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다녀오겠습니다.”
경수는 현관 앞에 서서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운동화는 마치 주인의 성격을 보여주듯 어떠한 무늬도 없이 깔끔하고 단정한 흰색 디자인이었다. 경수는 신발 앞코를 바닥에 두 번 톡톡 친 다음 가방을 한번 고쳐 메고 문을 나섰다. 햇빛이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 더위에 유난히 약한 경수는 숨이 막힐 듯한 더운 공기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제 막 대문을 나서는 경수의 어깨에 누군가의 팔이 올려졌다. 경수는 굳이 뒤를 확인하지 않아도 팔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더우니까 팔 좀 치워.”
“그렇게 더워?”
민망함에 팔을 치운 종인은 대신 경수의 볼을 따라 흘러 내리는 땀방울을 엄지로 슥 훔쳤다. 그 느낌이 지나치게 생소하게 느껴져 경수는 몸을 한번 떨었다.
“징그럽게 왜이래.”
“뭐가?”
정말로 종인은 요즘 이상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 경수와 종인은 중학교 3년을 함께 보냈었고 고등학교 또한 집 근처의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했으며 2학년인 지금까지 같은 반에 배정되는 기막힌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종인의 행동이 언제부턴가 조금씩 이상해졌다. 여느 때처럼 경수에게 장난을 치다가도 지금처럼 더위에 절어있는 경수의 땀을 다정하게 닦아준다던가,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자신의 어깨를 팔걸이 마냥 팔을 올려 놓는다던가, 심지어 얼마 전에는 자신을 무려 뒤에서 안기까지 했다. 남자 고등학생 둘이서 하기에는 낯간지러운 스킨십이 점점 늘어가면서 경수는 종인이 정말 이상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우리 사이에 내외하기는.”
경수의 말에 조금 서운한 표정을 지은 종인은 금새 표정을 지우고는 능글맞은 말투로 받아쳤다. 물론 이런 종인의 행동이 경수도 싫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종인이 은근슬쩍 스킨십을 해올 때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러나 종인은 알지 못했다. 아니, 몰라야만 하는 경수만의 비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