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가 살아낸 무수히 많은 시간.
우리는 그 시간들을 함께 공유한다.
내가, 그대가 살아 온 그 각자의 삶에 접속한다.
방탄소년단의 접속, 라이프
07 #
[김태형, 모델. 화보 촬영장]
화보촬영 준비를 한다며 지난 밤 내게도 마스크 팩을 붙여주던 그가 오늘 아침은 굉장히 예민한 표정을 하고서 방에서 나왔다.
세진씨 말에 의하면 스케줄이 있는 날이면 한껏 예민해진 채 방에서 나온다는 그였다.
아마도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이나 열정일 것이다.
그런 그가 내게 오늘의 화보 촬영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저희 군대 가기 전 마지막 콘서트 때 무대의상 만들어 주셨던 디자이너 선생님께서 가을을 주제로 클래식한 패션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여주씨는 가을하면 떠오르는 패션이나 아이템 있어요?”
“아무래도 트렌치코트가 가장 클래식한 아이템 아닐까요?”
“오, 맞아요. 이번에 트렌치 포함해서 컬러도 무채색, 브라운, 버건디가 화보의 주된 콘셉트에요.”
예전 영상들이나 숙소에서 보던 마냥 천진난만한 그의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진지하게 콘셉트 북을 보며 내게 오마주된 사진들을 설명한다.
내가 알던 그가 또 새롭다.
촬영장에 도착해서는 사진작가님과 관계자분들과 인사하며 그가 잠시 내가 알던 모습으로 돌아오는 듯 했지만 이내 분장실에 들어가며 또 바뀌었다.
“태형이가 하는 짓은 헐렁해 보여도 자기 일에는 진짜 꼼꼼하거든요. 아마 오늘 촬영보고 있으면 좀 피곤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기대 되요.”
“작가님이 왜 여주씨를 출연자로 뽑았는지 알 것도 같네요.”
“왜요?”
“매사에 되게 적극적이고 호기심이 많은 것 같아서요.”
“기왕 하는 거 열정적으로 하면 좋잖아요. 다시없을 기회인데.”
“덕분에 애들이랑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아직 촬영도 안한 정국이도 그렇고 남준이나 호석이 지민이도. 다들 여주씨랑 같이 지내는 거 재밌어 해요.”
“다행이네요. 저도 요즘 복 받았다는 생각, 되게 많이 해요.”
세진씨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태형씨가 분장실에서 나왔고 콘셉트 북을 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이내 촬영을 시작했다.
한 사람의 화보촬영을 위해 수십 명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아침부터 분주하던 촬영장은 오후가 지나도록 쉴 틈이 없다.
매니저님은 내게 대기실에 들어가 쉬어도 된다고 하지만 지금 나는 저 사람들의 삶속에 들어와 있으니 쉽게 알겠다고 대답하기 힘들었다.
벌써 수백 번도 더 셔터를 눌렀겠지만 그도, 사진을 찍는 작가님도, 만족하지 못하는 듯 몇 번의 셔터 음이 들리고서야 오케이 사인이 나왔다.
잠시 쉬었다 가자는 말에 태형씨가 의자에 앉아 방금 전 찍은 사진들을 모니터링한다.
그의 옆에 다가가 사진들을 보니 확실히 분위기부터 남다르다.
“여주씨가 보기에는 어떤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저요? 음, 저는 여기 두 번째 줄에 가운데. 이 사진이요.”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하자 작가님이 그 사진을 띄어주신다.
작가님도 태형씨도 유심히 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여주씨라고 했나요? 왜 이 사진이에요?”
“이 사진이 가을 같아요. 공허함, 쓸쓸함, 가을 특유의 브라운 색감도 잘 살아 있는 것 같고. 아,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감각있게 잘 골랐어요. 태형씨가 파트너를 잘 만났네.”
“그러게요. 저도 이 사진 마음에 들어요.”
작가님의 칭찬에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에게 듣는 칭찬이 얼마만인지, 마음이 간질거린다.
꿀 같던 잠깐의 휴식이 끝나고 다시 촬영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아까와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며 이내 눈빛이 변했다.
빠르게 진행되던 촬영은 3시간이 더 지나고야 끝이 났다.
촬영이 끝나자 짙은 화장을 닦아낸 태형씨는 다시 어제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끝났다는 기쁨 때문인지 차에 오르는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한 가득 걸렸다.
“와, 드디어 끝났다.”
“태형씨. 이제 정국씨랑 떡볶이 먹을 수 있겠네요?”
“안 그래도 오늘 정국이랑 가기로 했어요.”
“정국씨가 떡볶이를 진짜 좋아하나 봐요.”
“잊을 수 없는 맛이잖아요.”
떡볶이를 생각하니 행복한지 그가 손을 모으고 기대된다며 얼른 저녁이 왔으면 좋겠다며 웃는다.
숙소에 도착해 태형씨가 피곤하다며 방으로 들어가고 나도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세진씨가 나를 붙잡는다.
