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가 말한 덩치는
우락부락 근육 뿜뿜말고 그냥
약간 왼왼 느낌끼리 곱해보는..그런 겁니다
암튼 시작

서서경.
대한민국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태서 그룹의 둘째 아들이지만
또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그의 비밀은
서구영 회장이 밖에서 낳아 온 아들이란 것.
"체형이 발레 하기에
아주 이상적인데요?"
새어머니 김문경이 이사로 있는
그룹 산하 발레단 단장이 7살의
서경을 보고 인사치례처럼 한 말.
그 길로 서경은 악기 하나 쯤은
다룰 줄 알아야 한다며 바이올린을 배우던
형 서진처럼 취미삼아 발레를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단장의 말이 인사치례가
아니었는지 서경은 이내 여기저기서
입상을 하며 또래들 중에서 손에 꼽히는
발레 영재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그건 좋은 구실이 되었다.
눈에 가시 같은 남편의 혼외자가 행여나
제 아들의 앞길을 막을까 염려했던 문경에게.
"얼마나 좋아요. 태서 그룹의
차남이지만 예술가의 길을 택한
세계적인 발레리노란 타이틀.
그룹 이미지에도 득 되고."
문경의 말에 구영도 솔깃했다.
큰아들 서진은 세계적으로 더 커 나갈
그룹의 총수로, 둘째 서경은 세계적인 예술가로
명성을 떨치고 살면 경제 찌라시 일면에
심심치않게 등장하는 재벌가 형제들 간의
경영권 다툼 이야기는 남일이 될 터.
이후 서경은 철저히 태서의 후계 구도에서
제외되어 온전히 발레에 올인하는 삶을
살게 되었고 불과 몇주 전까진
파리 XX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로
파리에 거주 중이었다.
쿵쿵쿵.
평화로웠던 어느 토요일 아침.
모처럼의 늦잠을 자고 있는 서경의 아파트를
태서 그룹 파리 지사의 직원들이
찾아와 문을 두들기기 전까지는 말이다.
속보: 태서그룹 서구영 회장과
서서진 부회장 XXXX 순방 중
폭탄 테러로 사망.
해외 공장 기공식에 참석차
나갔던 아버지와 형이 하필 그 나라의
극우 집단의 폭탄 테러로 하루아침에
사망했다는 뉴스 속보를 서경은
만우절 아침의 얼토당토않은 루머를 듣는
사람처럼 찌푸린 얼굴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12시간 뒤.
서경은 인천공항에 내리게 된다.
3년만의 고국이었고
그런 서경을 마중 나온 건
“오랜만에 뵙습니다”
서경이 어려서부터 태서 그룹 본가에서
같이 살던 운전기사 곽씨 아저씨의
조카이자, 서경보다 5살 위였던 형.
정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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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경
초등학교때부터 국내외 유수의
발레 콩쿨들을 휩쓸다 18살 때
세계적으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XX 콩쿨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유명해졌다.
거기에 재벌가 아들이라는 사실은
발레리노로써의 유명세에 더 불을 당겼다.
철저히 그룹 일에는 배제된
삶을 살다가 형과 아버지의
갑작스런 비보 이후 태서 그룹의
후계자로 지목된다.
사람들은 경영의 경자도
모르는 게 핏줄이란 이유만으로
그룹을 이어 받을 거라고
연일 떠들어대고 새어머니
문경은 제 친정 식구들을
앞세워 서경을 내치고 그룹을
차치하려 애를 쓴다.
모든게 힘들고 지치는 일이다.
그룹 일 따위 애초 관심도 없었다.
아니 그렇게 자라와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겠다.
다 버리고 도망가고 싶다.
그런데 그런 그를 정우가 붙든다.
태서를 지키라고. 가지라고.
자신이 돕겠노라고.

허정우
조실부모하고 그 후로 쭉 외삼촌과
태서 그룹의 그늘아래서 살았다.
그러면서 동갑내기인
태서 그룹의 첫째 서진의 친구라
쓰고 수족으로 읽는 관계가 되어
그룹의 후원을 받으며 컸다.
태서 재단의 학교를 다니고
서진의 부속품으로 딸려 유학도 다녀왔다.
그것은 지긋지긋한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친구란 이름을 빙자한 갑
서진을 감내하는 것은.
그럼에도 태서란 이름이 주는
그 그늘이 좋아 태서를 벗어나지 못했고
현재 태서 그룹 미래경영기획실 1팀의
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갑작스런 회장님과 서진의 죽음 이후
서경을 온전한 태서의 주인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서경의 태서가 곧 자신의 태서이기도 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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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도련님."
서경은 정우를 따르고 좋아했다.
내놓고 차별하진 않았어도 정 붙일 곳 하나
없었던 어린 시절, 서경이 유일하게
마음 놓고 의지를 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운전기사 곽씨 아저씨와 그의 조카 정우였다.
어린 서경은 생각했었다. 서진이 아닌
정우가 내 친 형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중학생 무렵
그 생각도 바뀌게 되었다.
자신이 정우를 좋아하는 마음의 정확한
의미와 그 방향성을 알게 되었으니까.
그땐 정우가 친 형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그런 정우가 막 출국장을 나온 서경의
앞에 서서 깍듯한 목례와 함께 존댓말을 한다.

