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가 살아낸 무수히 많은 시간.
우리는 그 시간들을 함께 공유한다.
내가, 그대가 살아 온 그 각자의 삶에 접속한다.
방탄소년단의 접속, 라이프
Special EP 02 #
[당신도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나는 작가님, 아니 누나가 좋아요.’
정국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자신이 지난 밤 내 뱉은 말에 대해 후회하는 중이다.
“아이 미친놈. 갑자기 거기서 고백은 왜 해가지고…….”
충동적인 말은 아니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진심이 아니었던 적은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아직 촬영도, 작업도 많이 남은 이 와중에 고백을 해버려 난감하기 짝이 없다.
당황해 하던 그녀에게 쿨한 척 대답을 유예해 주겠다는 말은 했지만 이 상황을 수습할 방법이 없다.
“아……. 이제 누나 얼굴 어떻게 봐…….”
침대에서 뒹굴 거리던 정국은 베개에 머리를 박으며 후회해 보지만 이미 엎질러 진 물,
다시 주워 담기 힘든 일을 저질러 버린 자신을 탓했다.
순간, 거실에서 매니저 세진과 여주의 대화 소리가 들린다.
정국은 방문을 살짝 열어 귀를 바짝 대어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는다.
“그럼 지금 작업실 가시는 거예요?”
“여기 있어봐야 나태해 지기만 하고. 가서 밀린 글도 쓰고 할 일이 많네요.”
“언제 돌아오세요?”
“글쎄요. 5일 정도는 거기서 지낼까 하는데.”
“남준이가 여주씨랑 같이 저번에 그 식당 또 가고 싶다고 하던데. 시간 내 주실 거죠?”
“그럼요. 연락만 주세요.”
“혹시 무슨 일 생기시면 연락주세요. 조심히 가시고요.”
“그럼 식당에서 봬요.”
이내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다시 도어락이 잠긴다.
정국이 문을 열고 나와 세진을 붙잡고 물었다.
“지금 작가님 간 거야?”
“응. 작업실에 일이 좀 남았다고 하셔서. 다음 촬영까지 일주일 비잖아.”
“아…….”
“왜? 무슨 일 있어? 혹시 어제 나쁜 짓 했냐?”
“아! 형은 나를 뭐로 보고!”
“너 인마, 지금 하는 짓이 딱 의심하기 좋잖아.”
“그런 거 아니야!”
“사춘기 다시 왔냐?”
“몰라. 망했어! 다 망했어!”
“야! 전정국! 뭐가 망했는데! 뭐냐고! 무슨 일인데!”
망했다는 말을 외치곤 방으로 들어간 정국에 세진이 놀라 무슨 일이냐고 묻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이내 방문이 열리며 그새 옷을 갈아입은 건지 청바지에 검정 티셔츠, 모자까지 쓴 정국이 차키를 손에 쥔 채 씩씩거리며 나온다.
“어디 가는데!”
“싸우러!”
정국의 반응에 세진은 적잖이 걱정이 되면서도 지난 11년간 단 한 번도 문제를 일으키거나 걱정해 본적 없는 정국이라는 걸 알기에 안도의 한숨을 깊게 내 쉰다.
한편 정국은 주차장에서 차를 빼 그녀가 갔을 법한 방향으로 차를 몬다.
이내 동네 아래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앉아있는 그녀를 보았다.
차를 세우고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정국의 전화를 빤히 바라만 보고 있는 그녀에 정국은 마음속이 불구덩이에 빠진 듯 어찌할 줄을 몰랐다.
드디어 긴 신호음이 끝나고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작가님 고개 돌려봐요.”
여주가 정국의 말대로 고개를 돌리자 정국의 차가 눈에 보였고 왜 나왔냐는 말에 정국은 아픈 가슴을 쓸어내린다.
“말 되게 섭섭하게 하시네. 갈 땐 가더라도 인사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세진이형한테만 인사하고 그렇게 가버리는 게 어디 있어요.”
-인사하려고 나온 거야 설마?
“무슨. 그럴 거면 그냥 나왔겠죠. 타요. 작업실이 어딘지는 몰라도 거기까지 데려다 줄게요.”
-됐어. 버스타면 금방인데.
“성읜데. 무시하지 마시죠.”
