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RGET 00
-TARGET POINT-
“변 형사님, 저희 진짜 이래도 괜찮은 거예요? 검찰에서 허가 아직 안 떨어졌다면서요.”
“아마”
“이러다 저희 잘못되는거 아니에요? 이번 건 강력 2팀이 맡았었던 거잖아요 그럼 김 검사님이 지휘할 텐데.”
들어 온지 얼마 안 된 막내라는 놈이 벌써부터 자기 밥줄 안 끊기려고 애를 써댔다.
언제 이놈을 구워삶지. 빠릿빠릿 해지려면 한 달은 더 걸릴 것 같다.
“네가 아직 우리 팀장의 능력을 모르는 것 같은데, 그런 걱정 할 시간에 네 목숨이나 걱정하세요 어디서 어벙하게 있다 총이나 맞지 말고.”
“총요? 그놈 총도 쏘는 놈이에요?”
구워삶지도 못하겠다. 이 새끼 이런 머리로 간부 시험은 어떻게 봤지, 문제가 쉬워졌나.
나 때만 해도 아주 박 터졌는데.
“그래 그놈은 총도 쏘는 놈이니까, 넌 저기 편의점 가서 캔 커피 하나 사와 따뜻한 걸로.”
“변 형사님 드시게요?”
“내가 나 마시자고 너한테 심부름 시키겠냐? 팀장 주게, 팀장!”
“아.. 경정님, 알겠습니다.”
커피 심부름, 그게 범인 소굴로 들어가는 것보다 맘이 편한 건지 막내는 해맑게 대답하며 편의점으로 뛰어갔다.
“으.. 춥다 추워 이런 날 클럽을 왜 가는 거야? 집에나 처박혀 있지”
벌써 겨울이 가까워졌는지 입김이 새어 나왔다. 옷을 여미며 홍대 클럽으로 향하고 있는 지금 이 길은 자정이 넘은 시각이지만 점점 더 화려해져만 갔다.
그런데 화려해지는건 거리뿐만이 아니었다.
여기 물 대박인데.
“내가 요즘 일에만 치여 살았네 살았어. 그래, 이런 날에 클럽을 와야지.”
클럽 문 앞까지 다다르니 몸의 굴곡을 다 드러내는 옷을 입거나 헐벗은 여자들이 곳곳에서 눈에 들어왔다. 그러다 조금 무리 지어 모여 있는 여자들과 눈이 마주쳤다. 교복을 벗은지는 얼마 안 된 건지 아직 다들 앳되어 보이는 얼굴들이었다. 요즘 애들 발육이 장난이 아니구나.
예쁘장하게 생긴 한 명에게 생긋 웃어주니 얼굴이 불그스름해지더니 친구를 보곤 꺄르르 웃었다.
귀엽다. 이것 봐 지금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안 된다니까
-A조
-A조 위치 완료했습니다.
-B
-B조 조리실 잠입했습니다.
-변 형사 넌 왜 안 와?
“다들 불금이다 뭐다 하는데 일하는 우리 진짜 불쌍하지 않아? 우리도 아직 청춘인데.”
무전기를 타고 팀장의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왜 청춘 맞지, 꼭 십 대 이십 대만 청춘인가 서른 줄 꺾였다지만 우리도 아직 팔팔한데.
-무슨 헛소리야 그래서 지금 어딘데
“바로 앞이야 자기야, 몇 분 못 봤다고 나를 그렇게 찾아, 기분 좋게”
-... 박형사
-자기야는 지랄, 암튼 오늘 주인공 끝장나게 준비 완료. 나 오늘 진짜 멋있다.
-다들 정신 바짝 차립시다, 특히 박 형사님. 오늘 그놈 못 잡으면 우리 목 날아갈지도 몰라요.
차 문이 요란스럽게 열리고 백현이 들어왔다
“와,, 춤추는 거 하곤, 무슨 수산 시장에서 왔나 펄떡거리는 것 봐 존나 오징어 같아 그치 자기야?”
