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식 구분에 익숙한 우리는
외향 :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내향 : 혼자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는
과 같은 도식으로 내향-외향을 이해하고자 하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부분은 사실 외향성이라는 성격의 부분적 특징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외향-내향의 카테고리를 사회성이나 social skill과 같은 측면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죠.
이러한 측면에서 오늘은
성격 심리학에서 규정하는 외향성이라는 성격의 본질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자극 추구형 vs 자극 회피형
외향, 즉, 외부로 향한다라는 명제에서 우리는 외부를 타인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즉, 타인들과의 관계를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쓰는 사람들을 외향, 내면 활동을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쓰는 사람들을 내향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하지만, 외(外)가 의미하는 바는 인간보다 훨씬 더 넓은 차원의 개념으로써, 인간을 포함한 보다 더 광의의 개념, 즉, "자극" 그 자체에 해당한다.
내향-외향의 구분에서
내외를 구분 짓는 분기점은 사람이나 관계가 아닙니다.
자극이죠.
본질적으로 접근해 보자면,
외향은 외부 자극을 지향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내향은 자극을 피해서 자신의 내면으로 향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다만,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자극들 중에서 가장 강렬한 자극이 "타인"이기 때문에,
마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외향-내향을 가늠하는 유일한 기준처럼 느껴지는 것일 뿐,
실제로는 타인 역시 많고 많은 자극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로만 내향-외향을 판단하는 건 지극히 지엽적인 접근인 것이죠.
외향인들은 인간관계 뿐만이 아니라, 자극 그 자체를 선호한다. 다만, 그 중에서 가장 자극적인 대상이 타인일 뿐. 따라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떠한지 여부가 외향인들을 온전히 규정할 순 없다. 관계 선호는 일부분일 뿐이니까. 가령,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유독 매운 음식은 못 먹는 케이스가 있듯이, 자극을 추구하는 외향인들 중에서도 유독 사람을 싫어하는 케이스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외향인은 사람이 아니라 "자극" 그 자체를 추구한다.
반면, 내향인은 사람이 아니라 "자극" 그 자체를 버거워한다.
그렇다고해서 내향인들이 자극을 무조건적으로 피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필요 이상의 자극이 부대끼는 것이죠.
비유하자면,
외향인들은 대식가와도 같아서, 맛있는 음식들을 최대한 많이 먹는 걸 선호합니다.
반면, 내향인들은 소식가와도 같아서,
아무리 맛있는 음식일지라도 계속 먹으면 부대끼고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말죠.
이처럼, 내향인들은 필요한 자극의 수요 자체가 적고,
그 수요가 채워졌다면, 그 이상의 자극거리들은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과식을 유발할 뿐이기에
에너지를 내면으로 돌려 불필요한 자극들에서 멀어지고자 하는 것입니다.
더 많은 자극이 필요한가? vs 지금 있는 자극만으로도 버거운가?
내향인들도 사람을 좋아할 수 있습니다.
다만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 필요 이상으로 엮이는 걸 꺼려할 뿐.
외향인들도 사람을 싫어할 수 있습니다.
사람 말고도, 나의 호기심과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다른 자극거리들이 얼마든지 많으니까요.
관건은,
인간은 저마다 자극을 채우는 각자만의 "잔(그릇)"을 지니고 있으며,
그걸 채우는 과정이 각자 지닌 잔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자극의 잔이 아담한 내향인은 일상 생활을 통해 금방 잔이 채워지므로,
부대끼는 외부의 자극들을 피해 내면 세계로 향하게 되는 것이고,
자극의 잔이 거대한 외향인은 그 엄청난 잔을 채우기 위해,
즐겁고 재밌는 일들을 찾아 오늘도 어김없이 집 밖으로 향하는 것이죠.
MBTI나 BIG 5의 외향성 검사 항목들 중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문항들이 많기 때문에,
인간 외 다른 자극거리들로 자신의 잔을 채우는 외향인들의 검사 결과가
I로 나오는 오류도 충분히 생길 수 있습니다.
외향인들도 자신의 다른 기질적 측면(고 신경성, HSP 등)이나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 불신감 등으로 인해,
점점 더 인간관계를 꺼리게 되는 케이스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나는 사람이 싫고, 관계가 버거우니까 내향형이겠지?
라는 생각에 스스로의 성격 정체성을 헷갈려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 나는 얼마나 새롭고 흥미로운 자극거리들을 추구하는가?
- 나는 평소에 얼마나 활동량이 많고, 다양한 취미 생활들을 영위하는가?
- 나는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등의 욕구가 얼마나 많은 사람인가?
와 같은 항목들로 스스로를 진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혼자를 추구하는 외향인들도 많다. 관건은 내가 얼마나 많은 자극이 필요한 사람인가이므로, 혼자서도 열정적으로 다양한 활동들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검사 결과와는 상관없이 외향인에 더 가까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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