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아이콘 01. (부제: 새로운 세계와 열리는 서막.)
W. 듀긍
어휴, 답답해… 흔히 말하는 부잣집 아들 딸들의 모임에서 하하호호 웃고 있는것들이 가증스러워 보였다. 덤으로 얹혀진 이 치렁치렁한 빨간색 원피스도. 부잣집 따님 좋아하시네 이 여우같은것들! 어떻게든 남자하나 꼬셔보려고 호호거리는 것들을 쯧쯧, 혀를 차면서 쳐다봤다. 아니 대체 왜 이렇게 재미없는 파티를 해야하는건데? 도저히 납득이 가지를 않았다. 끈적거리게 붙어오는 남자들을 애써 웃으며 밀어내고는 숨쉴틈을 만들기위해 가볍게 삼폐인 한잔을 들고 밖으로 나섰다. 살랑이며 불어오는 바람에 괜시리 기분이 좋아져 웃다가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뜬 보름달을 구경했다. 홀짝, 거리면서 삼폐인을 마시니 달큰한 과일향이 올라오는게 꽤나 기분좋게 취한다. 그렇게 한참이나 혼자 마시고 있었을까, 풀숲에서 들리는 사브락, 소리에 켁켁대며 사레가 들린 목을 부여잡고 기침했다.
" 누…누구 있어요? "
살짝 피어나는 두려움에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천천히 일어나 그 풀숲을 빤히 쳐다봤다. 흔들리는 고운 비단치마가 무릎을 간지럽혔다. 그렇게 빤히 쳐다보고 있었을까, 움찔, 거리는 풀숲을 따라 천천히 들어가보자 저 멀리서 폴짝폴짝 뛰어대는 모자쓴 하얀토끼 한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괜한 안도감에 휴우, 한숨을 한번 쉬자 내쪽을 한번 바라본 흰토끼가 고운 털을 자랑하며 다다다 두발로 뛰어간…응? 토끼가 두발로 뛰수있나? 점점 멀어지는 토끼를 쳐다보다가 헐레벌떡 그 토끼를 따라 뛰어갔다. 폴짝거리며 잘도 뛰어가는 토끼는 중얼중얼 말을 내뱉으며 한손에 들린 시계를 번갈아 바라보기 시작했다.
" 이런…이쪽세계에서 시간을 너무 낭비했는걸. 돌아가면 한마디 하겠군. "
" 으아…토, 토끼야! "
아슬아슬 잡힐듯말듯 손에서 간당거리는 토끼의 옷자락에 숨을 크게 내쉬었다. 후하, 토끼야! 그렇게 흥미진진한 레이스의 끝자락에 머물머 토끼를 잡을려던 차에 쏙, 사라져버린 토끼에 멍하니 멈춰섰다. 아니 방금까지 여기에 토끼가 있었는데? 뛰느라 어느새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아내며 토끼가 사라진 곳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아니 대체 어디로 사라진거야? 어…구멍? 우와, 나무인가? 어, 어어! 꺅! 그렇게 이리저리 둘러보다 나무 밑 큰 구멍을 발견해 신기한 마음으로 천천히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앉아 구멍을 빤히 들여다봤다. 이리저리 얽혀있는 나무뿌리같은것들이 잔뜩 있는 구멍을 보다가 일어나려는 순간 세게 불어오는 바람에 휘청이며 그대로 구멍안으로 들어갔다.
떨어지지 않으려 허우적거려도 밑으로 자꾸만 떨어지는 몸에 엄마! 하고 소리를 질렀다. 퉁, 하고 튀어오르기도 하고 책에 부딫히기도 하는 바람에 정신이 없어서 그저 무념무상으로 멍하니 떨어지기만했다. 그러다가 아래에서 올라오는 거대한 피아노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어, 어어…? 으악! 도저히 피해지지않는 피아노에 아, 내 인생여기서 끝이구나. 하는 마음으로 눈을 꼭 감자 아무 고통도 없길래 살며시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연주되는 파이노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야, 아,아니… 이게무슨, 으아, 악! 부드럽게 연주되다가도 펑, 하고 터져버리는 피아노에 몸을 웅크렸다. 제발 아무나 살려주세요… 그렇게 눈을 꼭 감고 웅크리고 있자 곧 이어 부드럽게 나를 감싸안는 느낌에 눈을 떴다.
" …허, 이,이게 뭐야…? "
다름아닌 내가 웅크려있는 곳은 버섯이었다, 버섯. 남들이 먹는 그 흔한버섯말이다. 말랑말랑한 느낌에 버섯을 꾹꾹 누르다가 재빨리 뛰어내려왔다. 분명히 아까는 밤이었는데… 이상하리만큼 따스한 햇빛에 손으로 햇빛을 막아냈다. 그러기도 잠시, 일단 어디라도 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죽기는 너무 억울하잖아! 타박타박, 부드러운 흙밭을 거닐다가도 신기한 그 풍경에 넋을 놓고 본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중간중간 말을 걸어오는 꽃들과 나무들에게 어색히 웃으며 인사를 해주었다. 슬슬 밀려오는 허기짐에 침을 꿀꺽, 삼켰다. 일단 이 나라? 왕국? 아…쨌든 여기는 엄청 아름답고, 또 이상해. 하는 생각이 자동으로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을까, 보이는 먹을것에 빠른걸음으로 달려갔다.