차 한 쪽을 꽉 채운 화면 속 오늘의 주인공은 사람 가득한 클럽 안에서 큰 덩치로 어설픈 클럽 춤을 추고 있었다.
참, 애쓴다 박찬열
“왜, 너보다 잘해서 박형사가 저기서 저러고 있는 건데, 그쪽이 트집 잡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내 말에 배까지 쥐어 잡고 웃어대던 변백현은 입을 삐쭉 내밀었다.
“에이 가무 중에서 변백현은 가지 내 목소리가 그렇게 설렌다면서, 보안 1과에서 나 완전 아이돌이야 가끔 놀러 가면 그렇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는데...큼..”
노래라도 한곡 뽑으려는 건지 목 주변을 매만지다가 아아 거리며 깐족거리는 백현의 모습에 저절로 혀끝을 차여졌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화면을 바라보았는데,
“찾았다.”
플로어 바로 앞 테이블에 그 여자가 나타났다. 오세훈의 표적,
그리고 마지막 표적.
“...어? 오세훈?”
“아니, 우리가 살릴 목숨.”
“박 형사 5시 방향, 플로어 쪽 테이블”
-오케이 발견.
박찬열의 무전이 울리고 뻑뻑해진 눈을 감았다 떴다.
“참 빨라, 역시 우리 홍일점 다워.”
그러자 백현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다 내 어깨에 살포시 기대곤 마치 어린 강아지 새끼마냥 지 머리를 비비적 거렸다.
“머리 감았어?”
“아-니 삼일을 밤샜는데 머리 감을 시간이 어딨어”
“그럼 치워.”
“매정하긴 농담인데. 어, 앉았다 박찬열.”
박찬열이 그 여자 옆에 앉았다.
예쁘다.
와, 이 여잔 오세훈 손에 죽기 아까운데.
“혼자 왔어요?”
그 여자 옆에 앉고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 난 지금 잘생긴 남자인 거야 찬열아, 멋있게 하자.
내가 요즘 우리 경정님한테 너무 잡혀 살았어 자신감을 갖자.
그 여자가 나를 바라봤다. 숨만 내뱉어도 그 여자에게서 술 냄새가 진동을 했다. 얼마나 들이부었길래, 이런 여자한테 무슨 향기가 난다고 오세훈 그 또라이는
“이름 궁금한데, 그쪽 워낙 내 스타일이라.”
-멘트 아버지한테서 배워왔냐? 잘도 그 여자 꼬시겠다 존나 진부한 새끼
귓속에서 변백현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시발, 걸어오면서부터 생각한 멘트인데. 아, 이 새끼 한 달은 놀리겠네. 헛기침을 하고 다리를 꼬았다.
섹시하게 가자, 찬열아 난 지금 무지 치명적인 남자인 거야.
“난 변백현이라고 해요, 그쪽은?”
-야 이 미친놈아 죽을래 왜 내 이름을 팔아!
조용.
변백현의 무전으로 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나불거리던 변백현이 조용해졌다. 그러니까 작작 좀 깝치지 새끼.
“...배수지"
와 방금 겁나 예뻤어.
“수지, 오빠랑 한잔 더 할까?”
살며시 그 여자 어깨에 팔을 둘렀다. 어떡해서든 오세훈이 오기 전에 이 여자를 빨리 클럽 밖으로 데리고 나가야 한다.
“안 돼요...저... 만날 사람 있어요 온다고 했는데..”
그 사람이 자길 죽일 거라는 건 상상도 못하는지 초조함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참 독하게도 홀렸다.
그 여잔 정신이 나간 것처럼 클럽 주위를 둘러보더니 기어코 눈에 눈물이 가득 찼다.
-그럴 시간 없어 억지로 끌어서라도 빨리 나와.
“이 여자 예쁘다. 팀장님 내가 억지로 끌고 나가면 다른 놈들이 막을걸.”
내가 조용히 옷깃에 있는 무전에 대고 말하자 그 여잔 나를 바라봤다. 무전은 못 들었는지 눈물을 흘리면서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키스라도 하던지 그럼.