“여주씨. 태형이는 좀 이따 정국이 만나러 간다고 하고. 전 남준이랑 저녁 할까, 하는데 같이 가실래요?”
“제가 가도 되는 건가요? 매니저와 리더의 밀회 아니에요?”
“저번에 취해서 실수한 것도 있고. 저희의 보담이라고 생각해주세요.”
“그럼 갈게요.”
어떨 결에 세진씨와 남준씨를 만나러 밖으로 다시 나왔고 작업실 주변에서 만나기로 했다며 차를 타고 이동했다.
평소와 달리 작업이 빨리 끝났는지 7시가 좀 넘자 남준씨가 식당으로 들어왔다.
“여주씨도 오셨네요.”
“세진씨가 같이 가자고 하셔서 따라왔죠.”
“잘하셨어요.”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우리는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마지막 촬영에 대해 남준씨가 물어왔다.
“저번에 듣기론 섬투어라고 하시던데.”
“어디갈지 정해봤는데 아무래도 조용하고 사람들이 많이 없는 곳이 좋을 것 같더라고요. 기관에서도 그런 곳을 원하고. 그래서 청산도로 정했어요.”
“청산도요? 저 처음 들어봐요.”
“혹시 서편제라는 영화 알아요?”
“아! 처음에 판소리로 시작하는 영화 맞죠? 돌담길 지나오는.”
“그 영화 찍은 곳이에요. 섬 자체도 조용하고 예뻐요.”
“와, 벌써 기대 되요.”
“정국이가 좋아하겠네.”
“패러디하겠다고 열심히 찍어대겠다.”
“여주씨 정국이랑 많이 친해지셨다면서요. 우리도 아직 떡볶이 집까지는 못 가봤는데.”
“정말요?”
“정국이가 고집이 있어서 사오기는 해도 알려주지는 않더라고요. 그런데 여주씨랑 같이 갔다기에 웬일인가 했죠.”
“아, 그날 정국씨 작업실 가기 전에 같이 밥 먹었거든요. 집 밥 좋아한다고 해서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밥 해드렸거든요.”
“와, 정국이가 여주씨 집 밥이 진짜 마음에 들었나봐요.”
“그러게요. 석진이 밥에는 꿈쩍도 안하더니.”
한동안 나와 친해진 멤버들에 대한 얘기로 분위기가 떠들썩했다.
그러다 연습실에서 안무연습을 했던 일에 대해 남준씨가 신기해 했다.
“저는 기억나는 안무가 별로 없는데.”
“데뷔곡은 연습 되게 많이 했었거든요. 그래서 인지 노래가 나오니까 몸이 기억하더라고요.”
“호석이가 여주씨 얘기 많이 했어요. 지민이도 그렇고 말이 되게 잘 통하고 안무연습도 덕분에 즐겁게 한다고.”
“맞아요. 홉이가 원래 자기 얘기 잘 안하는데 요즘은 여주씨랑 촬영했을 때 얘기 많이 해요.”
“그렇게 거울 보면서 춤춰본 거 오랜만이었어요. 즐거워서 그랬나 봐요. 뭘해도 자꾸 웃음이 나더라고요.”
“힘들었을 텐데.”
“진짜 즐거웠나 봐요, 힘든 줄도 몰랐어요.”
그때를 생각하니 또 웃음이 난다.
춤을 추고 땀을 흘리면서도 그게 왜 이렇게 상쾌하다고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호석씨, 지민씨와 함께 한 시간들이 머릿속에 맴돈다.
함께한 연습실. 일식집, 웃고 떠들던 숙소 앞 공원 따위들이 잊히지 않는다.
“덕분에 다들 즐거워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덕분에 애들도 한번 씩 더 웃는 것 같고.”
“여주씨 덕분에 숙소생활이 다시 즐거워지는 것 같아요. 애들도 좋아하고 잘 지내줘서 고마워요.”
“저도 감사해요. 비밀도 지켜주시고 이렇게 같이 밥도 먹어주고. 좋은 멤버들 덕에 친구도 생기고.”
훗날 시간이 지나 지금을 돌아보면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부끄러웠던 과거 사이, 내가 좋은 사람들과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 간다는 것.
잊힌 더 먼 과거를 이들로 채워가는 고마운 순간들.
마지못해 살아가던 매일을, 하루를 이들 덕분에 열과 성을 다해 살아간다.
“못난 삶이라도 살아오길 잘 한 거 같아요.”
주말이 다 가고 나서야 돌아온 웨이콩 입니다 :-)
밀린 집안일이랑 비가 와서 그런지 베란다가 지저분하기에 대청소에 이래저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틀이 금방 가버리더라고요.
지금도 장보고 돌아와서 부랴부랴 쓰고 있답니다!
오늘이 가기전에는 한편 써야 질질 끌던 이야기가 끝나고 제대로 된 스토리로 들어갈 테니까요ㅜ
요즘은 제가 봐도 똥망인 글을 보며 한숨을 쉬지만 본 스토리에 앞서 이게 한계입니다
이해해 주세요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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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여러분!!!!!
+ 암호닉 +
연지곤지
얄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