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카페에서 혼자 있다가 결국 시킨 화이트 카페모카는 반도 안 마시고 나왔어.
영지가 도착했다는 카톡도 왔길래.
카페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영지가 헐레벌떡 뛰어오는 모습이 보이더라고.
" 어후, 야... 여주야 미안. "
" ...아니, 괜찮아. 빨리 밥 먹으러 가자. "
" 응? ... 어, 으응. "
영지가 내 표정 보고 무슨 일 있냐고 계속 물었는데 내가 끝까지 말 안했어 ㅋㅋㅋ
괜히 영지도 답답해할 것 같아서.
그러고 밥 먹고 얘기 좀 하다가 집에 가서 쉬었어.
주말 다 지나고 나서 월요일에 학원 가는데, 그냥 덜컥 겁이 나는거야.
난 쌤이 그렇게 차갑고, 단호하게 말하는 걸 본 적이 없었는데 나와 관련된 일에서 그렇게 말을 하니까 날 어떻게 대할지도 모르겠고.
복잡한 마음으로 학원 갔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날 하루종일 민석쌤 얼굴 못 봤어.
괜히 보면 어떻게 해야될지 망설였던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더라.
머리를 비우고 공부만 하려고 했어. 민석쌤 생각 하나도 안 나게.
근데 안 나려고 해도 안 날 수가 없더라고.
내가 정말 민석쌤을 많이 좋아하고 있었다는게 갑자기 느껴지니까 내 감정을 컨트롤을 못한 것 같았어, 그 때는.
다음 날에 영지가 주말부터 애가 왜 이렇게 힘이 없냐면서, 맛있는 거 사주겠다고 매점으로 끌고갔어.
혹시 민석쌤 만날까 조마조마했는데... 역시 있더라.
그것도 평소처럼 여자애들한테 둘러싸여서.
그 모습 보면서 평소랑 다른 생각이 들었어.
나는 저 애들 보다는 조금 더 친한 학생이겠지, 민석쌤한테는.
" 여주야, 너 먹고 싶은 거 골라. "
" ... "
" 여주야. "
" ... "
" 서여주? "
" 어? 아, 어어. 음... 난 초콜렛. "
그냥 눈에 보이는 거 아무거나 말하니까 영지가 이상하게 쳐다보더니 계산하더라.
민석쌤이 여자애들한테 둘러싸여 있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날 못 본 것 같았어.
그래서 빨리 가려는데 영지가 내 팔목을 잡는거야.
" 야, 저기 민석쌤 있는데 가서 인사해. "
" 괜찮아. 쌤 바빠 보이는데... "
" 바빠 보이긴? 내가 보기엔 억지로 애들한테 맞춰주고 있는 것 같구만. 가서 니가 좀 도와줘. "
" ... "
내가 아무말도 안하고 그냥 한숨 쉬고 다시 민석쌤 쪽 쳐다보는데 민석쌤이랑 눈이 마주쳤어.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 것 같아서 고개 푹 숙였지.
나는 평소처럼 민석쌤을 좋아한게 맞는데, 민석쌤은 평소처럼 날 친한 학생으로 보는게 맞는데...
자신이 없었어. 민석쌤을 쳐다보는 게.
" 얘들아, 잠깐만. "
근데 민석쌤이 애들한테 미안하다면서 잠깐만 나와달라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그리고 바닥을 보고 있는 내 시선에 들어온
민석쌤의 신발.
" ... "
" 여주야. 쌤 봤는데 왜 인사를 안 해. "
모르겠어요. 저도요. 쌤. 미치겠어요. 어떡하죠?
머릿속에 이 말이 웅웅 맴도는데 입으로는 말이 튀어나오질 않았어.
그냥 그 상태에서 꾸벅 인사하고 이번엔 내가 영지 팔목 잡고 나왔어.
민석쌤이 나 쳐다보는게 느껴졌는데 뒤도 안 돌아보고.
그 때 카페에서 민석쌤이 그랬던 것처럼.
반에 올라가니까 영지가 왜 그러냐고, 무슨 일 있냐고 나한테 꼬치꼬치 캐묻는거야.
" ...아무 일도 아니라니까... "
" 아니긴! 너 완전 태도가 달라졌잖아. 무슨 일인데? "
" ... "
영지가 계속 괜찮다고 말해보라길래 그냥 다 털어놨어.
