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세] 낙화(落花)
作. 워더
"사랑해-, 나의 꽃"
꽃이 졌다. 그와 동시에 비명과 함께 다급한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갈 곳 없는 목소리들은 한곳에 모여들었다.
주위는 금세 붉게 물들었고 사람들은 점점 늘어났다. 서울의 하늘은 그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한없이 맑고 푸를 뿐이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
한 아이가 있었다. 매우 아름다워 남들이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또 한 아이가 있었다. 매우 아름다웠지만, 남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누가 봐도 친해질 수 없을 것만 같던 아이들이 친해졌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절친이라고 할 정도로 친해졌다.
마치 서로에겐 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행동을 하는 그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짓게끔 하였다.
그들은 그렇게 서로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
그날도 평범했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맑은 날씨에, 밝은 태양. 그리고 함께 있던 그와 나.
모든 것이 너무 완벽하고 기뻐서 불안할 정도로 나쁘지 않았다.
요즈음 그가 기운이 없어 보이는 것 빼고는. 확실히, 그는 요즘 많이 우울해하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쓸모없는 인간일까"
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내가 아니라고 고개를 휘젓자 그는 곧 부서지기라도 할 것처럼 웃음 지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봐…"
씁쓸하게 웃는 그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고, 위태로워 보였다.
*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운 나의 꽃, 그때의 당신은 내가 알던 당신의 모습 중 최고로 아름다웠고, 또 아름다웠다.
성적문제로 고민하며 손톱 끝을 잘게 물어뜯는 행동도, 입술을 깨무는 행동도 그저 내 눈엔 아름답게만 보였다.
그리고 아름답던 너는 지독히도 이기적이었다. 정말 이기적이어서… 말도 안 나올 정도로.
*
마지막의 기억은 네가 좋아하던 푸른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불던 날이었다.
너의 마지막이 그날 이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너는 좋아하는 날씨, 좋아하는 계절에 하늘로 올라가 버렸으니까.
*
우리의 시험점수가 나오던 날이었다. 이제 진로가 정해지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그런 날.
성적표를 받자마자 너는 표정이 굳었다. 선생님은 앞에서 너를 칭찬하고 계셨지만 너는 뭐가 그리 맘에 안 드는지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것도 잠시. 너는 이내 웃어 보였다.
아마 너의 그런 표정을 본 사람 또한 나뿐이겠지. 나는 항상 너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
너는 다음날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괜스레 걱정되어 너의 집으로 찾아간 나를 맞이하신 건 너의 어머니셨다.
평소에도 어머니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던 너였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너는 괜찮은 건지 걱정부터 되었다.
어머니의 안내를 받아 너의 방으로 들어가니 이불을 뒤집어쓴 네가 있었다. 불 하나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방안에 우두커니, 그렇게 너는 앉아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너는 혼자 반복적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 오지 마" "저리 가" 따위의 말들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위태로워 보이던 아이가 하루 새에 무너져내린 것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의 꽃, 너는 세상에 찌들지 않았으면 했다. 그저 내 옆에서 밝게 웃고 행복했으면 했다. 하지만 그저 나의 바람이었을 뿐인가 보다. 너는 이미 무너져 버렸으니.
*
"이리와 거기는 위험해. 세훈아 제발…"
결국 맑은 하늘 아래 너는 우두커니 서 있었다. 저 아래에서 너를 본 사람이 있는 것인지 비명이 들리고는 했다. 그마저도 툭툭 끊긴다.
"루한, 나는 그저 행복해지고 싶었어. 그래서 부모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학교에서도 인정받는 우등생이 된 거야. 알지?"
잘 알고 있었다. 너의 곁엔 항상 내가 존재했으니까. 그 탓에 꾸중도 많이 들었던 너를 알고 있으니까.
"근데, 우리 부모님은 그걸로도 부족한가 봐… 나보고 자꾸 너는 필요 없으니까 저리 가래… 루한."
그의 부모님이 미웠다. 나한테는 소중한 꽃과도 같은 아이인데,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그의 부모님이 미웠다. 나는 그를 미워할 수가 없는데…
"루한. 목소리를 들려줘. 내가 가져갈 수 있게끔. 내가 사랑하는 너의 목소리를 들려줘"
"세훈아, 세훈아…. 사랑하는 나의 꽃, 제발…"
"미안"
그의 예쁜 목소리가 들렸다. 바람 소리가 갈라지는 소리도 들렸다.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사람들의 비명이 들렸다.
너에게 가을의 하늘은, 가슴이 시원한 하늘빛이라고 했다. 네가 참 좋아하는 색이라고도 했다.
이제 나에게 가을의 하늘은 너의 마지막과 같은, 붉디붉은 핏빛이다. 내가 너를 기억할 수 있는 마지막 색깔.
그것은…
꽃이 떨어지며 낸 마지막 발악과도 같은 새빨간 붉은빛.
*
정말 마지막으로 본 너는 노랗고, 붉고. 참으로 아름다운 빛을 내면서 타들어 갔다.
너의 장례식이라는 이름의 불꽃으로 활활 타오르는 너는 평소와 같이 아름다웠다.
너를 보내주는 그곳은 눈물바다였다.
너의 생각과는 다르게 모든 사람이 너의 죽음을 슬퍼했다.
심지어 슬퍼하지 않으실 거라던 너의 부모님도 너의 죽음을 매우 슬퍼하셨다.
세훈아, 너는 이렇게 사랑받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채 알지도 못한 채 죽어버렸다.
이렇게 내가 사랑하는 꽃은, 활짝 피지도 못한 채 그 생명을 마감해 버렸다.
세훈아, 네가 보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보고 있다면 비를 내려주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울고 있는 걸 보이지 않게, 내가 울고 있는 것마저 보이지 않게끔.
-fin.
작가사담 |
적게나마 구독료를 올려 보았어요. 보이기에 너무 부끄러운 글이라, 아주 적은 포인트로 올리기만했어요. 10P 라는 숫자는 아마 변함이 없을듯 싶네요. 더 올리고 싶지는 않아요. 제글이 그렇게 높은 퀄리티도 아니고 이글만 봐도 그냥.. 브금은 좋아요. 브금들으면서 썼더니 술술..까진 아니지만 그럭저럭 썼습니다. 별생각없이 한 번 써본거니깐 그냥 즐겨주셨으면 해요. 성의없는 댓글은 안다는것만 못합니다. 정말 못난 제 첫작이지만 여러분이 좋아하시면 좋겠어요 :) 마지막으로 제 못난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 정말 사랑합니다. + 장면이 조금 툭툭 끊기는데 의도한거라고 할까, 이을 자신이 없어서 그랬습니다 좋은 썰이 생각나면 글로 옮겨보도록 할게요. 나중에 다시, 언젠가 뵈길바라며 좋은하루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