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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저하, 중전마마께서 중궁전으로 드시라는 전갈이십니다.”
“중궁전은 또 왜”
“연유는 설명치 않으신지라..”
”어마마마 또 무슨 짓을 벌이시는 것입니까..”






결국엔 오라면 와야 하고 가라면 가야 하는 자신 이라는 걸 알기에 성우는 중궁전으로 간다. 문을 열기도 전에 중전의 말소리가 들린다. 어떤 수작을 부리는지 이미 뻔히 다 보이지만 별수 없이 또 그 수에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성우이다.













[워너원/옹성우&황민현] 상사화 03 - 맺지 못한 인연 | 인스티즈


“우연 같은 운명, 자주 마주쳐야 정도 생기는 법입니다. 그러니 세자빈은 이 어미가 시키는 대로만 하세요.”
문이 열리고 예상했던 바와 같이 중전과 함께 앉아있는 세자빈이 보인다. 모든걸 다 체념한다는 표정이 그 속을 정말 알 수가 없다. 


[워너원/옹성우&황민현] 상사화 03 - 맺지 못한 인연 | 인스티즈












“세상에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습니다. 이리 의젓한 사내와 이리 아리따운 여인이라니.호호호”
“과찬이시옵니다. 어마마마”

[워너원/옹성우&황민현] 상사화 03 - 맺지 못한 인연 | 인스티즈








누가봐도 불편해 하는 세자와 세자빈을 앉혀두고 중전은 둘을 엮어 주려고 한 폭의 그림이라며 호들갑을 떤다. 엮어도 너무 티 나게 엮는 건 아닌지, 중전이 친어머니라해도 기분이 나쁠 상황이었다. 중전이 둘을 엮으면 엮을수록 성우는 연우를 더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연우는 왜 이리저리 이끌려 다니는 것인지 아니면 이것도 제 마음에 들기 위한 연기인지 아무리 독하게 대해도 굴하지 않은 걸 보니 독종도 이런 독종이 없다 싶어 더 미워졌다.

“우리 세자, 이리 고운 경국지색의 세자빈을 얻었느니 곧 후손도 보셔야지요. 아니 그렇습니까. 왕실의 어른들의 기대가 큽니다.”
“분부 받잡겠습니다.”
“저와 세자빈의 일입니다 어마마마. 어련히 저희가 알아서 할까요”
“세자 속 편한 소리입니다. 한시라도 후사를 빨리 보셔서 조정의 안정을 가져오셔야지요.”
















계속해서 후사와 합방에 대해 중전의 잔소리가 이어졌고, 그 잔소리의 끝에 성우는 밀린 정사가 있다며 일어났고, 중전은 세자빈도 같이 나가보라며 눈치 없이 또 두 사람을 억지로 붙여놓는다. 종종걸음으로 따라가면 잡을 수 있는 거리였지만 연우는 일부러 발걸음을 서두르지 않는다. 중전에게 불려오고 나서 성우는 한번도 연우에게 친절 한적 없었고, 따라 나선다고 해도 반기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발걸음을 더 천천히 뗐다.



그런데 중궁전 밖으로 나왔더니 성우가 연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워너원/옹성우&황민현] 상사화 03 - 맺지 못한 인연 | 인스티즈
“같이 걸으실까요.”
“예?”
“어마마마께 보여야지요 우리가 이리 다복하다고,”
“………….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어서요 보는 눈이 많습니다.”



늘 거느리고 다니는 궁인들을 뒤로하고 세자와 세자빈 둘만 걷는다.
성우가 먼저 걸어가고 세걸음 쯤 뒤로 연우가 따라 걷는다. 한참 걷다가 화원 앞에서 성우가 멈춰서고 곧 이어 연우도 멈춰선다.









[워너원/옹성우&황민현] 상사화 03 - 맺지 못한 인연 | 인스티즈


“오늘은 누구의 생각이었습니까. 어마마마 이옵니까 아니면 세자빈이 그리 일러 달라 하신 겝니까.”
“……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저하”
“그럼 세자빈도 아무것도 모르고 불려왔단 말씀이십니까?”
“예, 저도 부르시기에 왔습니다.”
“참으로 뻔뻔하십니다.”