-무시는……. 정말 괜찮다니까.
“내가 안 괜찮아요. 그 캐리어 들고 낑낑 거리면서 버스타려고?”
-그래 내가졌다. 네가 이겼어. 내리지마. 내가 게.
“알겠어요. 얼른와요.”
정국이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이리 걸어오는 여주를 본다.
이내 뒷자리에 캐리어를 싣고 앞자리에 와 앉는 여주에 정국이 그녀의 얼굴을 빤히 본다.
“어디에요, 작업실?”
“내비게이션에 찾으면 되는 거지?”
“아, 네.”
그녀가 익숙하게 주소를 입력하며 그녀를 보고 있는 정국에게 말을 건다.
“아까 일어나 있었어?”
“네.”
“그땐 왜 안 나왔는데?”
“형 있을 때 마주치면 괜히 쑥스러울까봐.”
그의 말에 그녀도 아무 말이 없다.
그저 앞을 응시한 채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다.
“어제 한 말, 진심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그런 말 안 해요.”
“그나마 다행이네.”
“그나마, 라니요?”
“쉽게, 분위기에 동요돼서 그냥 해본 말 일까봐.”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에 정국은 마음 어딘가가 저려온다.
자신의 고백을 가볍게 생각할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막상 그녀의 입에서 직접 전해 들으니 속상했다.
“거의 다 왔어. 여기서 세워.”
그녀의 말처럼 숙소와 멀지 않은 곳에 그녀의 작업실이 있었다.
조용하고 한적한 길 사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주택들 사이 그녀가 작업을 하는 공간이 있다.
정국은 도착했음에도 선뜻 내리자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진심을 의심하는 그녀에게 꼭 말해주고 싶었다.
지금 자신에게 그녀는 어떤 의미인지.
“이런 느낌 처음이에요. 처음 본 순간부터 그랬어요, 나는. 단 한순간도 누나를 빼 놓고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이제는 내 삶에서 누나를 뺀다는 건 상상이 안 될 정도에요.”
“과연 내가?”
“왜 자신이 없어요.”
“나니까.”
“누나가 어때서요.”
“실ㅍ, 아……. 이렇게 말씨름하기 싫어 정국아.”
“이게 말씨름이에요? 그만 두기에는 나 지금 좀 상천데.”
정국의 말에 그녀가 한숨을 깊게 내 쉰다.
정국도 답답한지 마른세수를 하곤 핸들에 고개를 묻는다.
“정국아 난 너랑 싸우기 싫어. 관계가 나빠지는 것도 싫고 지금이 좋아.”
“나 만나 달라고 강요 안 해요.”
“나 말고도 예쁘고 좋은 사람 많아. 너 아이돌이잖아. 조금만 둘러보면 분명 주변에…….”
“그럼 뭐해! 내가 마음이 없는데! 내 마음이고 내가 바라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누굴 만나라는 건데.”
절규에 가까운 발악이었다.
화가 난 듯 언성을 높이는 그를 그녀가 멍한 눈을 바라본다.
처음이었다. 이렇게 화를 내는 그의 모습은.
“진짜 처음이란 말이야. 이 전에 느꼈던 호감이나 관심이랑 달라. 내가 확신해. 첫사랑이란 말이야.”
첫사랑, 그녀는 생각한다.
서른이라는 자신의 나이에는 낯설 기만한 단어라고.
오늘은 본편이 아닌 특별화로 왔습니다!
뭔가 고백 이후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싸움이네요.
사랑에 대해 자존감이 낮은 우리의 여주인공에 화가난 정국이를 보고 오셨습니다!
내일은 본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지금까지 본편은 8회, 측별화는 2회. 접속라이프도 총 10회의 분량이 나왔네요!
아직 완결은 멀었지만 슬슬 차기작 생각도 해야하고 이제는 여주인공의 삶이 덜 기구했으면 좋겠지만
이야기는 안타까울수록, 사연이 잇을수록 재밋는 거리고 누군가가 그래서 포기가 안됩니다.
안궁금하실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뭐 그렇습니다.
제가 지금 안경을 안쓰고 글을 써서 타자가 제대로 작성되는지도 모르겠네요.
오늘이 벌써 수요일이에요.
모두 굿잠하세여!
+ 암호닉 +
연지곤지
얄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