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바라본 숲의 묘사
동그랗고 예쁜 눈이었다.
유리구슬 같은 눈이 얇은 눈꺼풀 너머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퍼석한 입술과 입술 사이의 입꼬리가 그리는 부드러운 곡선을 보니 갑자기 부끄럽고 창피한 기분이 밀려들었다.
그 시선, 손짓, 미소.
낯설고 간지럽고 이상한 것들.
그 애의 체구는 작았고 얼굴은 낚시꾼이 먹던 빵처럼 희었다.
그리고 다 낡아 해진 교복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 애는 누굴까."
지금의 상태는 이상했다.
뭔가를 망치게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애는 늘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뚱한 얼굴로 하천을 바라봤다.
그 애는 항상 흙투성이였고 뚱한 얼굴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물은 갈수록 숲이 궁금해졌다.
궁금함은 갈증 같아서, 물속에 있는데도 목이 말랐다.
녹조 낀 물을 마구 마셨지만 소용없었다.
물은 이 갈증이 숲과 함께하는 순간에만 가신다는 걸 알았다.
이영...
물은 숲의 이름을 속으로 되뇌었다.
이영. 이응이 두 개라 매끄럽게 발음되는 이름이었다.
숲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스러다가 어떤 충동으로 이영을 불렀다.
"이영."
"여울, 널 만나러 왔어"
"보고 싶었어, 이영."
서로의 이름을 부르자 세상이 암전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