카페에서 있었던 일. 그러니까 영지가 내 등 토닥이면서 그러더라고.
" 에휴... 괜찮아, 여주야. 다 괜찮아.... "
그러는데 눈물이 터질 것 같았어.
근데 차마 영지 앞에서 그러면 영지도 나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아질 것 같아서 계속 괜찮은 척 했지.
" 네가 이 정도로 깊게 좋아하는지 몰랐어... "
" ... "
" 좋아하는지는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마음 앓이할 지는 상상도 못했어. "
영지가 그러면서 계속 등을 토닥여주더라.
그러게, 영지야. 언제부터 민석쌤이 그렇게 크게 자리 잡은걸까.
지금 곱씹어보면 민석쌤한테 반한 계기가 참 많았어. 다시 되짚어 보면서 느끼는건데, 그 순간에 밀려드는 감정을 너무 크게 느낀 것 같아.
그래서 내가 감당할 수가 없었어.
쌤도 날 제자로만 생각한다는 그 현실이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순간이기도 했고.
그러고 그 날, 계속 공부만 하다가 학원 마칠 시간이 돼서 영지랑 집에 가려고 버스 정류장에 가는 도중에 누가 내 어깨를 잡는거야.
누군지 알 것 같아서 뒤 안 돌아보고 가려는데 그 사람이 날 불렀어.
" 여주야! "
민석쌤.
가던 길 멈춰서니까 영지가 옆에서 여주야... 하고 안타깝게 부르더라.
지금 이 순간에도 쌤은 나랑 친한 학생이 왜 저럴까, 성적이 떨어져서 그런가. 이런 생각뿐이겠지?
이런 생각에 괜히 슬퍼졌어.
" ... "
" 여주야, 잠시만. "
민석쌤이 다시 부르길래 뒤돌아보니까 민석쌤이 활짝 웃고 있더라고.
그 모습에 다시 심장이 뛰는 내가 너무 미웠어.
" 왜요...? "
" 쌤이 여주 칭찬하려고 왔지. "
" ... "
" 여주 너 이번에 가채점 점수 기준으로해서 너희 반에서 3등했던데. "
역시.
평소 같았으면 우와, 진짜요? 하면서 좋아했을텐데 별로 기쁘지가 않았어.
쌤은 그냥 날 학생으로 보는구나. 점점 피부로 와닿기 시작했어.
그래도 그냥 억지로 웃으면서 대답했어.
" 아, 진짜요? 아... 고맙습니다. 저 버스 때문에 먼저 가볼게요. "
옆에서 영지가 안절부절하는게 느껴졌는데 내가 아무렇지 않은 척 인사하니까 영지 표정이 더 안 좋아졌어.
영지까지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서 억지로 웃었는데, 눈치 백단 허영지는 역시 알았나봐 ㅋㅋ..
그러고 그냥 꾸벅 인사하고 뒤돌아서 횡단보도 건넜는데, 영지가 힐끔 뒤 보고는 한숨 쉬는거야.
" 여주야.. 쌤 너 계속 쳐다보는데... "
" 됐어... 그거말고는 얘기할 것도 없는데... "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나름 쌤이 관심을 가져준 일이었는데 ㅋㅋ
그 때는 아무 생각도 안 들고, 이제는 그만 하자. 나도 더 이상 혼자 좋아하지 말자!
감정 소모 하지 말고, 공부만 하자! 이럴 때라서 ㅋㅋㅋㅋ
여튼 그러고 한 일주일 동안은 데면데면하게 지냈어.
마주치면 인사만 하고 후다닥 가버리고.
교무실에 모르는 문제 물으러 갈 때마다 민석쌤이 나 쳐다보는거 느껴졌었는데 억지로 무시했었어 ㅋㅋ
지금 생각하니까 진짜 미안하네 ㅠㅠ
그러다가 하루는 교무실 갔다가 계단 올라가는데 두준이를 만났어.
두준이가 깜짝 놀라서 어! 하고 내 팔목을 잡더라 ㅋㅋㅋ
" 뭐...뭐야. "
내가 놀래서 저렇게 말하니까 두준이가 갑자기
" 너 요즘 무슨 일 있어? "
이러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
뜨끔. 무슨 일 있긴 했지만 두준이는 모를거니까 아무 일도 없다 그랬어.
