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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변우석 이동욱 세븐틴 빅뱅
드로플렛 전체글ll조회 1893l 11

 

 

 

"너, 게이라며?" 

 

키들키들 혐오스러워하는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나는 정리하고 있던 파일을 든 채 멍하게 칠판으로 시선을 둘 수 밖에 없었다. 너, 게이라며? 이제껏 감추고, 또 감춰왔던 그 사실이 얼마 되지 않아 모두에게 밝혀질 거라는 사실에 나는 입을 멍하게 벌린 채 천장만을 응시했다. 나는 부정했다. 

 

"아니야." 

 

사람들이 받아주지 않는 이 험악한 세상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나는 내 사랑을 부정했다. 

 

"게이, 아니야." 

 

 

 

* * 

 

 

-아, 백현..응! 앗! 

 

 

소설이나 드라마에서나 이뤄질법한 사랑은 언제나 현실이라는 한계점에 도달하면 부숴지고 만다. 아직 고등학생 밖에 되지 않았지만 서툰 사랑도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나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내 몸을 내어 줄 수 있었다. 나는 선생님이 부탁한 파일을 정리했다. 스테이플러 심을 뜯어내고, 정리해서 다시 박고. 그러한 일이 여러번 반복 되자 얼마 있지 않아 뒷 문이 열리고 변백현이 쳐들어왔다. 나는 스테이플러 심을 뜯어내던 손을 멈췄다. 너 게이라며? 장난스레 이야기하지만 긍정을 표했다가는 단숨에 입에 처넣을거라는, 유들유들한 눈동자 속에 숨겨져 있는 위협감. 그 눈동자에 담긴 서늘한 뜻이 다시 한 번 뒷목에 와닿은 느낌이 드는 순간 나는 움직이던 손을 멈췄다. 텅 빈 교실. 내 옆자리에 앉아 빙글빙글 웃으며 나를 쳐다보던 백현이는 움직이던 손을 멈추자 의아한듯 나를 건드려왔다. 

 

"경수야?" 

 

의아한 백현이의 물음에 나는 어? 하고 대답 한 후 얼마 남지 않은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 손을 분주히 움직였다. 백현이는 인기있었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선배들에게, 후배들에게, 선생님들에게. 그가 인기있는 이유는 그 자체로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때문이었다. 변백현에게는 들켜서는 안 될 비밀이 한 가지가 있었다. 게이라는 사실. 

 

 

안타깝게도 게이라는 것에 부정적인 한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난 백현이는 자신의 본래 성향을 숨기고서 행동해왔다. 일반인인척 여자친구를 사귀었으며, 섹스를 했다. 아무런 애정도 의미도 없는 섹스였지만 모든 아이들 앞에서 변백현의 표면적 애인은 그 순간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임이 틀림 없었다. 변백현은 일을 마무리지으려는 나를 응시하다 휴대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런 표정없는 얼굴로 느릿하게 움직이는 손가락. 얼마 가지않아 헤어질 일회용 여자친구와 카카오톡을 하고 있을 것이었다. 나는 그런 백현이를 알고서도 움직일 수 없었다. 우리는 서로를 막고 통제할 권리가 없다.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탁. 마지막 스테이플러심이 에이포용지에 박혔다. 나는 책상 옆에 널부러진 심들을 모은 후 쓰레기통에 가져다 버렸다. 백현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나는 말없이 변백현의 얼굴을 응시하다 가방을 집어들었다. 홀더파일에 용지들을 끼워넣은 후 비틀거리며 반을 빠져나가는 나를 응시하던 변백현이 천천히 내 뒤를 따라나왔다.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지 아. 썅. 연신 욕을 뱉어내더니 휴대폰을 거칠게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무슨 일이야?" 

"데리러 안 왔다고." 

 

 

지랄하길래. 뒷말을 삼킨 변백현이 내 어깨에 제 팔을 둘렀다. 내 턱을 문질거리는 변백현의 행동에 나는 말없이 앞을 응시했다. 해가 다 져가고 있었다. 완전히 해가 지면 더 이상 우리가 행동하는 것을 제지할 것은 없다. 변백현은 답이 없는 나를 응시하며 장난스레 물어왔다. 

 

"헤어질까?"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선택하는 것은 변백현의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대답도, 언질도 보이지 않는 나를 보며 변백현은 제 머리를 헝클었다. 경수야. 너 나 좋아하는 거 맞지? 이 말 한마디에 나는 눈을 내리감았다. 변백현의 말과, 남자아이의 말이 내 머릿속을 헤집었다. 게이새끼. 죽어버려. 순간 온 몸을 타고 밀려오는 혐오감에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이중적인 내가 너무나도 한심스러웠으니까. 참지못하고 속에 있는 것들을 게워내던 나를 토닥인 변백현이 말없이 나를 부축했다. 

 

 

"무슨 일 있었지." 

"아무것도." 

"도경수." 

 

 

나는 고개를 숙였다. 변백현이 내 표정을 보지 않도록. 변백현은 안되겠는지 부드럽게 목소리를 바꿨다. 경수야. 여러번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도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이 없었다. 견뎌낼 재간도 없었다. 이미 누구에게서 나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들켰다면 나는 더 이상 변백현 하나로 의지 할 수 없었다.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변백현은 나를 집으로 데려다 주면서 카카오톡을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몸을 들이자 엄마가 웃으머 왔어? 하고 물어왔다. 더 없이 평범한 집. 어디하나 특출 날 것 없고 튀는 것 없는 집이었지만 한 가지, 부모님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것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호모는 사탄이다. 악마며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것들이다.  

