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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개 전체글ll조회 910l 2

Various artists - 그대에게 가 닿으리

 

 

 

 

 

 

 

한가로운 햇살이 비추는 따듯한 오후, 도성 안 사람이 붐비는 시전 거리에서 틈을 비집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한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뒤로 따라오는 술래녀석에게 잡하지 않기 위하여 작은 몸집을 이용해 사람들의 사이사이를 비집고 술래를 따돌려 왔다. 소년에게서 거친 호흡이 터져나왔다. 소년은 뛰면서도 술래가 자신을 얼마나 쫒아왔는지 확인하기위해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보았다. 다행히 술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소년은 안도하며 앞으로 고개를 돌리려던 찰나, 오른쪽 어깨위를 간질이는 듯한 손짓을 느껴 뒤를 돌아보는데, 제 바로 뒤에 술래의 모습이 보이는 것 아닌가. 아뿔싸. 시전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에 가려 술래녀석이 보이지 않았던 거구나. 소년은 뒤늦게 후회하며 다시 도망치기 위해 발돋움을 해 달리던 속도를 더 높이려 하였으나, 소년의 앞을 막아 선 사람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재빨리 속도를 늦추려고 하였지만, 가까이 있던 사람과 자신의 충돌을 막을 순 없었다.

 

“아…”

 

소년은 충돌의 여파로 인해 바닥에서 굴러야 했다.

 

“….”

“미안합니다, 제가 지금 급해서…….”

 

소년은 엎어진 채로 자신과 부딪힌 사람에게 사과를 건넸다. 하지만 갓과 망건을 두른 사내는소년을 한번 쳐다 보는가 싶더니 다시 제 갈길을 가버렸다. 소년은 얼떨떨 했다. 이윽고 시전 바닥에서 일어나 묻은 모래를 털려는데, 자신의 발치 앞에 놓인 물건이 보였다. 꽤 묵직한 복주머니 였다. 소년은 그 것을 들고 일어나 안을 확인하려는데, 뒤에서 덮쳐오는 술래 덕재로 인해 재빨리 품 속에 그 것을 집어 넣었다.

 

 

 

 

 

 

 

 

 

 

화랑도(花郎徒) 1

 

 

 

 

 

 

 

 

 

 

“잡았다!”

“….”

“경수야, 이제 너가 술래니까, 남은 애들 초분이랑 호식이랑 형무 잡아서 책방 옆에 주막 앞에서 만….”

“도련님!”

“…어?”

“도련님! 여기서 뭐하고 계세요! 대감께서 도련님을 찾고 계십니다요.”

“나를? 아버지가?”

“예, 그러합디다요. 예끼! 뭐하느냐! 너는 빨리 가봐라.”


석대가 덕재에게 말했다.

“어…예, 경수야, 다음에 보자!”

“예끼!”

“됐다. 석대야. 그만해.”

“도련님, 아무리 그래도 도련님 이름을 마음대로 부르는데 저리 내비 두시면 안됩니다. 대감님께 한번 혼쭐이 나봐야 정신을 차리…,”

“됐대두. 내 친구들이잖아. 아버지가 부르신다며. 빨리가자.”

“알겠습디다요, 도련님.”

 

 

 

 

 

 

 

 

 

 

 

 

 


*
복 주머니가 없어졌다. 집에 두고 온 것 이라 생각했지만, 가에서 나오기 전에 안 소매에 넣어 나왔던 일이 기억났다. 두고 온 게 아니라면…. 남자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일 각 전에 시전 거리에서 부딪혔던 소년이 생각났다. 소년과 부딪힐 때 떨어뜨린게 분명했다. 지금에와서 소년을 찾는다고 시전 바닥을 다 뒤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 물건은 잘 보관해주시요.”

 

남자는 포목상을 나와 다시 거리로 향했다. 급한 것은 아니었지만, 적시에 돈을 잃어버리다니. 어지간히 운이 없었다. 물건은 나중에 다시와 찾아가도 되었으니 생각은 그 쯤 하기로 했다.

 

 

 

 

 

 

 

 

 

 

**
날이 어두워지고 각 집에는 등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소년의 집도 마찬가지 였다. 하인이 대문을 걸어 잠근 후 대문 앞 호롱불을 밝혔다.

그 시간 즈음, 소년은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앉아있었다.