키스, 우리 경정님 오늘따라 말 밉게도 하네.
그 여자의 머리카락 끝을 매만졌다.
여잔 진짜 예쁜데 근데 왜 이렇게 키스하기가 싫지. 그래, 술 냄새가 너무 나긴 해.
-뭐 해, 빨리 시간 없어
짜증 나.
여자의 고개를 부여잡고 진하게 입을 맞췄다. 일부러 보란 듯이 질척거리는 소리까지 냈다.
-오세훈 발견했습니다. 출입문 앞이요!
한 손은 그 여자 허리에 다른 한 손은 뒷 목을 부여잡고 강하게 안았다.
-빨리 뒷문으로 와
술에 취해 정신이 없는 그 여자는 그저 내가 하는 대로 받아들였다. 지금 키스가 꽤 진한 건지 플로어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들도 느껴졌다.
-오세훈 지금 계단 내려가고 있습니다.
-박 형사!
점점 숨이 가빠 오는지 내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조금 더 그 여자를 옭아맸다.
-지금 복도 진입이요!
-야 박찬열!!
힘이 풀렸다.
내 품으로 쓰러진 여자를 안아들었다 그러자 플로어를 가득 채우던 남자들이 내가 승리자라도 된다고 생각하는지 부러움이 가득 담긴 눈빛들을 보냈고 나는 그런 사람들 틈 사이를 지나며 뒷문으로 향했다
승리자는 개뿔, 까칠한 우리 팀장한테 또 까이겠지.
박찬열이 화면 밖으로 사라졌다
미친놈.
"미친 놈 이라도 저건 인정."
미친놈이라고 입 밖으로 꺼냈구나 내가
"저 여자 진짜 여신, 어떤 남자가 예쁜 여자랑 키스하는데 머리가 돌아가. 아 나도 춤 연습 좀 할걸. "
아쉬운 듯 제 딴에는 웨이브를 하는 건지 변백현은 몸을 꿈틀거렸다
"나도 참, 이런 놈들이랑.."
차 밖에 뒷 문으로 막 나온 찬열이 보였다 안아든 여자를 차 앞에 대기하고 있던 팀원에게 넘기고는 입 주위를 쓸어내렸다
화면 속 오세훈은 복도를 지나 여자를 찾는 듯 주위를 살피다 바에 앉았다
12시 30분
헤드셋을 빼고 겉옷을 벗었다
"뭐야...왜 갑자기 이쁜 짓이야? 이렇게 밀폐된 공간에서 이러면... 나야 땡큐지"
백현이 겉옷을 벗는 나를 보며 능글스럽게 눈을 잔뜩 접어 보이며 웃었다. 진짜 밝히는 건 박찬열 저리 가라야 변백현
"뭐 하긴 잡아야지, 오세훈."
구석에 있던 가방에 구두를 꺼내 신고 빨간색 립스틱을 발랐다
"춤 연습할 걸이라는 말 취소. 팀장아 오세훈 잡기 전에 나부터 잡겠는데?"
백현은 내가 조금씩 치장을 할 때마다 박수를 쳐대거나 휘파람을 불어댔다 그런 그를 무시하고 귀걸이를 걸고 특수과에서 만들어준 향수를 뿌렸다
"와 향수까지 뿌려 오세훈 존나 복받은 놈"
중얼거리는 백현을 무시하고 나가려 차 문을 열려고 하니 멍하니 있던 백현이 나의 손목을 붙잡았다
"얼른 끝내고 와 오늘 나랑 데이트 한번 해야겠는데?"
끼쟁이,
백현이 익살스럽게 윙크까지 하면서 손목에 있던 손이 타고 내려와 손깍지를 꼈다
그러다 문득 향수 효과도 볼 겸 깐족 거리던 변 형사 좀 놀릴 겸 백현의 팔을 끌어당겨 내 품에 안았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어때"
"어? 어 뭐가?"
내가 와락 안아버려서 당황한 건지 자기 두 손을 내 등에 올리지도 못하고 허둥댔다. 이런 거 보면 참 순진해
"향기, 향기 어떠냐고."
