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팝나무입니다.
이번꺼 나름 야심작인데 재미가 없ㅋㅋㅋ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시 반에 왔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슬럼프라고 티내는 것도 아니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눙물....
이번 편은 수열을 둔갑한 성열이 이야기입니다.
다음 편에는 현성 + 야동이 나올 예정이랍니다.
공지에 리플 달아주신 모든 분들 너무 감사드려요!
최대한 빨리 리리플 달아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말씀드리는거지만 제 소설을 봐주시는 모든 그대분들 너무 사랑하고 감사드립니다.
bgm은 슈프림팀 - 말 좀 해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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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의 흔한 전업주부 김선옥 씨 (아직은 꽃다운 47세) 는 1시간 30분이 넘게 지속된 화장실 청소 덕분에 욱신욱신 쑤시는 팔과 다리를 주먹으로 콩콩 내리쳤다. 원래는 물로 싹 한번만 훑고 올 생각이었는데 물떼로 그득한 화장실에 들어선 순간 모든 계획이 틀어져버렸다. 아침마다 지각을 밥먹듯 하는 성열이 아침마다 기어코 화장실을 전쟁터로 만들고 가는 터라 치약물이 여기저기 튀긴 거울을 닦을 때 부터 이런 생고생은 예정되어있었다. 성열이 이노무 자식은 양치질 할 때 침을 뱉으면서 하나. 아이고, 내 팔자야. 뻐근한 목을 주물거리며 투덜거리는 말소리에는 밉기도 곱기도 한 아들에 대한 애정이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대열이 밥 해줘야겠다. 내 몸이 힘들다고 해서 미국에서 사업을 확장시키느라 정신이 없을 언니네 부부의 하나 밖에 없는 아들내미를 굶길 수는 없질 않은가. 끙차, 파스와 밀착 대화를 당장이라도 노나고 싶다고 아우성을 치는 몸을 달래며 힘없는 발걸음을 터덜터덜 부엌 쪽으로 옮기던 성브라더스의 어머니 되시는 분은 예상치 못한 인물과 맞닥뜨려 에그머니나! 놀란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눈에 넣어도 안아플 자식..은 개뿔, 이제는 눈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큰 기럭지를 자랑하는 첫째 아들이 가뜩이나 큰 눈을 부릅 뜬 채 식탁에 턱을 괴고 앉아있었다. 덕분에 성열이 얼굴만 둥둥 떠다니는 몽달귀신처럼 보여 식겁해 땅바닥에 나동그라진 제 엄마를 보고는 야속하게도 성열은 물개 박수까지 쳐대며 박장대소를 했다.
"아하하! 아이고, 나 죽네! 아하하! 엄마 넘어진거 완전 웃겨! 아하하! 동영상이라도 찍어뒀어야 했는데! 아하하하!" "..........." "아하하하하! 아, 진짜, 웃겨. 아, 내가 엄마 따라해볼게. 아하하!" "........"
이제는 엄마가 넘어졌던 모습을 직접 시범을 보여주며, 특히 엉덩방아를 찍는 장면을 여러번 리플레이를 하며 보여주는 쓸데없는 친절함까지 갖춘 아들을 바라보며 성브라더스 맘은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저런 버르장머리 없는 놈을 자식새끼라고 18년 동안이나 품고 살았다니. 나, 인생 헛살았구나. 삶에 대한 회의까지 들어 눈가가 촉촉해진 김선옥 씨 (아들 때문에 폭삭 늙은 47세) 를 바로 그 때 부축하는 손길이 하나 있었다. 이모, 괜찮으세요? 아직은 중학생이지만 성열의 백배 천배는 의젓한 면모를 보이는 조카, 대열이었다. 반대편에서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다친 곳이 있나 없나를 살피는 다정한 눈길도 하나 있었다. 엄마, 오늘 바닥 청소 해서 미끄러운데 조심하시지 그랬어요. 저런 유치찬란한 수리부엉이는 신경 쓰지마세요. 이런 식으로 군다면 제 아무리 멸종위기의 야생동물 2급이라도 저에게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할거에요. 저는 정의의 사도 홍길동 같은 사나이니까요. 비록 저는 홍길동과 달리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있고 형을 형이라 부를 수 있지만, 형을 형이라 부르지 않는 길을 선택하겠어요. 이 길이 나의 길. 바로 마이 웨이.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데.스.티.니. 미치겠다, 별들아! 나의 선택을 존중해줘! ... 의젓한지도 모르겠고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제 어미를 위하는 마음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큰 막내 아들, 성종이었다. 제 어미의 양 옆에 보디가드로 고용된 것 마냥 떡 버티고 서있는 대열과 성종의 서슬 퍼런 눈매와 마주한 성열이 큰 눈을 도로록 굴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엄마, 괜찮아?" "이 놈아! 엄마가 넘어졌으면 바로 달려와서 일으켜세워주지는 못할 망정! 아이고, 자식 새끼, 헛키웠어. 헛키웠어." "아잌, 미안해. 그래서 괜찮냐고 물어본거잖아." "너 이노무 자식, 야자는 안하고 어딜 기어들어왔어? 너 고2야, 이제. 좀 있으면 고3 될 애가 아주 잘하는 짓이다, 응?"