 

 

“경수야.”

“예, 아버지.”

“경수 너의 나이가 올해 몇이더냐.”

“오, 올해 열 다섯 되옵니다.”

“열 다섯 이라….”

“….”

“경수야.”

“예. 아버지.”

“…화랑도에 지원해 봄이 어떠하겠느냐.”

“…예?”

“화랑도 말이다.”

“저는…, 화랑도에 가입할 자격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제가 들어가야 할 목적도 모르겠습니다. 저희 집안을 일으키는 게….”

“화랑도에 들어가 배우고 수련하여 주상전하의 곁을 보필함이 우리 집안을 위하는 길인 것을 왜 모르는 것이냐.”

“하지만….”

“모레 사시다. 관청에서 사람이 올테니 준비하고 있거라.”

“……예.”

 

 

 


아버지와의 대화를 끝으로 경수는 많은 생각을 했다. 화랑도…라. 경수의 아버지는 도 가(家) 출신의 6두품 학자이다. 신라 내에서 6두품은 제약이 많았다. 관직 진출에도 한계가 있으며, 또한 학문적 지식이 높아도 알아주는 이 하나 없었다. 이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자신에게 화랑도를 고집하셨다. 화랑도에 입단 하기만 하면 출세의 길이 환히 뚫려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진골 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었다. 내가 화랑도에 지원할 자격이 될까. 그것도 아니다. 화랑의 선발기준은 진골에게로 맞춰져 있다. 설사 입단 한다 해도 진골 귀족 자제들의 밑에서 갖은 핍박을 다 당할지도 모른다. 화랑도…. 머리에 섞여있는 모든 생각을 뒤로한 채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경수는 이부자리도 피지 않고 잠이 들었다.

 

 

 

 

 

 

 

 

 

 


***
날이 밝고, 경수는 평소보다 한시진 일찍 일어나 심사관을 맞기 위해 채비를 시작했다.

채비라 해봤자 정성들인 목욕과 평소보다 단정하고 말끔하게 묶은 상투와 망건, 그리고 갖고 있는 도포 중 그나마 가장 새 것인 도포를 입는 것 이었다.

 


앞으로 일다경(一茶頃) 안에 심사관이 도착할 것이다. 경수는 괜스레 초조해졌다. 심사관이 자신에게 어떤 질문을 하고 무엇을 심사할지 경수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손에 땀이 차왔다.

경수를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경수의 방문 앞에서 인척이 들리더니, 문이 서서히 열렸다. 경수가 기다리던, 심사관 이었다. 심사관은 경수의 앞에 앉아 질문을 건넸다.

 

 


“도 가(家)의 경수, 맞습니까?”

“아…예.”

“고개를 들어 보십시오.”

 

 

 

 

그 말에 경수는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심장이 쿵쾅대고 있었다. 축축해 진 두 손을 꽉 잡았다. 고개를 들어 본 심사관은 여자라고 해도 될 만큼 고운 얼굴 이었다. 아버지 뻘의 늙은 관리가 올 것이라 예상 했던 경수의 생각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예…쁘다.

 

 

 

“떨지 않으셔도 됩니다.”

“히…이…익!”

 

 

 

심사관이 왼 손에는 문서판을 든 채, 오른 손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경수의 볼을 쓰다듬었다.

 

 

 

“움직이지 마시지요.”

“….”

 

 

 

얼마나 흘렀을까. 경수의 볼을 만지던 심사관은 경수에게 일어나 보라고 말을 건넸다.

다리를 펴고 일어선 경수는 고개는 아래로 내리고 두 손을 내린 채 뻣뻣이 서있었다. 심사관은 경수에게서 한 발짝 물러난 채 경수를 훑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다시 다가와 경수의 볼을 만지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어보시지요.”

 

 

 

고개를 든 경수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심사관과 아주 가까이, 정면에서 눈이 마주 친 것이다. 경수와 눈을 맞추던 심사관은 다시 뒤로 물러서 문서판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피부가 말끔하고 하얀게, 참으로 곱습니다. 큰 동공도 아주 마음에 들어요.”

“…예?”