"아 향기.."
그제야 백현이가 상황 파악이 된 건지 피식 웃으며 숨을 내뱉더니 이번엔 오히려 내 허리에 손을 감아 강하게 안고는 내 목에 코를 박고 숨을 들이쉬었다
"진짜 여우, 가끔 생각을 뛰어넘는다니까."
내 목에 대고 웅얼거리며 말을 꺼냈다
"그딴 소리 할 거면 이거 놔라."
"약하게 나는데 향기 좋아, 근데 지금 너 향기 없어도 뭐든 다 홀릴 수 있을 것 같아."
"뭘 홀려 홀리긴, 이거 놔 시간 없다 넌 조사실 준비해놔."
그의 팔을 푸르며 말하자 백현이도 순순히 풀어주더니 내리려던 나를 다시 붙잡고 아래위 훑어보다 거수를 했다
"잘 갔다 와요 경정님. 다치지 말고"
"내 몸은 내가 지켜"
“암, 그래야지 우리 팀장이지.”
백현이 엄지를 척하고 들어 보이곤 매너 넘치는 신사 마냥 문을 열어주었다. 차가 닫히고 뒷문을 향해 걸었다.
쓰러진 여자를 추스르고 있던 찬열이 보여 빠르게 다가가 정강이를 찼다.
“아!!”
“박 형사 이따 봐 진짜 죽을 줄 알아. 나 지금부터 무전 못하니까 이십분 후에 애들 철수시키고 오세훈 호송할 차 준비해.”
“아 진짜 아파, 알았어.. 야 너 옷!”
방정맞게 자기 무릎을 비비다 나를 올려보더니 멍청하게 입을 벌렸다 그러다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이런 건 계획에 없었잖아.”
“이게 뭐가”
“짧고 파이고 너 저기 안에 남자가 얼마나 많은 줄 몰라?”
대뜸 화를 내며 본부에서 삼십분 동안 공들여서 세운 머리를 자기 손으로 마구 헤집더니 한숨을 쉬며 나를 내려 봤다.
“알아. 왜, 변백현은 좋아하더만 너도 이런 취향 아니었냐?”
“변백현이 이거 봤어?”
“응. 변백현 앞에서 갈아입었는데?”
“뭐라고?”
저 낮은 목소리로 큰소리 내니까 길이 울렸다 여기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지.
“시끄러워! 소리 좀 그만 질러,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빨리 본부에 연락이나 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건지 멍하게 있던 찬열을 지나 뒷 문을 열고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매캐한 담배 냄새가 한꺼번에 몰려 들어왔다. 담배 냄새, 땀 냄새, 화장품 냄새, 그리고 약하게 나는 약 냄새. 도대체 오세훈 그 자식은 이런 곳에서 무슨 수로 좋은 향기를 찾아내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사람이 가득한 플로어를 지나 오세훈이 있는 바로 가려는데 웬 낯선 손들 이 슬금 슬금 올라왔다.
아, 욕 나오게 하네 진짜 멸치같이 생긴 것들이
손들을 다 쳐내면서 지나가자 오세훈의 뒷모습이 점점 가까워져 갔다.
“야 변백현!”
차 문을 성질대로 열자 큰 소리가 났다. 차 안 헤드셋을 끼고 화면을 바라보던 백현이 나를 보자 실실 웃어댔다
“봤어? 봤어? 와 진짜 겁나 이쁘지?”
아 이 새끼를 그냥
“미친놈아! 그렇게 보내면 어떻게 해!! 아오 이 새끼 한치 앞을 못 봐요, 진짜 저 안에 씨발, 남자가 얼마나 많은 줄 알아?”
해맑게 웃던 변백현 등판을 때렸다. 맞아도 시원찮을 놈
“아, 그러네?”
“아 그러네~?”
대책 없는 대답에 다시 손이 저절로 올라갔다 그러자 등을 매만지던 백현이 이번엔 재빠르게 내 손목을 잡아서 내렸다.