 

 

엄마를 따라 교회를 다니던 나는 내가 가진 성향에 대해 깨닫던 날부터 신을 증오했다. 그토록 믿었는데. 그만은 내편일 거라고, 그렇게 믿었는데. 신은 날 그렇게 배신했고 엿먹였다. 표면적으로 온화하고 신을 믿으며 그를 위해 무엇이든지 바칠 준비가 되어있다고 하지만 실제는 달랐다. 나를 버린 신을 섬길 생각은 없었다. 내가 가진 세계의 신은, 변백현. 그 하나 뿐이었다.  

 

 

보통 어릴때의 사랑은 치기 혹은 착각으로 생각한다. 그 말이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정말 좋아한다고 느낀 그 순간에는 내 전부를 내줄 것처럼 생각하지만 지나고 나면 그 사랑은 모두 거짓이라고. 그런데도 우리는 다시 사랑에 빠지면 기준을 세울 이성을 잃어버린다. 그것은 남이 침범할 것도 정의내릴 것도 아니었다. 어떤 형태로의 사랑이든 당사자가 그렇게 느꼈을 경우 그것은 사랑에 해당한다. 남이 무어라 할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나는 물에 젖은 욕실 거울을 응시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속의 나를. 그 속의 나는 혀를 낼름 거렸다. 너는 곧 들킬거야. 세상에 거짓이 과연 얼마나 오래갈까? 

 

 

거기까지 깨닫는 순간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뛰어올랐다. 불안감으로. 맞아. 나는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까? 이렇게 위태한 걸음을 계속하면 그 끝엔 빛을 볼 수 있는걸까? 답은 없다. 나는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신음을 흘렸다. 내 세계의 신 변백현. 그것에 금이가고 깨지기 시작하자 나는 다른 것을 붙잡아야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사랑보다는 나 자신이 먼저임을. 세상에 내가 게이라는 것을 밝혀지기를 꺼려한다는 것을. 나는 흐느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해서. 

 

 

 

 

 

 

 

 

 

걍 진짜 너무 현실적인 백도 쓰고 싶었어요 

팬픽이나 소설같은걸 보면 대체로 한 커플이 게이면 다른 커플도 게이 선생님도 게이 모두 게이인데 현실은 녹록치 않잖아요. 원래 게이였던 친구를 사귀지 않는 이상. 게이를 이해해주는 친구를 사귀기도 어려운데 그 친구가 게이가 되었다. 이러는 것도 되게 웃기고. 그래서 너무 현실적인 백도를 써보고 싶었어요 

 

모티라 힘이드네 걍 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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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잘 읽었어요ㅠㅠ 이런 거 좋아해요. 그렇죠 현실은 녹록치가 않은데... 술술 풀리는 것만 읽다가 현실적인 걸 읽으니 짠하네요ㅠㅠㅠ
11년 전
독자2
아 이런 분위기 너무 좋아요..진짜ㅠㅠ
11년 전
독자3
신알신떠서 달려왔어요!!ㅜㅠ이런분위기너무좋아요...너무 비현실적인내용보단...현실적아 나도게이너도게이가아닌 사회의 비판적시선을받는 그런..
11년 전
독자4
아ㅠㅠㅠㅠ진짜 오히려 이런게 현실이죠....ㅠㅠㅠㅠㅠㅠㅠㅠ아 뭔가 울컥하네요....ㅠㅠㅠㅜ
11년 전
독자5
뽀뽀뽀에요! 안 그래도 작가님 기다리고 있었는데 신알신이 왔길래 눈 크게 뜨고 달려왔어요! 그런데.. 브금이 쓰리키스라니 ㅠㅠㅠㅠ 사실 뽀뽀뽀가 쓰리키스 들으면서 정한 암호닉이거든요! 제가 정말정말정말정말저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말 좋아하는 곡인데 브금으로 들으니까 좋네요 ㅠㅠ 근데 달달한 브금과 달리 글은 굉장히 현실적이네요 ㅠㅠ 이런 글도 좋아요. 실제로 이런 고민을 하시는 동성애자 분들이 많을 것 같네요. 아무래도 아직 우리나라는 안 좋게 보는 시선이 많으니까요 ㅠㅠ 하루빨리 좀 더 너그러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잘 읽고 가요 작가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11년 전
독자6
아웃팅ㅠㅠㅠㅠㅠㅠ현실을 직시하면 정말 슬퍼요ㅠㅠㅠㅠㅠ글 속에 경수보니 저도 덩달아 불안하고 답답답하고ㅠㅠㅠㅠ경수가 자기 세계의 신을 백현이라 칭하는게 왜이렇게 슬픈지 울컥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백도는 행쇼해야하는데 헝헝 ㅠㅠㅠㅠ잘봤습니ㄷㅏ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7
헐아련한백도ㅠㅠㅠㅠㅠㅠㅠㅠㅠ경수너무불쌍해요ㅠㅜㅠㅠ작ㅇ가님금손인가봉가ㅠㅠㅠㅠ
11년 전
독자8
헐ㅠㅠㅠ금손이세여ㅠㅠㅠㅠㅠㅠ아...조각이라니....ㅠㅠㅠㅜ더보고싶어여ㅠㅜㅠㅠㅜㅠ흐어엉ᆞ애오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9
신알신하고갈께요~
11년 전
독자10
경수에서그런게많이느껴지네요..글너무좋아요!!!!!!!!!!다음글도보러올께요!!!신알신!!
11년 전
독자11
내가 쓰고싶었던 소재다..혹ㄱ시 브금 제목 뭔지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돖노래인건 알겠는데ㅜㅜ
11년 전
드로플렛
동방노래 아니예요~
11년 전
독자12
이런거 좋아요ㅠㅠㅠㅠㅠ현실적인게 안타깝긴하지마뉴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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