“다음번에 만날 때에는 낭도로서 정식으로 뵐 수 있기를.”

“에…? 저…기….”

“그럼, 다음에 뵙지요.”

“저기요!”

 

 

 

 

경수의 말을 뒤로한 채 심사관은 밖으로 향했다. 저 어떻게 되는 건데요…? 제 볼은 왜 만지시고…. 경수는 뒷말을 묻지 못한 채 방안에 가만히 앉아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
“도 가(家)의 자제 앞으로 화랑관 에서 온 문서요!”

석대는 밀봉된 문서를 받들며 쩍 하품을 하려는데, 화…화…랑관…

“마…마님!!!!!!”

 

 

 

 

 

 

 

 

 

 

 

*****
경수는 정식 낭도가 된다는 것에 믿을 수 없었다. 처음 통지서를 받았을 때, 어머님처럼 뛸 듯이 기뻐해야 하는 건지, 슬퍼해야 하는 건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낭도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경수는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낭도가 되면 가문의 위상도 높아지고, 또…봉급도 나오니.

경수는 다시 아버지와 마주 앉게 되었다. 경수의 아버지 도승학. 도승학은 읽던 서책을 덮고, 경수를 마주 바라 보았다.

 

 

 

“경수야, 고맙구나.”

“저도 제가 가야할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가서 소자 열심히 수양할 것입니다.”

“너를 믿는다. 정 힘들면, 애비 곁으로 돌아오거라. 항상 너의 곁에, 애비가 있음을 잊지마라.”

“…예. 아버지.”

 

 


방으로 돌아온 경수는 눈물이 차오름을 느꼈다. 훌쩍 거리고 있던 때, 바깥에서 소곤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경수야! 경수야!]

“…?”

 

 

경수는 방문을 열고 밖을 내다 보았다. 아무도 없는데.

 

 

[경수야! 여기야! 여기!]

 

 

담 바깥에서 소리가 들렸다. 덕재의 목소리 였다.

 

 

 

“덕재…?”

“응, 나야! 경수야, 놀자! 빨리나와!“

 

 

 

덕재가 높은 담장으로 경수의 얼굴을 보기 위해 콩콩 뛰어댔다.

 

 

 

“덕재야….”

“응?”

“나, 이제… 같이 못놀아.”

“…왜?”

“나 화랑도에 입단…해.”

“어…? 정…말?! 축하…해, 경수야!”

“…덕재야, ”

“…응….”

“덕재야, 얼굴 좀 보여봐.”

 

 

 

 

경수는 아까의 덕재 처럼 덕재의 얼굴을 보기위해 콩콩 뛰어댔다. 하지만 덕재의 얼굴을 보기에 키가 작은 경수에겐 높은 담장은 뛰어 넘을 수 없는 한계였다.

 

 

 

“덕재…덕재야…”
“흡…경수야…건강해야해…. 우리 꼭 다시만나. 너 나 잊으면 안된다. …나 갈게….”

 

 

 

덕재는 경수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은 채 재빨리 뛰어갔다. 경수가 볼수없던 마지막의 덕재 얼굴엔 눈물이 범벅이 되어 있었다. 덕재의 눈에선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계속 거리를 달리면서 차가운 바람이 눈과 피부를 날카롭게 스쳐가도 하나도 따갑지 않았다. 미련히 눈물이 나왔다. 마치 좋아하는 기집애랑 헤어진 것 마냥 덕재는 많이 슬펐다.

 

 

 

 

 

 

 

 

 

 

 

경수의 얼굴을 면밀히 살핀 이유 : 화랑도 (花郎徒)의 화랑 '花郎'  꽃화 자를 써 아름다운 용모를 가진 남자를 뜻합니다.

화랑의 조건 중 하나는 아름다운 용모를 가진 남자를 선발하는 것 이었어요.

그래서! 경수를 면밀히 살핀 것 이었지요!

화랑에 대한 설명은 간략하게 다음 화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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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대박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완전 취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완전 금손이세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편이 시급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3
헐 완전 취향저격이에요ㅠㅠㅠㅠ신얼신하고 가요ㅠㅠㅠ볼 쓰다듬는게 뭔가 했는데ㅠㅠㅠ꼭 계속 연재해주세요!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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