" 우와…엄청 예쁘게 생겼네. 근데 이거 먹어도 되는건가? "
" 그거 먹으면 안돼는데. "
" …엄, 엄마야! "
주렁주렁 열려있는 앵두같은 과일을 따서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이거야 원… 먹을수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아나. 한숨을 한번 쉬고는 그냥 입안으로 털어넣으려는 찰나,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라 푸드득, 과일을 다 떨어뜨렸다. 뭐가 그리도 불안한건지 쉬지않고 빨빨거리던 남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시간이없어, 어디로갈래? 모자를 쓰고 조끼를 걸친 남자가 바쁜듯 시계를 연신 들여다보며 내게 물었다. 다짜고짜 내게 다가와서 저런말을 하니 어이가 없을수밖에 없었다. 아니 나를 언제봤다고 아는척이지? …근데, 아까본 토끼랑 하는짓이 많이 비슷한데? 쭈뼛거리며 남자에게 다가가 혹시 토끼 보셨어요? 라고 묻자 남자가 바삐 움직이던 다리를 멈추고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 …토끼? "
" 네, 그…모자쓰고! 음, 시계도 들고있고 어딘가 바빠보이는 흰색토끼요. 어…? "
" 앨리스, 너무 늦게 알아차린거 아니야? "
" 아, 아까 그 토끼?! 아니, 사, 사람이 어떻게 토끼로…! "
" 쉿, 원더랜드에 온것을 환영해. 그런 의미로 나와 함께 가지 않을래? "
순식간에 토끼로 변한 남자가 나에게 손을 내밀며 물었다. 진, 진짜 토끼…? 하며 조심스럽게 내밀어진 손을 붙잡았다. 부드러운 털이 손에 닿고 말랑한 살이 내 손을 꼭 감싸안았다. 그렇게 손을 잡자마자 갑자기 휘몰아치는 바람에 눈을 꼭 감았다. 앨리스, 눈 감고 있어. 슬며시 눈을 뜨려하자 토끼가 그런 나를보고 반대쪽 손으로 내 눈을 가린다. 하얗고 부드러운 털이 시야를 가로막았다. 따뜻한 느낌에 편안히 눈을 감자 곧 손을 뗀 토끼가 이제 눈 떠도 돼. 하고 말하고는 나를 쳐다봤다. 살며시 눈을 뜨자 어느새 바뀌어 있는 풍경에 입을 떡 벌렸다. 포근한 느낌의 산장에 주변만 두리번 거리고 있자 그런 나를 이끌어 쇼파에 앉힌 토끼가 기다리라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 나, 나 이거 꿈 아니지…? "
" 꿈 아니니까 걱정마, 일단 이것부터 마셔, 앨리스. "
" 어…이게 뭐에요? 그리고 앨리스는 뭐…뭐죠? "
" 앨리스, 원더랜드의 중심이지. 니가 사라진다면 그날 뒤로 우리 원더랜드는 힘을잃고 사라져. 그리고 이건 너를 지키기 위한 거라고 해두지. "
연신 시계를 딸깍, 거리던 토끼가 얼른 마시라며 나를 재촉했다. 알겠다며 컵을 들긴들었는데 음… 생각보다 비주얼이 조금. 찻잔안에서 부글거리는 보라색 액체가 연신 묘한 향을 내뱉었다. 달큰한거 같기도하고 악취가 나는거같기도 한 냄새에 그냥 마시자, 하는 마음으로 꿀꺽, 거리며 재빨리 마셨다.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리는 끈적한 액체에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렇게 다 마시고 컵을 내려놓자 그런 나를 한번 쳐다본 토끼가 깡충대며 나에게 다가왔다. 멀뚱히 토끼만 쳐다보자 그런 나와 눈을 맞춘 토끼가 흐음, 하고 손으로 턱을 매만진후 말했다.
" decrease. (줄어들다.) "
" 네…? 으, 으악! "
토끼가 짧은 단어 한마디를 내뱉자 둥실거리며 떠오른 몸이 순식간에 허공에 세워졌다. 곧 내 주위에서 반짝이는 빛들에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두리번거리자 눈부시게 빛나는 빛에 눈을 꼭 감았다. 작은 폭발음과 함께 서서히 가라앉는 느낌에 눈을 뜨자 모든 사물이 비정상적으로 커보인다. 응…? 어, 어어?! 아까까지만해도 내 손바닥만하던 찻잔이 순식간에 내키의 두배가 된것을 보고 놀라 토끼를 올려다보자 언제 사람으로 변한건지 훤칠해진 키에 입만 벌리고 있자 나를 조심스럽게 들어올린 토끼가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는 큭큭 웃으며 말했다.
" 앨리스, 귀여워. "
" 아니 귀여운게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이, 이게 어떻게 된…! "
" 뭐,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이라고 해두지. "
" …허어…. "
" 우리에겐 시간이 부족해 자, 지금 당장 떠나볼까? "
원더랜드 속 시간의 지배자, 김진환. (a white 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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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ㅎㅎㅎㅎㅎㅎ... 스케일이 상당히 큰 판타지물입니다.
주 소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영화에서 얻었구요. 최대한 다른 전개로 가려고 노력중입니다 ㅎㅅㅎ
아무래도 판타지물이다보니 러브라인은 넣을까말까 고민중이구요
또한 이 작품도 꽤나 길어질 예정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흘ㄺ....
읽어주셔서 감사하구 댓글달고 포인트 가져가세요!
* 재업로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