“무슨 걱정이야, 여기서 너랑 내가 다 보고 있고. 그리고 우리 팀장이 쉽게 넘어갈 여자야?”
“몰라 이 새끼야”
백현을 밀치고 헤드셋을 썼다. 팀장은 어느새 오세훈 옆자리에 앉아있었다.
“바 카메라 확대하고 팀장 마이크 소리 좀 올려봐”
“잘생겼네 오세훈.”
“무슨 잘생기긴, 기생오라비처럼 생겼구만.”
잘생겼어, 그것도 겁나. 하긴 그러니까 여자들이 넘어갔겠지
“네가 할말은 아닌거 같다?”
“아! 좀 닥쳐봐 듣자 좀!!!”
“네가 더 시끄러워 임마”
변백현 뒤통수를 한 대 때리고 싶은 강한 충동을 참고 화면에 집중했다.
근데, 시발 저게 뭐야
“준벅 한 잔이요.”
넓은 바에 혼자 앉아 있는 오세훈 옆자리로 다가가 앉았다. 그도 역시 남자기에 여자는 가리지 않는 것인지 이미 정해놓은 먹잇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다가온 먹이에게도 관심을 두었다. 향기가 퍼지게끔 머리를 쓸어넘기며 잔뜩 얼어서 칵테일을 만들고 있는 막내에게 웃어 보였다. 옆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러자 피식하는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그는 빈 글라스를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향기 좋네요.”
“향기요?”
“응, 그쪽 몸에서 연하게 나는”
특수과에서 만들어준 향수가 오세훈 맘에 들은 것 인지 흥미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다 아예 몸을 내 쪽으로 돌렸다.
“난 잘 모르겠는데, 근데 그쪽은 내가 별론가 봐요 여자에게 한다는 칭찬이 고작 향기 좋다는 말이니.”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게 여우 짓이 늘었다. 그런데 웃긴 점은 내가 확신하는데 나의 이런 끼 부림이 거의 변백현 영향이 크다.
“고작은 아니죠. 나한텐 그게 최고의 칭찬인데. 제 취향이 그쪽이라.”
“그쪽 페티쉬가 향기인가 봐요”
나의 직설적인 말에 오세훈은 넓은 어깨를 들썩이며 웃더니 눈썹 가를 매만졌다.
“뭐 그렇게 볼 수도 있죠.”
“그럼 난 그쪽 성적 취향에 적절한 여자란 소리죠?”
나의 말에 이내 그는 웃음을 멈추고는 내 두 눈을 바라보았다.
조향사.
특히 여자를 홀리는 향기를 만드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여자를 다루는 법을 알고 있다, 여자들을 갖고 놀 수 있다는 자신감, 자신이 항상 여자 우위에 있다는 자만감으로 똘똘 뭉친 눈빛이다. 그러다 갑자기 그는 가까이 다가오더니 나의 어깨에 팔을 두르곤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작정하고 향기를 맡는 듯 오세훈의 거친 숨결이 느껴졌다.
“뭐, 향기가 내 취향이 아니어도 내가 그쪽 취향에 맞춰줄 수도 있고.”
그의 손은 어깨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내 몸을 타고 내려와 허리를 감쌌고 목덜미에 짧은 입맞춤을 하곤 떨어졌다.
“준벅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거”
막내는 덜덜 떠는 손으로 주문한 칵테일을 내려놓더니 눈치를 보며 캔 커피를 건넸다.
“이건 내가 안 시켰는데.”
“그냥, 받으세요..”
“쟤 뭐 하냐?”
안 그래도 오세훈 저 새끼가 팀장 허리 지분거리는 것도 빡치는데 저 새끼는 왜 저래
“아.....존나 융통성 없는 놈.. 내가 캔 커피 사서 주라고 시켰는데, 저걸 저기서!”
변백현도 어이가 없는지 말도 채 못하고 혼자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러니까 너는 왜 저런 걸 막내를 시키냐! 수면제도 타야 되지 쟤?”
“그럼 어떡해 칵테일 잘 아는 애는 너랑 막내뿐인데. 야 우리 부서 안에 너네처럼 금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 별로 없어요.”
