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 오싹오싹! 미스테리•공포 게시물은 오싹공포에 있어요 🧟 l 
공지가 닫혀있어요 l 열기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쇼콘!23ll조회 824l

재능과 반복 | 인스티즈




https://m.khan.co.kr/article/202006160300115#c2b

재능과 반복 | 인스티즈

[직설]재능과 반복

열아홉 살 때는 재능에 관해 자주 생각했다. 글쓰기 수업에서 친구의 글과 내 글을 비교하다가 질투에 사로잡히는 시절이었다. 내가 더 잘 쓴 것 같다며 우쭐해지는 날도 있었지만 다음 주에 친

m.khan.co.kr





열아홉 살 때는 재능에 관해 자주 생각했다. 글쓰기 수업에서 친구의 글과 내 글을 비교하다가 질투에 사로잡히는 시절이었다. 내가 더 잘 쓴 것 같다며 우쭐해지는 날도 있었지만 다음 주에 친구가 써온 새로운 글을 읽다보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낭패감이 들기 일쑤였다. 수업에서 우리는 정서적으로 엎치락뒤치락하며 매주 한 편의 글을 썼다.

나는 나에게 재능이 있는지 궁금했다. 재능은 누군가를 훨씬 앞선 곳에서 혹은 훨씬 높은 곳에서 출발하게 만드는 듯했다. 재능이 있다면 더 열심히 쓸 참이었다. 만약 없다면 글쓰기 말고 다른 일을 열심히 해볼까 싶었다. 어떤 어른은 나에게 재능이 있다고 말했다. 어떤 어른은 나에게 재능이 없다고 말했다.

스물아홉 살인 지금은 더 이상 재능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된 지 오래다. 꾸준함 없는 재능이 어떻게 힘을 잃는지, 재능 없는 꾸준함이 의외로 얼마나 막강한지 알게 되어서다.

재능과 꾸준함을 동시에 갖춘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창작을 할 테지만 나는 타고나지 않은 것에 관해, 후천적인 노력에 관해 더 열심히 말하고 싶다. 재능은 선택할 수 없지만 꾸준함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십 년 전의 글쓰기 수업에서도 그랬다. 잘 쓰는 애도 매번 잘 쓰지는 않았다. 잘 못 쓰는 애도 매번 잘 못 쓰지는 않았다. 다들 잘 썼다 잘 못 썼다를 반복하면서 수업에 나왔다. 꾸준히 출석하는 애는 어김없이 실력이 늘었다. 계속 쓰는데 나아지지 않는 애는 없었다.

어쩌다보니 글쓰기 교사로 일한 지 6년째다. 학생 때 글쓰기 수업을 너무 열심히 들은 나머지 결국 글쓰기 교사가 되어버린 경우다. 십대들의 과제를 검사하다보면 수북이 쌓인 원고지들 사이에서 유독 빛나는 한 장을 발견하곤 한다. 다른 것과 똑같은 모양의 원고지인데 유독 그 원고지만 눈에 띈다. 나는 그것이 재능임을 느낀다. 어떤 아이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놀랍도록 탁월한 문장을 쓴다. 그가 제출한 원고지에서는 휘황찬란한 빛이 나는 것만 같다. 재능의 광채다.

그런 글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지만 웬만하면 재능이라는 말을 빼고 피드백을 적는다. 그저 너의 글을 읽는 것이 너무 즐겁다고 쓴다. 로맹 가리의 엄마는 어린 로맹 가리의 문학적 재능을 발견하고 기대감에 부풀어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너는 커서 톨스토이가 될 거야! 빅토르 위고가 될 거야!” 글쓰기 수업에서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커서 네가 될 거야. 아마도 최대한의 너일 거야.” 로맹 가리도 결국 로맹 가리가 되었다. 반복적인 글쓰기와 함께 완성된 최고의 그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그저 다음 주의 글감을 알려주며 수업을 마친다. 얼마나 평범하거나 비범하든 결국 계속 쓰는 아이만이 작가가 될 테니까.

