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윤이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그. 내가 가장 두려워 하는 그가. 왜 하필 승윤이가 좋아하는 남자지? 아. 이제 생각났다. 강승윤이 다니는 학교가 민호가 다니는 학교였구나. 그제서야 나는 상황을 파악하고 고개를 들었다. 민호야라고 말을 뱉자 민호는 잠시 놀라더니 내 옆에 앉는다. 승윤이는 서로 아는 사이야? 하고 나에게 묻는다. 난 그저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이자 민호가 아주 친한 사이죠라며 내 어깨에 손을 올린다. 그 손에서 힘이 느껴진다. 무언의 압박이랄까? 난 그런 민호의 손을 쳐내며 지랄마라며 웃었다. 송민호는 잠시 인상을 찌푸리더니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러며 승윤이에게 질문을 던진다.
"술 많이 마셨어?"
그러자 승윤이는 웃으며 좀 많이. 라는 답을 던졌다. 그와 승윤이가 즐겁게 이야기를 한다. 아주 즐겁게. 왜 저 모습이 싫지? 꼴보기싫어. 난 야라며 강승윤에게 말을 던졌다. 그러자 뭐 라며 승윤이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난 내 술잔에 술을 따르며 송민호랑 말 하지마. 애 아주 질이 못된 새끼야. 너가 아까워, 그러니까 말하지마라며 경고를 던졌다. 강승윤은 잠시 벙찌더니 무슨 소리냐며 크게 웃는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송선생이 왜 질이 나빠라며 답을 던진다. 난 그런 승윤이의 모습에 술잔을 비우며 진짜 너가 아까운 애야. 정말로…. 라며 말 끝을 흐렸다. 그러자 민호는 내 다리에 손을 얹었고 그만해라며 말을 던졌다. 난 그런 민호를 보다 미소를 지으며 그러니까 넌 쓰레기야. 나한테 넌 아깝지 않아. 이런 일은 나 혼자 있어야해. 이 말을 남기며 난 그대로. 소위 우리가 하는 말로 뻗어버렸다.
*
"…지금 애 뭐라는 거야?"
아, 미치겠다. 김진우. 매일 네하고 대답만 하던 애가 왜. 난 강선생을 보며 미쳤나보네라며 한바탕 크게 웃었다. 강선생은 진우를 보며 혀를 찬다. 원래 저런 아이가 아니였는데라며. 그러고보니 난 진우의 학창시절을 모른다. 고등학교땐 어땠었는지 아무 것도 모른다. 난 강선생에게 진우 고등학교땐 어땠어요?라며 물어보니 자신도 모른다고 고개를 흔든다. 고등학교 동창 아니에요?라니까 하는 말은 대학동창이지 고등학교때는 모른다고 한다. 대학? 김진우가 대학? 처음 듣는 소리였다. 한번도 듣지 못 한 소리다. 김진우 대학교 다녔어요?라며 묻자
"응 나랑 같은 국문학과였어. 그러다가 돌연히 자퇴하고 일년에 한,두번? 아니다, 아예 보지를 못 했지. 그런데 송선생은 어떻게 알아요?"
"네? 아 저는…."
강선생은 날 빤히 보더니 말 하기 싫으면 말고. 그러더니 술잔을 비운다. 난 그런 강선생에게 그만 마시라며 술값을 계산하고는 얼른 택시를 태워 보냈다. 내일 뵈요라며 인사를 건내자 강선생은 다시 택시에서 내려서는 내 손목을 잡다 다시 놓고는 진우 좋아해요?라며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런 돌직구 싫어하는데. 난 그저 웃으며 무슨 소리에요라고 하자 전 좋아해요라며 나에게 말을 던진다. 난 그 말에 표정을 굳히며 강선생의 어깨를 꽉 잡았다. 잠시 놀란 듯이 날 바라보다 고개를 떨구는 강선생. 역시 저는 동료같죠?라며 말을 뱉는다. 난 그 말에 놀라 네?라며 말을 하자 좋아한다고요, 송선생님이라 말하자 진우를 좋아한다고 해석한 내 머릿 속이 어지러워졌다. 이런 식으로 고백 받는 건 처음이였기에. 난 그저 어버버 거리다 빠르게 강선생에게 등을 돌린 후 내일 창피하지 않으려면 얼른 가세요라며 강선생을 보냈다. 혼란스러웠다. 나를? 강선생이? 허나 정신을 차리고는 홀로 뻗어 있는 진우에게로 다가갔다. 진우는 눈이 빨개져서는 나를 노려보며 승윤이 건들지 말라며 따지기 시작한다. 난 그런 진우의 모습이 처음이기에 신기할 뿐 더 이상 아무런 기분도 못 느꼈다. 진우의 말은 모두 무시하며 진우를 데리고는 차에 태웠다. 그러자 진우는 찡찡대더니 내리려고 난리다.
"가만히 있어, 좀!"
"…난 왜 너한테만 있어야 해? 나도 사람처럼 생활하고 싶어, 벌써 몇년째야. 이런 생활"
진우의 말에 나는 저절로 입이 다물어 졌다. 맞아, 진우는 사람이야. 내 소유물이 아니야. 그래도 진우야. 난 진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뱉었다.
"내가 널 좋아하는 마음은 이해 못 해?"
"그만해, 제발. 난 너가 싫어"
진우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 사랑한다며, 항상 너가 먼저 날 유혹하고 사랑한다하고 안 그래? 진우는 날 바라보며 눈물을 떨어트렸다. 어느 때 보다 진지해 보인다. 넌 날 정말로 떠나려는 걸까? 안돼, 그러면 안 된다고. 난 진우를 품에 넣으려 손을 뻗었지만 진우는 내 손을 잡고는 제발 그만해라며 소리를 지른다. 이내 내 손은 힘 없이 진우에게서 멀어졌고 진우 또한 차에서 내려 내게서 멀어진다. 떠나는 구나. 왜 다들 날 떠나는걸까? 부모님부터. 시발, 좆같아. 난 차에서 내려 진우를 붙잡았다. 진우는 짜증을 내며 손을 뿌리치려 하지만 아직 내 힘이 먼저 인 가 보다. 난 진우를 그저 바라 보았다,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바라 보았다.
"그만해. 그리고 너 말이야"
"…"
"다시는 사람 만나지마, 넌 사람을 만나면 안될 쓰레기야."
"…"
"널 좋아했던 내 시간이 아깝고, 너랑 함께 한 날들이 너무나 안타까워"
왜 이래, 넌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야. 너에게 말은 '네' 하나만 허용 하는 거야. 김진우는 말을 못 했잖아. 시발, 왜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거야? 왜 내 뜻대로 안 되는 거지? 진우의 입을 막았다. 내 큰 손으로. 듣기 싫어. 내 손을 떼어내려 진우는 발버둥을 쳤지만 난 놓을 생각을 안 했다. 그러자 진우는 휴대폰을 꺼내더니 112를 누른다. 난 급히 휴대폰을 뺏어 전화를 끊었다. 웃긴다, 시발 존나 웃겨. 개 웃겨 김진우. 난 휴대폰을 땅바닦에 던졌다. 진우는 놀라더니 몸을 떨기 시작한다. 그래, 이래야지. 이래야 김진우지.
"이제 좀 무서워?"
내가 웃으며 진우에게 묻자 진우는 날 노려보더니 또 다시 눈물을 떨어트린다. 좋아, 너가 우는 게 제일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