내가 두준이가 잡은 손 놓고 왜 그러냐고 물으니까 두준이가 쭈뼛쭈뼛하면서 말 잇더라.
" 어... 그게... 사실... "
" ...? "
" 요즘 민석쌤이 친한 학생이 막 자기 봐도 인사만 하고 쌀쌀맞게 대하는 것 같다고 하던데... 그게 아무래도 네 얘기 같아서... "
두준이가 그러면서 자기 뒷머리를 만지더라고.
" 아, 아닐수도 있는데. 민석쌤이랑 학원에서 친한 학생은 너랑 나 정도밖에 없으니까... "
" 어...아.. 그래? "
내가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아무 일도 없다고, 난 민석쌤이랑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러니까 두준이가 당황하면서
" 아아, 난 그냥! 요즘 네가 좀 그래 보이길래..! 나 혼자 생각한거니까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마. 나 갈게. 안녕! "
이러고 후다닥 내려가는거야 ㅋㅋㅋㅋ
두준이가 보기에도 민석쌤한테 대하는 내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고 느꼈나봐.
근데 민석쌤이 두준이한테 그런 얘기까지 했구나. 싶은 생각에 괜히 씁쓸하더라.
쌤도 더이상 나한테 신경 안 써줬으면 좋겠는데.
나는 나름 최선을 다해서 선을 지키려고 노력 중인데.
그런데 ㅋㅋㅋ 두준이한테만 그런 얘기를 한게 아니었나봐.
그 다음 날에 영지가 매점 갔다와서는 대박, 대박. 서여주 완전 대박! 이러는거야.
" 왜, 뭐가 대박인데? "
" 야야. 내가 아까 매점 가서 뭐 사려고 기다리는데 민석쌤이 내려오는거야! "
민석쌤 얘기구나... 내가 안 들으려고 고개 돌리니까 영지가 내 옆구리 쿡쿡 찌르면서 끝까지 들으라고 하더라.
" 쫌! 들어봐! "
" ...알았어. "
못 이기는 척 듣는데 영지가 입에 모터 단듯이 말하더라고 ㅋㅋ
" 그런데 민석쌤이 갑자기 나 보더니 주위 둘러보고 다시 날 쳐다보는거야. 내가 그냥 있기 뭐해서 인사하고 가려니까 쌤이 갑자기 날 불러서!
' ..저기, 여주 친구지? ' 이러는거야. 그래서 내가 맞다고 하니까 쌤이 혹시 너한테 요즘 무슨 일 있냐고 그러더라. "
" ...그래? "
내가 심드렁하게 답하니까 허영지가 내 등 때리면서 답답하다는 듯이 말하더라.
" 으이구, 이 답답아. 쌤 지금 일주일 넘게 저러고 있는데 너는... 으휴... "
" 난 선 지키려고 노력 중이거든? 내가 여기서 민석쌤 얘기에 반응하면 미칠 것 같아서 그래. "
그러고 그냥 다시 공부했어 ㅋㅋㅋㅋ
영지가 짠하고도 답답하다는 눈길로 보더라 ㅋㅋㅋㅋ
근데 그 땐 내 나름의 최선이었어. 우리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
난 쓸데없이 감정 소모하기가 너무 싫었어. 나만 지치고 힘들거니까.
근데, 나만 그런게 아니었나봐.
영지랑 저 일 있고 몇일 있다가 새로운 책을 사왔어야 됐는데 내가 깜빡 잊고 못 사온거야.
그래서 쉬는시간에 잠깐 나갔다 오려고 담임쌤한테 외출증을 끊었어.
시간이 촉박할 것 같아서 1층에서 헐레벌떡 뛰어나가는데 바로 앞에 들어오려던 사람이랑 부딪힐 뻔 했거든?
그래서 내가 얼굴 보고 죄송하다고 하려고 고개 딱 드니까 보이는 사람이
" 어... 여주야. "
민석쌤이더라.
" 아.. 죄송합니다. "
내가 쌤 얼굴 보자마자 시선 바로 땅으로 떨구고 죄송하다 그러고 나가려는데,
" 여주야. "
민석쌤이 나 부르는거야. ㅠㅠ
내가 약간 멈칫하다가 못 들은 척 하고 가려는데 뒤에서 뜀박질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
눈 질끈 감고 가는 길 가려는데 뒤에서 내 손목을 잡았어.
