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뛰라고 할 때
멈추지 말라고 할 때
엄마는 내 손을 잡고 잠시 쉬라 하셨지
남들이 참으라 할 때
견디라고 말 할 때에
엄마는 안아주시며 잠시 울라 하셨지
다 갚지도 못 할 빚만 쌓여가는구나
<엄마, 강아솔>
가사입니다
생각은 언제나 빠르고
각성은 언제나 느려
그렇게 하루나 이틀
가슴에 핏물이 고여
흔들리는 마음 자주
너에게 들키고
너에게로 향하는 눈빛 자주
사람들한테도 들킨다
<개양귀비, 나태주>
매화꽃 졌다 하신 편지를 받자옵고
개나리 한창이라 대답을 보내었소
둘이 다 봄이란 말은 차마 쓰기 어려워서
<개나리, 이은상>
너를 사랑하는 건
너에게서 힘껏 달아나는 것
<그들은 달린다, 이성미>
넌 충분히 할 수 있어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용기를 내야 해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었습니다
용기를 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못해요
<용기, 이규경>
천둥소리 내 안에서
머뭇거리는 것을 보니
오랫동안
구름으로 살다 보면
그대
이마를 적시는
비가 되어
내릴 수도 있으리라
<그리움, 김초혜>
이제 지구 전체가 그대 몸이고 맘이다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나태주>
밤 하늘에 긴 금이 갔다
너 때문이다
밤새도록 꿈꾸는
너 때문이다
<별똥별, 강은교>
그립지 않은 날은 없었다
어떤 불운 속에서도 너는 미치도록 환했고, 고통스러웠다
때가 오면 바위채송화가 가득 피어 있는 길에서 너를 놓고 싶다
<오십 미터, 허연>
있잖아, 잘 있어?
네가 쓰다 지운 울음 자국들이 오로라로 빛나는
바보야,
여기는 잊혀진 별 명왕성이야
<명왕성에서 온 이메일, 장이지>
다만 다만 하나의 반짝이는 너를
나는 가슴에 담고
앞으로도 너를
사람들은 별이라고 부르리라
<별, 권선옥>
되돌아 올 자리도
가서 숨을 곳도 없이
미친 채로 떠도는
너무 청명한 날
해가 무겁다
<밝은 날, 김용택>
'내가 아픈 곳은 달의 뒷면 같은 데에요. 피 흘리는 곳도, 아무는 곳도, 짓무르고 덧나는 곳, 썩어가
는 곳도 거기에요. 당신에게도, 누구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보이지 않아요.'
<바람이 분다 가라, 한강>
소년 너를 보면 맑은 하늘에도 무지개가 뜨고
사막에도 푸른 초원의 빛이 다가온다
<소년 너를 보면, 박원자>
자다가 눈을 떴어
방안에 온통 네 생각만 떠다녀
생각을 내 보내려고 창문을 열었어
그런데
창문밖 있던 네 생각들이
오히려 밀고 들어오는거야
어쩌면 좋지
<어쩌면 좋지, 윤보영>
우리 사이에 남겨진 말들이 지나치게 문학적이라고 생각해
쓰지 않는 그것들을 살아가는 것으로 대신할 줄 아는 너를,
너를
당장에 찾아가려 했어
그렇지만 잠깐 멈춰서
조금 마음을 가다듬고
달려가고 있다, 너에게
<마르고 파란, 김이강>
깊이 앓으십시오
앓음답도록
아름답도록
<너 외롭구나, 김형태>
너는 날아갈 것이다
날아가지 마
너는 날아갈 것이다
<새, 심보선>
꽃잎마다 그를 앓는 편지를 쓴다
어딘지 좀 채도가 부족한 생각일까
<꽃의 사서함, 김지명>
당신은 삶이 멈춘다면
여기까지구나라고 한댔지
그 음절은 바람만큼이나 슬펐고 세상의 보풀을 느끼게 했다
<불한당들의 모험 48, 곽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