“미친 자기는 아닌 척 쩌네”
“야 나 금수저 이제 뺐어”
“무슨 개소리야”
“나 호적 파였다.”
호적 파였다. 그럼 이 말은 가족이 버렸다는 말인데 이 새낀 왜 이렇게 자랑스럽게 말해
“뭐...? 언제?”
“한 이틀 지났나? 대한 철강 투자자금에 손댔더니 제발 집으로 들어오라 할 때는 언제고 나가버리라니깐 나왔지 뭐”
“미친 새끼, 그 돈으로 뭐 했는데”
“뭘 뭐 해 아직 통장에 있지 서류 완전히 정리되면 다시 넣어드려야지, 아직 그 돈 만지기엔 내 깡이 부족해요-”
“노렸네.... 노렸어. 미친 새끼.”
내 말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어깨를 들썩거렸다.
“팀장한테 말하지 마라, 나 쫓아낼걸.”
“병신. 근데 시발 오세훈 저 새끼는 왜 저렇게 만지작거려 저걸 나를 시켰어야지!!!!”
“막내는 얼굴이 안되잖아! 얼굴이!! 쟤가 배수지 잘도 꼬셨겠다.”
"참나.....존나 인정한다 내가 막내보단 낫지.
암튼 오세훈 수갑 채울 때 내가 채운다. 시발 조이게 채워야지 어디에 손을 놀려”
-고마워요, 이 분한테 마가리타 한잔 주세요. 나 칭찬해준 보답.
팀장은 당황하지 않고 커피를 받아들곤 칵테일을 한잔 더 주문했다. 그런 그녀의 표정은 무서울 정도로 차분했다.
“역시 우리 팀장 답네.”
“뭐가?”
“마가리타, 저거 죽은 애인에게 바치는 술이거든 뭐, 잔 끝에 소금을 묻히는 거라 막내 배려해 주는 건지 몰라도.”
내 말을 듣자 변백현은 으- 거리며 혀를 내밀곤 고개를 저었다
“진짜 무서운 여자야. 자기가 주는 술 잘 먹고 자기 손에서 잘 죽으라는 소리야?”
“무섭기만 하냐 섹시하지.”
화면 속 팀장은 너무나도 화려하고 섹시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다.
지금 팀장은 형사가 아니라 저 클럽 안에 있는 모든 남자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킬 수 있는 여자였다.
“그러니까, 더 무섭다고.”
제발 눈치가 있으면 수면제를 잔에 묻히길 바라며 막내에게 마가리타를 주문했다. 아무리 오세훈을 겨냥해 만든 향수라지만 일반인은 알아채지 못하는 향기를 저렇게 빨리 캐치해낸다는 것을 보면 남들 보다 후각이 몇 십배는 민감하다. 함부로 술에 타는 것 보단 소금과 섞여 있는 것이 안전할 것 같았다.
“그쪽은 뭐하는 사람이에요?”
“조향사."
“그래서 향기 향기 거렸구나.”
“그쪽은요”
“뭐하는 사람 같아요 나?”
그러자 언뜻 보면 매서울 수 있는 눈으로 나를 훑어보았다.
“이렇게 적극적인거 보면 따분한 직업은 아닌 것 같고. 근데 뭐, 지금 직업이 중요하나 서로 성적 취향이 중요하지.”
성적 취향. 다소 원색적인 단어를 내뱉는 그는 아무렇지 않는 듯 오히려 지금 이순간이 편안한 듯 나른해 보였다. 그런 그의 태도의 웃음이 나 살풋 웃어보이니 오세훈은 내 머리카락 끝부분을 매만졌다 그러다 칵테일을 섞다 큰 소리를 내며 믹싱 글라스를 떨어뜨린 막내를 바라보았고 막내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라며 꾸벅 인사를 하는 막내에게 고갯짓 한번 해주곤 다시 나를 보며 말을 꺼냈다.
“내 취향은 향기인 걸 들켰는데. 그럼 이제 그쪽 취향도 들춰내야죠.”