" ...여주야. "
" ... "
처음으로 그렇게 긴 시간 동안 팔목이 잡혔는데, 미칠 것 같더라고...
한동안 내가 그렇게 피하고, 숨어서 다녔는데... 손목 한 번 잡혔다고 쌓아뒀던 마음의 벽이 스르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어.
" 요즘 무슨 일 있어? "
" ... "
" 여주야. "
" ...쌤, 저 책 사러 가야하거든요. "
그러고 손 놓으려고 팔목 흔들었는데, 쌤이 더 세게 잡는거야.
아파서 아, 소리내면서 뒤로 도니까 민석쌤이 미안하다는 표정 지으면서 잡은 손을 놨어.
" 미안. 쌤도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
" ...뭔데요? "
" ... 힘든 일이라도 있어? "
" 없어요. 저 3등이나 했잖아요. "
그것도 쌤이 알려줬던 등수잖아요.
그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너무 비참할 것 같아서 그냥 입 꾹 다물고 있었어.
" ...아님 쌤한테 서운한 거라도 있는거야? "
내가 쌤한테 서운할 이유는 하나도 없지만, 서운하게 되는건 잘못된거죠?
머릿속에 수만가지 말이 맴도는데 밖으로 한마디도 뱉을 수가 없었어.
" ...없어요...그런 거... "
" ... "
" 저 시간 없어서요. 먼저 가볼게요. "
내가 고개 꾸벅 숙이고 다시 뒤돌아서 서점으로 발길 돌렸어.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안 들리는거 보니까 민석쌤이 계속 내 뒷모습 보고 있는 것 같더라고.
근데 이 와중에도 내 몸이 덜덜 떨리는 거 있지? 나도 모르게 긴장했었나봐...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빨리 걸어서 서점에 들어가서 책사고 나왔어.
그때까지도 몸이 덜덜 떨리는거야.
" 휴... "
나도 모르게 한숨도 쉬고..ㅋㅋ
그러고 그냥 학원으로 발걸음 돌리려는데,
" 어, 안녕하세요. 이런데서 다 뵙네요? "
하는 어디서 들어본 듯한 특이한 목소리가 들렸어.
옆에 돌아보니까 그 때 민석쌤이랑 카페에 같이 왔던 세훈이라는 후배인거야.
내가 당황하다가 꾸벅 인사하니까 그 후배가 그 때처럼 생글생글 웃었어.
" 이렇게 입으니까 진짜 재수생같네요~ 스무살이에요? "
" 아... 아뇨... 스물한살인데요... "
나도 모르게 대답하고 있었어 ㅠㅠ 빨리 들어가봐야 되는데...
" 아! 그러면 내가 세살 많네? 그렇게 많이 나이 차이 나는 것도 아닌데 그냥 반말할게. 괜찮지? "
벌써 반말하고 있는데...? 내가 당황해서 그냥 아..아.. 이러고만 있는데 후배가 계속 뭘 묻는거야.
뭘 물었는지는 그 때 너무 당황해서 지금도 기억이 안 나. 여튼 난 어떻게 해야될지를 모르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누가 아까처럼 내 손목을 잡았어.
돌아보니까...
" 야. "
" 어... 형, 여긴 어쩐일로...? "
민석쌤이었어.
그 세훈이라는 후배가 당황한 표정으로 민석쌤 보는데, 민석쌤 표정이 엄청 굳은거야.
그리고 그 표정으로 말하더라.
" 오세훈. "
" ...네? "
" 찝적대지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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찝적대지마!!!!! 대신 나한테 찝적대!!!!!!!!!!!!!!!!!! 네... 조용할게요 ^^....☆★
언젠가 민석이 속마음도 들여다 봐야겠어요 호홓호호홓
11편 춰럭글 감사합니다 여러분 ㅠㅠㅠ 흑흑 이런 똥글을 사랑해주시는 여러분이야말로 진정한 날개 없는 천사...♡
암호닉
시우밍 / 문돌이 / 델리만쥬 / @고3 / 매력 / 됴랑 / 뽀리 / 간장 / 핑쿠핑쿠
님들 언제나 사랑합니다!!!!!! 항상 댓글써주시는 분들, 읽어주시는 분들도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암호닉 신청은 언제나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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