불편한 정적을 깨고 성우는 누구의 생각으로 벌어진 일인지 연우에게 물었다. 연우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불려오는게 연우도 달갑지 않은데,






 “헌데, 내금위장의 기억 속에 그 당돌한 허연우는 어디로 갔습니까, 궁에 들어오면서 천성까지 버린 것입니까.”
“………….예. 궐에 들어서면서 다 버렸습니다.... 제가 저하께 사랑 받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저 아비의 잘못을 알기에 이 자리에서 제가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바로잡고,”
“바로 잡는다라.. 세자빈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입니까”
“….. 적어도 제 소관 안에서는 잘못된 세력들이 더 번져나가지 않게 막을 것 입니다. 백성을 생각하고, 저하를 보좌하는..”
“생각을 바꾸신 겝니까. 미인계가 통하지 않으니 감성에 호소하기로. 아버지와는 다르다 옆에서 힘이 되어 주겠다. 그리 나오면 제가 눈물이라도 흘릴 줄 아셨습니까”
“저하가 어떻게 생각하시든 이제 상관 없습니다. 저를 아니꼽게 보시는 것도 다 압니다. 허나 저는 저의 위치에서 세자빈으로써의 도리를 다 할 것입니다.”
“………….기대 하겠습니다. 세자빈의 행보. 과연 아비와 다른 사람일지 기대가 됩니다.”






연우도 이제 참을 만큼 참은거다. 그 당돌한 연우는 어디 갔냐니. 자신과 아버지는 달랐다. 세자빈이 된 것은 제 뜻이 아니었지만, 자리에 앉았으니 성우의 사랑을 받지는 못해도 옆에서 잘 보필하고 싶은 마음은 진심이었는데, 진심으로 하는 말도 듣지 않는 성우를 보면서 할 말을 하고 살아야 겠다 싶었던 거다. 
성우 앞에서 처음으로 울었고, 처음으로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울듯이 뱉아 놓은 말 뒤로 힘이 빠져서 연우는 주저 않았다. 세자와 저의 관계가 명확히 정의 되는 날이었다. 세자는 나를 그저 중전의 세력의 확장으로밖에 안 보는구나, 잘난 허씨 가문의 여식이니 권력을 잡으려 드는 세자빈 으로 밖에 안보이겠구나…

[워너원/옹성우&황민현] 상사화 03 - 맺지 못한 인연 | 인스티즈




















































“일어나십시오. 마마”

너무 익숙한 목소리, 고개를 들어 보니 저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는 민현이 보인다. 
[워너원/옹성우&황민현] 상사화 03 - 맺지 못한 인연 | 인스티즈












“어서 일어나 허연우, 세자빈 마마가 권위도 없이 이러고 있는 거 아니야”
[워너원/옹성우&황민현] 상사화 03 - 맺지 못한 인연 | 인스티즈


















그제 서야 씨익 웃어 보이고 민현의 손을 잡는 연우이다. 이 넓은 궁궐 안에 유일하게 기댈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선을 그어 세자빈 마마라고 부르던 민현이 허연우 라고 불러준다. 편한 벗을 오랜만에 마주한 것 같아, 풀어진 민현의 모습을 보는 게 그 자체로 위로가 되어서 웃는 연우이다.






“그리 보지 말아라. 창피하다 나도, 네 앞에서 매일 이런 모습 보이는 거,”
“세자빈 마마 울지 마십시오. 잘 버텨내고 계십니다.”
“어찌 다시 말을 높이는 것이냐”
“한번으로 족합니다. 기분은 이미 풀리셨지 않습니까. 아무리 내금위장 이라고 한들 세자빈 마마께 함부로 하대를 할 수는 없습니다.”
“너는 여전하구나, 싱겁고 재미없어”
“마마께서도 여전하십니다. 세자저하께서 너무 차갑게만 대하셔서 의기소침해 하시면 어찌하나 걱정했는데, 오늘 마마의 말을 들으니 전과 같이 명랑하고, 똑 부러지십니다.”
“괜히 세자저하의 성심을 어지럽게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잘하셨습니다. 저하께서도 마마의 진심을 알아주실 것입니다.”
“빈말 이라고 고맙구나. 민현아. 내 이리 기댈 수 있는 벗이 가까이에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세자저하도 진심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니 개념치 마십시오 마마"