나는 내 허리쯤에 놓여진 그의 팔 위에 내 팔을 얹고 그의 팔목을 감쌌다.
“난 묶는게 좋더라구요.”
그러자 그는 크게 웃었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긴 손가락으로 입가를 만지작 거렸다 그리곤 웃음기 잔뜩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나를 아님 그쪽을?”
“누구든. 사람이 어딘가 속박 되어있다는 거 꽤 흥미롭지 않아요? 사람을 마음대로 이끌 수 있다는 거 난 그게 좋던데. 내가 좀 정복적인 편이라, 내 취향이 구속 집착 뭐 그런건데.”
그는 웃음기 서린 표정으로 자기 팔위에 걸친 내 손을 바라보곤 깍지 껴 잡았다.
“취향한번 확고하네. 난 구속 집착 이런 거 별로던데.”
“그럼 나도 별로?”
일부러 그의 품에 가까이 다가가 기댔다.
“취향은 변하기도 하니까.”
그의 대답에 웃음 지어주다 막내와 눈이 마주쳤다.
“마가리타 나왔습니다.”
칵테일을 건내는 막내는 긴장이 풀린 듯 나에게 살짝 웃어 보였다. 다행이다 그래도 눈치는 있네.
오세훈은 잔을 받아들곤 칵테일 향을 맡았다. 나를 보곤 잘 마실게요. 라는 말을 하며 입에 가져갔다. 그런데 한 입 마시고는 잔 위에 묻어있는 가루들을 털어냈다
“마가리타 그 소금이랑 먹어야 더 맛있을텐데.”
내 말에 그는 그의 큰 손에 묻은 가루들을 털어내곤 다시 그 잔을 들지 않았다.
거부했다 내가 선물한 술을.
“내가 짠 걸 싫어해서. 그럼 이제 나갈까”
오세훈이 눈치챘다.
“오세훈 눈치챘어.”
이렇게 쉽게 배수지 그 여자를 포기할리 없다. 오세훈이 며칠 동안 얼마나 공들인 먹잇감인데, 근데 시발 얼마나 개코면 냄새도 잘 안나고 심지어 소금이랑 섞인 수면제 향을 맡아. 존나 짐승 새끼 우리 팀장 허리 만질때부터 알아봤어.
“잠입 팀 투입하면 안되겠지.”
“응 세시간 후에 여기서 김두식 마약 밀거래 있다더라. 우리가 함부로 움직였다간 다른 팀 한테 민폐야”
내 말에 백현은 한숨을 쉬더니 전화를 들었다.
“어 경수야 지금 AN클럽 전방 1KM 안에 있는 호텔이나 모텔 CCTV 좀 확보해놔, 교통과에 연락해서 도로 CCTV도 확보하고
야 찬열아 이 새끼 작업장 어디랬지?”
“하얏트 호텔. 오세훈 아마 거기 안 갈거야. 오래되고 구석에 있는 모텔 주변 카메라까지 찾아 놔야돼.”
“들었지 경수야 오 분안이다. 부탁한다.”
일이 꼬였다. 팀장이 설계한 작전이 꼬였다
이거 큰일났네.
화면을 뚫어질듯 쳐다보던 백현이 어느 샌가 뒤로 가더니 팀장의 가방을 뒤졌다 그리고 총을 꺼내들었다.
“미치겠네, 팀장 총 안가지고 갔어 숨길 곳도 없겠지만, 무전도 없는데, 별일 없겠지?”
“별일 없어, 우리 팀장이잖아.”
벌써 삼년이 지났다 팀을 꾸리고 우리와 그녀가 일한지. 삼년동안 그녀의 실수는 한번도 없었다. 이제는 그녀의 치밀함이 우습지만 우리에게 자신감이 되어버렸다. 지금 우리가 걱정하는 것이 웃음거리가 될만큼 팀장은 완벽한 여자였다.
-술 맛있었어요. 근데 혹시 릿츠 호텔 바에서 있었어요?