십대 때 함께 글쓰기 수업에 다녔던 친구가 얼마 전 나에게 말했다. 어느새 너는 숙련된 세탁소 사장님처럼 글을 쓴다고. 혹은 사부작사부작 장사하는 국숫집 사장님처럼 글을 쓴다고. 나에게 그것은 재능이 있다는 말보다 더 황홀한 칭찬이다. 무던한 반복으로 글쓰기의 세계를 일구는 동안에는 코앞에 닥친 이야기를 날마다 다루느라 재능 같은 것은 잊어버리게 된다.

요즘엔 원고 마감을 하러 모니터 앞에 앉은 뒤에 한마디를 읊조린다. “생스, 갓.” 나는 종교가 없고 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이 세계의 어딘가를 향해 감사 인사를 올린다. 써야 할 이야기와 쓸 수 있는 체력과 다시 쓸 수 있는 끈기에 희망을 느끼기 때문이다. 남에 대한 감탄과 나에 대한 절망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그 반복 없이는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기꺼이 괴로워하며 계속한다. 재능에 더 무심한 채로 글을 쓸 수 있게 될 때까지.


이런 글은 어떠세요?

 
👍
24일 전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혹시 지금 한국이 아니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유머·감동 난 솔직히 결혼 아직 못한 친구 보면서 위안받음148 헤에에이~1:3281985 1
이슈·소식 소변 본 뒤...콧물처럼 길게 늘어지는 분비물의 정체96 우우아아02.23 21:1586254 4
유머·감동 한끼 식사로 충분한지 부족한지 논란이 되었던 사진45 꿀사과구나11:2019816 0
유머·감동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인생이 무너지는 증상 13120 어니부깅5:0950800 6
정보·기타 어르신들 많이 중독돼 있다는 약국약79 가족계획02.23 21:2275367 0
케이윌 '아는 형수' 탄생 비화 공개 "기혼자 형들 말 못 믿어서”(내편하자4) 즐거운삶 14:50 352 0
오정세, '별물' 종영 소감 "멀고 험난한 여행길 함께 한 스탭+배우에게 감사” nowno.. 14:44 707 0
귀지 색깔 확인해 보세요1 인스티즘 14:44 1441 0
현재 초비상이라는 인천 송도신도시 집값.JPG6 우우아아 14:40 2702 0
의협, 의료사고 완전면책 요구6 신고져 14:33 1703 0
차 빼달라고 문자 80통 넘게 받음.jpg7 LenNy.. 14:25 4644 0
프롬에서 팬을 제대로 오해해버린 아이돌 치즈냥잡아묵자 14:21 2311 0
계엄과장의 단호한 답변에 진심으로 당황한 계엄사령관 박안수 더보이즈 상연 14:18 822 0
자존감을 높여주는 화장실 참섭 14:17 3284 0
고양 음식점서 여성 2명 흉기에 찔려…용의자 추적 중1 14:15 1639 0
김새론 이거 맘아프다2 인어겅듀 14:13 7116 0
강형욱 무혐의 받고 화려한 복귀3 신고져 14:09 4996 0
여친이 나랑 미래가 안 그려진다는데 피벗테이블 14:08 2867 0
"성관계 후 걸렸다"…日서 폭증하더니 韓 2030세대 덮친 '이 병'1 언행일치 14:06 5034 0
규빈 첫 미니앨범 타이틀곡 'LIKE U 100' MV TEASER 넘모넘모 14:04 198 0
서울에서 내집마련은 연예인도 쉽지 않은 일 .jpg 텐트밖은현실 14:03 5115 0
본인 무대 매번 립싱크 했다고 고백한 20만장 판매 가수1 원하늘 노래=I.. 13:47 8281 0
직원 근무복 사이즈를 물어보면 안 되는 이유7 신고져 13:35 10484 1
지금 온 커뮤가 난리난 단톡방 대참사 (경희대)6 마롱이야 13:33 5218 0
역대급이라는 어제자 이혼숙려캠프.JPG (혈압주의)44 우우아아 13:28 11857 1
이슈
일상
연예
드영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