[워너원/옹성우&황민현] 상사화 03 - 맺지 못한 인연 | 인스티즈


가까이 있어 다행이라 한다. 기댈 수 있는 벗이라 한다. 민현은 아직 마음을 채 정리하지 못했는데, 연우의 입으로 벗이라 이야기를 들으니 괜히 마음이 아려온다. 무관이 되어 신뢰를 얻게 되고 자리를 잡게 되면, 그리고 연우를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그 어여쁜 손을 한번 잡아보고 싶었는데, 한번 꼬옥 하고 안아보고 싶었는데....
한 나라의 세제와 혼인을 했으니, 세자빈이 되어서 저와 다시 마주하게 되었으니 당연히 저와는 이어질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먼저 알았고 먼저 좋아했는데, 가질 수도 없는 이 여인은 왜이리 해사하게 웃는지. 제게 올게 아니라면 좋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했으면 하는데, 가까이 마주하지만 마음을 줄 수 없고, 아파하는 걸 지켜봐야만 하는 마음이 찢어지게 아팠다. 이럴 거라면, 다시 마주치지 않은 게 나을 뻔 했다. 마음을 누르고 눌러도 계속 새어 나오는 걸 어찌하랴. 그래서 아무 대답도 못하고 그냥 웃어 보였다. 부디 마음이 더 새어나가지 않기를, 이 여인이 눈치채지는 않기를 바라면서. 괜히 세자저하도 진심으로 한 말을 아니셨을거라 말을 얼버무렸다.
















“민현아”
“예 마마”
“나는 이곳이 싫다.”
“……..”
“대궐 안은 항상 이런것이냐. 믿을 이 하나 없이, 의지할 이 하나 없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언제든 깨져 빠져버릴 것 같은데 등 떠밀려 계속 걸어 가야하는 나는 왜 이리 미련한지 모른다..”
“.........사랑받지 못해, 힘드신 겝니까”
“사랑? 그것이 무엇이냐. 여기서는 가당치도 않은 말을 하는구나.”
“………..”
“따쓰히 반겨줄 이 하나 없다는 것을 알고 들어왔지만, 너무 차갑기만 하구나 이곳이.”
"벗이 되어드리겠습니다. 이리 가끔 기댈 곳이 필요하실 때 곁에 있겠습니다. 마마"








그 말을 끝으로 민현은 연우를 궁으로 데려가 주었다. 아주 잠시 어릴적 벗이었을 떄 처럼 나란히 아무 말 없이 걸었다.

"다 왔습니다. 들어가시지요 마마."
"민현아.."
"예 마마."
.
.
.



“……… 간택은 나의 뜻이 아니었다.”
“알고 있습니다.”
“용서해다오. 아무런 선택도 할 수 없었던 나를”
“마마의 잘못이 아닙니다.”



 한동안의 정적이 있었고,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시간도 서로에게 위로와 이해였다.
긴 고민 끝에 연우가 꺼낸 말은 간택은 제 뜻이 아니었다 라는 말이었다. 나란히 거는 동안,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고민 끝에 꺼낸 말이었다. 거기까지가 연우가 할 수 있는 사과였다. 적어도 이 혼인 제 뜻이 아니었다고 아무런 선택도 할 수 없었다고.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사이이기에, 정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때 마음을 내어 주었던 이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과였다.


민현도 그런 연우의 마음을 알기에 그저 마마의 잘못이 아니라 한다. 그건 민현이 해 줄 수 있는 대답이자 위로였다. 저는 괜찮다고, 개념치 않아도 된다고, 이미 다 알고 있으니 자신을 탓하지 말라고. 민현이에게 연우는 아직도 정인 이었다. 하지만 이제 멀리서 지켜만 봐야 하기에, 휘청히는 모습이 안쓰럽기만 했다. 이룰 수 없는 인연이기에 언젠가는 보내줘야 한다는걸 알고 있지만, 아주 조금만, 곁에서 벗으로 호위무사로 휘청거리지 않을 때 까지만 이라고 욕심을 부리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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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같아라
오늘의 부제 "맺지 못한 인연"은 민현이와 연우의 인연입니다.
궐에 들어오면서 부터 언젠가는 해야 했던 말들을 이제야 하게된 연우와, 누구보다 담담하고 차분히 그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연우를 위로하는 민현이죠.
성우에게는 연우가 아직까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없어 그저 중전과 같은 편인데 더 착한척 답답하게 구는것 같아서 막말을 하게 된거에요.
그리고 그 둘 사이의 뾰족뾰족함을 없애는 것도 민현이의 일이네요.
곧 성우과 연우의 로맨스도 시작될까요..??

5년 전
독자1
ㅠㅜㅠㅜ 담편 너무 기대되요 연우 너무 불쌍해요ㅠㅜ ㅅㆍㅇ우가 어서 좀 부드러워 졌으면ㅜ 항상 잘 보고 있어요!!
5년 전
꽃같아라
댓글 감사합니다!! 이야기 잘풀어 나갈게요
5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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