 나머지 지지자들은 법원 담을 넘었다. 경찰 바리케이드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극도로 흥분한 이들의 습격을 받은 법원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새벽 3시21분께 100여명이 법원 외벽과 유리창을 깨부수며 서부지법 본관에 진입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영장 기각”을 외치며 청사 내부에서 소화기·모니터·화분·안내판 등 집기를 눈에 보이는 대로 집어 던졌다. 우산이나 쇠파이프를 든 이들은 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판사를 찾겠다”며 격앙된 모습으로 판사실이 있는 7∼9층까지 올라갔다. 이들은 법정과 판사실 문을 하나하나 발로 차고 “어딨어?” ”없어”라고 소리를 지르며 수색했다. 다행히 차 판사는 구속영장을 발부한 직후 차를 타고 법원을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새벽 서울서부지법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대기 중이던 보안관리대는 대법원·서울고법의 파견 인원까지 합해 모두 15명이었다. 하지만 1층에서 경찰 저지선이 뚫리면서 보안관리대와 총무과 직원 등 20여명은 폭도들을 피해 8층과 11층 옥상으로 급히 대피했다고 한다. 당시 법원 내부에서 피신했던 직원은 “눈빛들이 너무 정상이 아니어서 상대할 수 없는 공포감을 느꼈다” “무법천지처럼 돌아다니는 시위대가 너무 처참해서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고 전국공무원노조를 통해 한겨레에 전했다.
폭도들이 법원을 습격한 지 11분 만인 새벽 3시32분께 경찰이 대거 투입되면서 진압이 시작됐다. 이때도 법원 후문 쪽에서 담을 넘는 이들이 속출했고, 경찰에 격렬하게 저항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1시간 뒤인 4시30분까지도 지지자들은 경찰 방패나 경광봉을 뺏어 경찰관을 폭행하는가 하면, 벽돌을 던지고 소화기를 난사하면서 대치를 이어갔다. 경찰은 5시30분에야 뒤늦게 완전진압복을 입은 기동대 1400여명을 투입했다. 30분 만에 법원 안팎의 지지자들을 대부분 진압했으나, 이미 법원은 쑥대밭이 된 뒤였다.
경찰의 대처가 지나치게 안이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미 윤 대통령 체포적부심이 기각된 직후부터 집회 분위기는 과열 상태였다. 윤 대통령 영장 발부에 따른 소요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경찰은 이날 새벽 서부지법 인근에 소수의 경찰력만 배치해 난동을 초기에 저지하지 못했다.
이날 진압 과정에서 지지자 46명이 건조물 침입, 기물 파손 등의 혐의로 체포돼 일선 경찰서로 연행됐다. 전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량 방해 등으로 연행된 40명을 더하면 이틀간 모두 86명에 이른다. 체포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경찰 부상자도 나왔다. 5명은 경상, 4명은 이마나 손가락이 찢어지거나 손가락뼈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었다. 서울서부지법은 이날 오후 “아직은 피해액 추산을 할 수 없고 정상적인 업무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