-...릿츠 호텔이요? 아니요 거기서 일한 적은 없는데.
-아 제가 헷갈렸나 봐요, 그럼 이제 나갈까요.
막내에게 마지막으로 말을 건내고 팀장은 바 구역 카메라에서 사라졌다. 클럽 내부를 비추는 화면에서 팀장은 오세훈 팔에 팔짱을 끼곤 많은 사람들을 파헤치며 입구로 향했다
팀장이 모든 CCTV에서 사라지자 나와 백현이 사이에 정적이 돌았다
릿츠 호텔.
“릿츠 호텔 강산기업 계열 맞지?”
손톱을 물어뜯으며 곰곰이 생각하던 백현이 물어왔다.
“응, 오세훈 향수 브랜드도 강산기업 계열이고.”
“릿츠 호텔일까?”
“아니, 팀장이 저렇게 쉽게 말을 꺼내진 않았을 거야. 이 근방 주변에 강산기업 계열 호텔 하얏트 말고 또 뭐있지?”
“K. 여기서 십분 거리 근데 거기 오늘 강산기업 파티있다던데 경비 장난 아닐걸 왠만한 있는 집 자식들 모일텐데.
릿츠호텔 아닐까? 삼십분 거리긴 해도”
“K로 가”
“확신하냐 박찬열?”
삼십분은 너무 멀다. 과연 어느 남자가 삼십분 동안 섹시한 그것도 적극적인 여자를 옆에 두고 본능을 참을 수 있을까.
“확신은 무슨, 사실이야. 오세훈 K호텔로 갈거야”
경수에게 전화를 걸기위해 폰을 열었다
“내가 할게 도경수 지금 손 발 모자르겠다. 지금 이것까지 들이밀면 우리 팰지도 몰라. 그 새끼 그 큰 눈으로 노려보는거 상상도 하기 싫어. 그리고 도경수 주먹이 좀 맵냐?”
백현이 급히 헤드셋을 집어던지며 컴퓨터 앞으로 다가가더니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몇 명”
“너랑 나. 거기서 함부로 움직여 봤자 일만 커져”
“우리 둘만?”
“쫄리면 뒈지시던가.”
내 말에 백현은 실없이 웃더니 목을 이리저리 꺾으며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빙다리 헛바지로 보이냐? 변백현이 우리 자기 구한다 에 내 돈 모두하고 내 손모가질 건다.”
무슨 우리 자기는 지랄.
“지금 모두 클럽에서 철수 하고 A조 K호텔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B조는 하얏트 호텔로 가서 증거물들 수집하세요 이제부터 B조는 본부에서 지휘합니다. 그리고 막내야 지문 채취했지?”
-했습니다. 샘플 갔다드릴까요?
-아니, 경수한테 전송해줘.
화면은 어느새 클럽이 아닌 도로를 비추고 있었고 몇몇 화면은 이미 K호텔 내부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빠르네 변백현.”
내 말에 개구지게 웃어보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귀여운 새끼 진짜
클럽 앞 오세훈은 팀장을 데리고 자기 차로 다가갔다. 이 새끼 음주 운전하네 도수 높은 칵테일 세 잔. 혈중 알콜농도 0.05% 분명 넘을 것이다. 면허정지, 최대 150 벌금형. 내가 이 새끼 벌금 받아내고 만다.
“지하 이층, 거기 VIP층으로 바로 가는 직원용 엘리베이터 있어 지금 내가 CCTV 녹화 화면으로 덮어 놓을 거니까 십분 그 안으로 도착 해야 돼.”
“오케이, 출발할까.”
팀장을 태운 오세훈의 차는 출발하였다. 그리고 지금 나와 변백현을 태운 차도 그 뒤를 쫓기 시작했다.
현재 시각 12시 55분
오세훈 긴급 체포 예상시간은 1시 20분
팀장이 먼저 제압하기 전에 내가 먼저 그 놈 수갑 채우고 만다.
오세훈 시발 개코 새끼 진짜.
제가 말입니다. 글이란것을 써봤습니다. 참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20000작까님의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