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나 조퇴!"
"안돼."
"아, 왜요.. 나 아픈데? 응?응? 나 좀 봐봐요. 나 얼굴 창백해진거 봐."
"넌 원래 하애, 괜찮아보이니깐 어서 교실로 올라가."
으씨, 쌤 이러기예요? 너 징어는 단호한 찬열의 말에 볼을 부풀리며 찬열의 팔을 붙잡고 찡찡거렸어. 그에 찬열은 너 징어의 머리에 살짝 꿀밤을 놓으며 넌 스승의 날까지 담임선생님한테 사기를 치고싶냐 말했어. 그에 너 징어는 사기 아닌데하면서 또 찡찡.
"솔직히 우리 학교도 이상해. 왜 단축안해요? 누가 보면 아주 일류 명문고인줄 알겠어!"
"일류 명문고면 네 성적으론 못 들어왔지. 오징어. 빨리 교실로 올라가라. 우리 반 다음 시간 표 체육이야. 체육복 갈아입고 나갈려면 빠듯할껄?"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의 반의 시간표를 외우는 찬열의 모습에 너 징어는 새삼스럽게 또 다시 찬열에게 감탄해. 정작 학생인 자기도 헷갈리는 시간표를 찬열은 줄줄 외우고 다녔거든. 자기가 들어가는 수업시간표도 따로 외우고 있어야할텐데. 정말이지 형식적인 담임선생님이 아니라 자기 반에 애정이 가득한 선생님이긴하구나하며 너 징어는 새삼 감탄해봐.
"오징어. 넌 또 버릇없게 박선생님한테 와서 그러고있니?"
"아닙니다, 선생님. 제가 잠깐 와보라고 한거예요. 금방 볼 일 끝내고 올려보내겠습니다. 신경쓰지마세요."
너 징어가 그냥 포기하고 올라갈까하는데 찬열의 반대편에 앉아있던 문학선생님이 갑작스럽게 너 징어를 타박해와. 그에 너 징어가 기분이 나빠져서 욱하고 대들려는데 찬열이 슬쩍 너 징어의 손을 책상아래로 잡더니 대신 대답해줘. 그에 문학선생님은 너 징어에게 교무실에서는 조용히 하는거란다하며 다시 한 번 더 꾸중하더니 자신의 컴퓨터에 집중해. 그 행동에 기분이 나빠진 너 징어는 찬열이 잡았던 손을 뿌리치고는 그럼 올라가볼게요하고는 교무실을 휙 나와버렸어.
"오늘은 그냥 피구나 하자, 자습주기에는 니들 다 그늘에서 쉴 거 같아서 안되겠고."
아 선생님!그냥 쉬어요!하는 징어네 반 학생들의 합창에도 불구하고 체육선생님은 끝끝내 피구 선을 그리고 공을 가져와 반장에게 건넸어. 얘들은 죽을 상을 한 상태로 스물스물 반장의 근처로 모여 편을 갈랐고 가위바위보로 먼저 공격할 상대를 정하고는 곧장 경기에 돌입했어.
너 징어는 더운 날씨에 짜증이 스물스물 올라왔기에 투덜거릴 때는 언제고 금새 경기에 집중하는 얘들 사이로 홀로 가만히 서 있었어. 어짜피 너 징어는 이런 피구는 사람들이 우글우글한 초반에 공을 피하겠다며 움직이는게 오히려 표적이 되기에 더욱 쉽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지. 아니나다를까 얌전히 서 있는 너 징어보다도 먼저 죽어나가기 시작한 얘들을 바라보며 너 징어가 아아,덥다하며 자신의 내면세계로 빠져들고 있을 때였어.
"어, 징어야!!"
얼마나 멍하니 서 있었을까 강렬하기만 한 햇빛에 너 징어가 눈을 찌푸리다가 고개를 숙였는데 갑자기 너 징어의 친구인 경아가 큰 소리로 너 징어의 이름을 불러. 그에 너 징어가 대답할려고 고개를 드는데 그 순간 너 징어의 얼굴로 공이 정확히 날라들었어.
투둑
하고 쏟아지는 코피에 후다닥 달려온 경아의 괜챦나는 목소리까지 너 징어는 얼떨떨하고 괜시리 머리가 울려와. 너 징어가 고개를 뒤로 젖힐려하자 공을 던졌던 백현이가 급하게 달려오더니 사과와 함께 뒤로 고개를 젖히면 안된다며 너 징어의 고개를 잡아 숙였어. 그리고는 양호실갈래?하며 걱정스레 물어왔지. 병주고 약주냐 싶었던 너 징어가 표정을 찌푸리자 백현은 당황했는지 에이, 미안..표정풀어라하며 너 징어를 토닥거려. 그리고는 양호실갈래?하며 물어봐. 너 징어는 그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데려다줄까하는 백현과 경아에게 괜찮다며 혼자 양호실로 향했어.
-
"어, 징어야. 어쩐 일이야?"
"쌤, 저 피나요, 피. 좀 쉬다가도돼요?"
양호실에 들어가자 책상에 앉아 차트를 정리하고 있던 양호선생님은 너 징어를 보고 다정스레 물어오고 그런 물음에 너 징어를 코를 툭툭 치며 말해. 양호선생님은 너 징어에게 묻은 피를 닦아주고는 솜을 건네고 그래, 좀 쉬다가렴. 선생님은 차트보고 좀 하고올게하며 보건실을 나가. 그에 너 징어는 았싸하며 침대에 누웠지. 너무나도 더웠던 밖과는 대조되게 적당히 시원한 보건실이 맘에 든 너 징어가 침대에 누워서 스르륵 잠이 들려하는 찰나였어.
드르륵
하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너 징어는 양호선생님이겠구나하며 별 신경쓰지 않고 계속 눈을 감고있었어. 그런데 들리는 발걸음은 양호선생님의 책상이 아닌 너 징어가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오고 있었지. 뭐지싶으면서도 눈을 뜨지 않고 꾹 감고 있는 너 징어의 머리위로 커다란 손 하나가 올라와.
"으이구. 조퇴 한 번 안 시켜준다고 그새 다치냐.."
"...."
찬열의 목소리였어. 아무래도 체육 다음 시간이 찬열쌤 시간이었나봐. 교실로 들어갔다가 너 징어가 없음에 학생들에게 이유를 묻고 너 징어가 보건실에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된 모양이었지. 너 징어가 눈을 뜰까말까 고민하는데 찬열의 손은 쓱쓱하며 너 징어의 머리를 쓰다듬고 찬열의 말도 계속 이어졌어.
"속 좀 태우지마라. 괜히 너 다쳤다니깐 걱정 심하게 되더라, 이 꼬맹아. ..졸업할 때까지만 기다려."
"..."
"그리고, 오징어."
"안 자는거 다 티난다, 이 바보야."
다시 한 번 살짝 꿀밤을 놓고는 자리를 떠나는 찬열의 발걸음 소리에 이어 이윽고 양호실의 문이 닫히는 소리까지 들리자 너 징어는 눈을 뜨지 않은 채로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감싸.
"...으아."
이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