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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팬픽/현성] 가랑비.1
엄청난 햇빛에 살같이 타들어 갈 거 같고 머리에 불이 붙을 거 같은 오늘의 날씨
지금 이곳의 날씨만 보면 당장 바다로 뛰어들어야 할 여름이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지금은 초여름에 접어들지도 않은 4월이다
“아 더워”
쨍쨍한 햇빛 때매 등은 이미 땀으로 축축하게 젖었고 등에 메어진 가방은 땀으로 젖은 교복셔츠 위에 껌 딱지 마냥 딱 달라 붙어버렸다
“아 진짜 짜증나”
이렇게 더운 날 빨리 집으로 달려가 당장 이 가방을 던지고 샤워를 하고 싶었지만 내 뒤에서 병신마냥 다리를 절뚝이는 남우현 때문에 난 집으로 달려갈 수가 없었다
“아 야 진짜 좀 빨리 오라니까”
“목발이 없는데 어떻게 빨리 가”
중심을 잡듯 양손을 벌리곤 무릎 바로 밑까지 무식하게 깁스를 한 다리를 끌고 오는 남우현의 모습은 누가봐도 좀 모자라 보였다
“그렇게 보고만 있지 말고 좀 잡아줘”
강아지 마냥 늘어트린 눈과 함께 어깨를 늘어트리고 내게 손을 뻗는 남우현의 모습에 손을 잡아 주고 싶었지만 오늘은 정말이지
“미쳤냐? 더워 죽겠는데”
너무 더웠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오늘 같은 날에 누군가와 살이 맞대어진다는 건 상상 만으로도 짜증을 일으키는 날 이었다
“목발 부러진 게 누구 때문이더라?”
“그래서 지금 가방 들어 주잖아!!”
“목발이 얼마 였더라? 엄마한테 전화 해볼........”
“아 알았다고!!”
내 대답에 주머니에서 꺼낸 핸드폰을 도로 집어넣고 거만하게 손을 내미는 남우현의 모습에 손에 들고 있던 남우현의 가방을 앞으로 돌려 메곤 남우현에게 다가갔다
“임마 넌 치사한 새끼야”
“그니까 누가 남의 목발을 부러트리래?”
얄밉게 말하는 남우현에게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딱히 반박할 수 없었다
오늘 아침 갑자기 다리에 깁스를 하고 나타난 남우현의 모습에 놀랐지만 그것도 잠시 하루 종일 모발을 집고 다니는 모습이 어쩐지 재밌어 보여 목발을 뺏어들었고 나중엔 반 아이들과 목발로 땅을 집어 누가 제일 멀리 갈 수 있나 시합을 하다 재수 없게 딱 내 차례에서 하필 내 차례에서 부러져 버렸다
“야 그래도 백프로 내 책임이라고 할 순 없어”
“그래 백 프로는 아니지 한.......구십 구 퍼 정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는 내 표정을 보곤 바보같이 웃는 남우현의 모습에 내가 고개를 젓자 남우현이 그런 내 어깨에 손을 둘렀다
“아 뭐하는 거야”
“부축 해 줘야지”
“아 떨어져 덥다고!!”
“이렇게 해야 부축이 되지”
“짜증나..........아 더워”
결국 남우현의 뜻대로 남우현의 팔을 어깨에 두른 채 남우현의 집까지 온 내 모습은 막 샤워를 하고 나왔다 해도 믿을 만큼 축축해 보였다
“수고했다 규꼬봉”
“진짜........하아..........죽겠네”
현관에 신발도 벗지 않은 채 벌러덩 누워 눈을 감자 곧 남우현이 그런 내게 시원한 물이 담긴 컵을 건네주었다
“김성규 땀 냄새”
“너 때문이잖아”
“야 좀 씻고 가라”
“싫어 집 가서 씻을 거야”
“너한테 지금 땀 냄새 쩔어”
정말 냄새가 나는 건지 잔뜩 인상을 쓴 채 코를 막는 남우현의 모습에 아직 앞으로 메고 있던 남우현의 가방을 내려놓고 셔츠 안으로 냄새를 맡고는 반쯤 일으킨 몸을 완전히 다 일으켰다
“거 봐 냄새 쩔지?”
정말 냄새가 나는 건지 인상을 잔뜩 쓴 채 코를 막는 남우현의 모습에 아직 팔에 걸려있는 남우현의 가방을 남우현의 얼굴에 던져 버리곤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집 까지 달리자”
남우현의 집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아 짧은 거리였지만 이 더운 날 달리는 건 역시 무리였던 듯 샤워를 하는 내내 머리가 어지러워 몇 번이나 휘청거렸고 그 덕에 몇 번이나 수건걸이의 머리를 부딪쳐 결국 혹이 생겨 버렸다
교복을 갈아입고 아직 축축한 머리를 손으로 털며 방에서 나오자 드라마를 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엄마 오늘 추워?”
