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라라랜드 감독으로 널리 알려진
데이미언 셔젤(1985년생)이 남긴 위플래쉬 관련 인터뷰

인터뷰어 : (플래처 캐릭터에 대한 질문)
셔젤 : 플래처는 항상 거대한 괴물과 같은 인간으로 보여집니다. 주변에서 그를 괴물로 보고 두려워 하기에 그는 마음껏 학생들을 학대하고 군림하죠. 한 사람의 위대한 뮤지션을 발굴할 수 있다면 불도저처럼 돌진해 와서 모든 이를 그 진로에서 깔아뭉개는 자 입니다. 길에 버려지는 희생자들은 신경쓰지 않죠. 정말 나쁜 놈이에요. 때문에 제 입장에서 플래처는 집필하기에 신선한 역할이었습니다.JK 시몬스에게도 빠져들어 연기할 수 있는 역이었죠.
그를 무르게 표현하지 않는 것은 영화에서 매우 중요했습니다. 플래처의 행동을 최대한 저속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죠. 플래처가 연주자들을 대하는 장면을 보고 “음, 그래도 저 사람 착할지도 몰라” 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을 거예요. 저는 ‘심술난 늙은 스승이 알고보니 열정 가득하고 순수한 분이었다’ 따위의 영화가 되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플래처는 그 캐릭터 자체로 이 영화를 관통하는 ‘질문’인 셈이니까요. 소위 ‘위대함’이라는 명목 하에서 이런 행동은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 ‘위대함’이란 무엇이며, 어느 한 시점에서 위대함이 인간성을 상실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을 영화를 통해 제기하고 싶었고, 또 그런 논의를 일으키기를 바랐습니다.
인터뷰어 : 플래처에게 배울 만한 교훈이 있을까요?
셔젤 : ‘참가상은 득보다 해를 끼친다’는 그의 철학은 흥미롭습니다. 그는 학생을 심하게 다그치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 그 가능성을 보고도 그것을 실현하도록 모든 수단을 다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잘못이라고 생각하죠. 플래처에게 발견할 수 있는 고귀함이 있다면 바로 그가 하는 모든 행동들이 결국 음악을 향한 매우 깊은, 거의 비현실적인 열정에서 비롯된다는 점입니다. 그런 애정은 오늘날 사회에서 무시 당하고 있죠. 음악에 대한 사랑이 너무 진실되어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로막는다고 봅니다.
인터뷰어 : 결말 부분에서 플래처가 앤드류의 뒤통수를 친 게 단순히 복수가 아니라 사실은 모두 앤드류의 도약을 위한 계획일 수도 있겠군요?
셔젤 : 그 부분은 각자의 판단에 남기기를 바랐습니다. JK 시몬스가 저와 다른 관점을 가지고 연기했을 수도 있지만, 저의 관점을 밝히자면 저는 플래처가 단순히 나쁜 짓을 하기 위한 나쁜 놈인 적은 없다고 봅니다. 영화 내내 그는 앤드류를 계속 닥달하고 시도하고 또 시도하지만 효과가 없습니다. 앤드류가 실패하는 만큼이나, 플래처도 실패합니다. 마침내 그는 자신의 (어차피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 지휘자 커리어를 걸고 앤드류가 헤어나오지 못 할만큼의 웅장한 덫을 만듭니다. 그의 바람은 두가지인데 하나는 더이상 앤드류를 신경 쓸 필요 없게 깨끗히 지워버리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앤드류가 찰리 파커처럼 잿더미에서 일어나 최고의 연주를 들려주는 것이죠.
저는 그가 이미 두 가지 결과에 대해 다 준비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대에서의 앤드류의 집념은 플래처를 놀라게 했죠. 그 부분은 저에게 아이러니입니다. 예술의 절정에서 영화가 끝나지만 해피엔딩은 아닙니다.
인터뷰어 : 영화 엔딩 이후의 둘은 어떻게 될가요? 영화의 마지막에선 함께했지만 제 느낌에 이 둘은 영원히 서로를 중오할 것 같은데요.
셔젤 : 맞아요. 그 둘 사이에는 앙금이 계속 남아있을 거예요. 플래처는 영원히 그가 승리했다고 여길 것이고 앤드류는 슬프고 공허한 빈 껍데기 인간이 되어 30세의 젊은 나이에 약물 과다복용으로 죽겠죠. 저는 이후에 벌어질 둘의 관계에 대해서 아주 어두운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터뷰어 : 포스트스크립트(p.s/추신)으로 딱인데요? ‘그리고 나이 서른에 그는 약물 과다 복용으로 죽는다’
셔젤 : 좋은데요? 마블 영화들처럼 마지막 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 “참, 근데 말이야.(Oh, by the way” 하고 장례식 장면이 나오는 거죠.
인터뷰어 : 그리고 플레처가 나와서 추모사를 하고요.
셔젤 : “감사할 줄도 모르던 배은망덕한 애새끼.”

tmi 셔젤도 재즈 드러머를 꿈꿨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