"뭐야 갑자기 웬 존대?
거리감 느껴지게"
그 존댓말이 문득, 아버지와 형이
죽었다는 사실보다 슬프게 와닿는 서경이다.
**

공항 밖을 나서자마자
우르르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기자들은 아버지와 형을 잃고도
덤덤해 보이는 서경의 얼굴을 향해
연신 플래시를 터트리며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조만간 그룹 차원에서 공식 입장 발표가
있을 예정입니다 갑작스런 비보에 슬픔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달려오신 분입니다
부디 아들과 동생으로써의 마지막 예를
다 할 수 있도록 배려 부탁드립니다"
정우는 침착하게 서경을 그런 기자들의
틈에서 구해 내 차에 태웠다.
**

"안 본 새 많이 변하셨네요
아무리 그래도 세간의 이목이 지금
도련님에게 쏠려 있는 상황입니다
아버지와 형을 잃은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매끈하게 올린 머리와 가죽 재킷은
적합해 보이지 않습니다
도련님이 상주십니다
다시 스타일링 하실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이럴 때는 또 내가 태서
둘째 아들인가 보지?
평생 태서랑 상관없는 사람 취급 해놓고?
난 그냥 부모상과 형제상을 당해서
휴가 내고 잠깐 들어 온 일개 직장인인데
이런 꼬라지면 뭐 어때서?
아 온김에 대사관 들려서
비자 연장이나 좀 미리 해놔야겠네"
서경은 깍듯하게 구는 정우를 향해 괜히
비아냥 거린다.
**

"웃기지 않아? 아버지 형 다 죽고 나니까
이젠 나보고 태서를 이어 받으라네?
그러면 내가 아 예 감사합니다
바라던 바입니다 하고 해야 돼?
나 겨우 2주 휴가 받아서 한국 나왔어
다시 파리로 돌아가야 돼
두달 뒤부터 내가 지그프리트 왕자거든"

"당연히 이제 발레는 그만 두셔야합니다
발레단과 파리의 집은 저희가 알아서
잘 정리하겠습니다"
"뭐래 누구 맘대로?
내 인생 30년 몸 갈아 바친 결과물이
거기 다 있는데 누구 마음대로?
평생을 그룹 일 근처에도 얼씬대지 말라고
그렇게 배척했으면서 평생 춤만
추고 산 나한테 이제와서?"
"지그프리트 왕자가 아니라 더 높은
곳을 바라보셔야죠 걱정하지 마세요
도련님은 일종의 대의명분입니다
태서의 서씨 일가가 아직은 건재하다는
어차피 도련님 밑에는 유능한 직원들이
그에 맞게 받아가는 충분한 연봉에
부응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으니 도련님은 그들의 도움을 받아
태서는 전혀 위태롭지 않다는 걸
주주들에게 보여주시면 됩니다"

"말은 그럴싸하네
근데 나를 도울 그 충분한 연봉을 받는
유능한 직원들에 허 팀장도 포함이야?"

"물론입니다"
**

"여보세요"
"어디십니까 도련님"
전화기 너머 정우의 목소리.
그놈의 도련님 도련님.
서경은 신경질적으로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다.
곧바로 다시 전화가 울린다.
거절하기 버튼을 연달아 눌러도
계속 울리는 전화기.
아예 핸드폰을 꺼버릴까하다 전화를 받는다.
"도련...."
"내가 왜 도련님이야?"
"........"
뼈있는 말에 전화기 너머 정우는 말이 없다.
끝까지 허팀장 모드로 굴겠다 이거지?
다시 전화를 끊으려는데....
"서경아 어디야?"
낮게 울리는 따듯한 목소리.
서경이 기다렸던 비로소 그 목소리다.

**

"평생 형을 그리워했어
아버지와 서진이 형 소식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이 뭐였는지 알아?
아.. 한국에 들어갈 수 있겠구나
그럼 형을 볼 수 있겠구나
그 생각이 먼저 들더라 쓰레기 같이"

"서경아.... 태서를 갖자
네가 태서를 가져야 돼
그러기 위해선 넌 서서경이 아니라
내게 도련님이 되어야 해 난 형이 아니라
하 팀장이 되어야 하는거고"

"여전히 평행선이네 우리"
덩치 X 덩치 외않대..
허남준 약간 관상에 발레 있지않아?
(피지컬 말고 그냥 관상만...
발레 알못이라 ㅈㅅ)
누가봐도 얘가 공! 얘가 수!
이런거 말고 그냥 같은 체급끼리 붙는
로맨스도 짱잼일 것 같아서 써봄..
나만 캐미 느낄 시 ㅈ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