“어제 더웠으니까 오늘도 덥겠지”
이상한 논리로 오늘의 날씨를 예지하는 엄마의 모습에 엄마가 보고 있는 드라마 옆에 작게 올라오고 있는 날씨온도를 바라봤다
“아 뭐야 지금 비와?”
떡 하니 우산 모양 표시가 올라오는 날씨예보의 급하게 창문을 열어 손을 내밀자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비가 손 위로 툭툭 떨어졌다
“아씨 남우현.........배고픈데”
“배고프면 밥 차려 놨으니까 빨리 가 먹어”
엄마의 말에 식탁을 바라보자 어제 머리가 아파서 아침에 먹으려고 남겨 두었던 갈비찜이 나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갈비찜”
하지만 저 갈비찜을 먹으면 비가 오는 오늘 같은 날 목발이 없는 병신 다리 남우현 때문에 지각을 할 게 뻔했다
“아씨- 엄마 갈비찜 먹지마 누나도 주지마 이거 내꺼야 나 학교 갔다 와서 먹을 거야 알았지?”
내 말을 들은 건지 아님 못 들은 건지 내가 나올 때 까지 아침 드라마에서 눈을 떼지 못 하던 엄마의 모습에 살짝 불안했지만 그것보단 남우현 때문에 지각을 해 이 비 오는 날 비를 맞으며 오리걸음을 할까 더 불안했다
“이러니까 진짜 꼬봉같네”
투덜거리며 우산을 펼치자 하얀 우산 위에 투명한 물방울들이 하나 둘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다 가디건을 바짝 당겨 잡곤 남우현의 집까지 단숨에 달려갔다
“하아......하아.....뭐야 기껏 뛰어 왔더니 왜 없어”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 남우현의 모습에 전화를 하려 주머니에 손을 넣었지만 텅 비어있는 주머니에 급하게 가방을 확인하려다 문득 밥을 기다리며 식탁에 올려 두었던 핸드폰이 생각났다
“어제부터 진짜 짜증나네”
그냥 남우현 집으로 올라갈까 하다가 너무 일찍 다른 사람 집에 찾아가는 건 실례이고 또 난 그런 실례를 하고 싶지 않은 예의바른.........은 무슨 그냥 남우현의 집까지 올라가기가 귀찮다
빌라라서 그런지 엘리베이터도 없으면서 맨 꼭대기에 살고 더군다나 지금 남우현은 다리병신이라 어제 그 고생을 하고 집까지 올라온 걸 생각하면 아우........절대 아침부터 땀을 흘리고 싶진 않다
“........아!”
내려오지 않는 남우현을 기다리느냐고 계단에 앉아있다 깜빡 졸았는지 어제 수건걸이에 부딪혀 볼록 튀어나온 혹을 또 다시 벽에 부딪혀 버렸다
“아-아- 쓰읍.......아..........”
“어떤 미친놈이 신음소리를 내나 했더니 너였냐?”
머리를 문지르며 고개를 들자 마침 계단에서 내려오고 있었던 남우현이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절뚝절뚝 내려오고 있었다
“아 비듬 떨어져 그만 비벼”
“아씨- 넌 왜 이렇게 늦게 나와!!”
“방귀 뀐 놈이 성 낸다더니 목발을 부러트린 게 누군데”
남우현의 말에 괜히 신경질이나 바닥에 굴러 떨어진 가방을 들어 올리고 우산을 들었다
“지각하면 너 때문이다”
“못생긴 놈은 성격도 더럽다더니 딱 김성규네 김성규야”
아침부터 외모드립을 날리는 남우현을 째려보고 우산을 펼치자 남우현이 내가 펼친 우산 속으로 들어와 내 팔을 잡았다
“뭐야 니 우산 써”
“나 우산 없는데?”
“뭐!?”
“내가 이 다리로 우산을 어떻게 들어”
“우산을 다리로 드냐?”
“에헤이- 지각이다 지각 빨리 가자”
은근슬쩍 어깨를 감싸며 우산을 같이 쓰려는 남우현을 밀쳐내려 버둥거렸지만 남우현은 그런 내 팔을 꽉 잡고 웃으며 놓아주지 않았다
“아아 진짜 다 젖잖아!!”
“그니까 이리 붙어”
“아 좁다고!!”
“내 목발 부러트린.......”
“목발목발!! 내가 사준다 사줘!!”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하진 않았지만 학교 가는 내내 작은 우산 속에서 남자 둘이 투닥 거리는 바람에 학교에 도착했을 땐 남우현과 내 교복이 비에 다 젖어있었다
근데 남우현보다 내 교복이 더 젖어 보이는 이유는 내 착각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