아잌, 엄마도 참! 이성종은 왜 안혼내? 쟤도 야자 쨌잖아! 성열이 당당한 목소리로 목을 빳빳이 세우고는 대꾸했다. 그에 성종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썩은 미소까지 깨알 같이 곁들이며 말을 되받아쳤다. 난 합법적으로 빠진거라서 말이에요. 콘테스트 나가는걸로 담임 선생님이랑 거래를 한거죠, 뭐. 형은 1등까지 했는데 그런거 없었죠? 이거 원,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조상님들의 옛말이 저의 오른쪽 대뇌를 스쳐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응? 300일이 넘게 오래 살고 더 많은 밥을 먹고 더 많은 생체찌꺼기를 방출해낸 형의 존재가 아메바만도 못하게 느껴지는지 성종이 얄밉게 리듬까지 타가며 성열을 비꼬았다. 이성종, 너도 형한테 그러면 못써. 버릇없이. 죄송해요, 제가 참으로 망극하디 망극한 실수를 저질렀네요. 엄마의 고나리질에도 불구하고 성종의 눈빛은 죄책감 따위 티끌만큼도 담고 있지 않았다. 아잌, 우리 성종이가 형한테 못하는 말이 없네!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게 배웠는지는 몰라도 참 미운 말만 쏙쏙 골라서 하는구나!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지, 하하하! 성열이 안면근육의 원위치를 시어머니도 며느리도 모를 정도로 얼굴을 한껏 붕괴시켜 보인 채 웃으며 말했다. 형만 할까요? 형이 나의 손윗사람이라는 것만 생각하면 저는 제 자신의 삶이 너무나도 슬퍼져요. 들리냐구요! 별들의 울부짖음이! 성종이 별의 찌끄래기 조차도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천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잌, 내 동생 성종이가 쪽팔린지도 모르고 실질적으로는 개미 눈꼽 만큼도 도움이 안되는 별들을 또 부르네! 니가 그럴 때 마다 이 형은 땅굴을 파서라도 숨고 싶어지는거 니가 알려나 모르겠다, 아하하하!" "입만 열면 탄로 나는 형의 뇌 상태를 설마 모르고 하시는 소리는 아니죠? 세 살 먹은 어린이와 상식 대결을 해도 질 것이 분명한, 그 눈에 빤히 보이는 결과에 이 성종이는 전생에 형이 무슨 죄라도 짓고 제주도로 귀양을 가 밭을 일구다 삶을 마감하지는 않았는가에 대해 심히 의심하는 바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우리의 영혼은 윤회를 거듭하기 때문에 전생의 업보는 그대로 현생에 이어받게 되는거죠. 아마, 형의 그 참을 수 없는 무식함이 .. 그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하..." "아하하! 그래도 입이 저렴하다 못해 원플러스원으로 내놓아도 아무도 사가지 않을게 뻔한 너보다는 인생이 살기 편한 것 같아. 아잌, 적어도 나는 김성규랑 남우현한테 쫒기지는 않거든." "저 이제 그 형들한테서 완전히 안전한 상태거든요? 체력장에서 100m 달리기도 학년 1등도 찍었고 체육 선생님한테 체대 입시 준비하라는 소리까지 들었다구요. 미모에 지성, 그리고 건강한 신체까지 겸비한 저를 그 형들이 잡을 수나 있을 것 같아요?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네요. 내 머리카락 한 톨이나 볼 수 있으면 다행이네요, 이 인간아."
아, 뒷골 땡겨. 대열아, 니 이모 제 명에 못살고 죽는갑다. 아이고, 여기가 바로 내 묫자리인가 보다. 제 3자의 눈에는 도토리 키 재기로 보이는 이 성브라더스의 으르렁거림은 그들의 어머니의 혈압을 위험수치에 가깝게 업시키는데 충분했다. 이모! 진정하세요! 돌아가시면 안되요! 뒤로 넘어갈 기세를 보이는 김선옥 씨 (두 아들들 때문에 비명횡사할 위기에 처한 47세) 를 얼른 받아낸 대열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형들도 제발 그만들 좀 하세요! 이러다 119라도 부르겠어요! 10분만에 원치않는 주름 한 겹을 더 소유하게 된 엄마와 안절부절 못한 채 자신들의 사이를 막아선 사촌 동생이 보이지도 않는지 성열과 성종은 여전히 아웅다웅이었다.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다. 반도의 흔한 형제들의 싸움으로 둔갑한 무한남고 최고 또라이들의 똘끼 우열 가리기의 현장에서 죽어나는건 바로 이 정상인들이었다.
***
겨우 진정이 되고 맞이한 저녁 식사에서 발갛게 상기된 얼굴의 성열이 한 말은 상당히 뜬금이 없었다. 아잌, 나 공중파 탔어! 나름대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가며 수저를 번갈아가며 들던 성열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그 움직임을 멈추고 성열을 쳐다봤다. 그 중에서도 성종은 500원 동전만한 제 두 눈을 부담스럽게 깜빡이며 디테일한 설명을 무언으로 재촉했다. 그러니까, 형이 TV에 나온다구요? 얘가 이번엔 또 무슨 미친 소리 하나 싶어 정적을 지키고 있는 가족구성원들 속에서 대열이 용기있게 되물었다. 음, 묘하게 반짝거리는 눈을 보아하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고, 우리 몰래 오디션이라도 봤나? 그렇다면 저 인간을 뽑은 사람은 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두살 터울의 사촌 형을 하찮게 여기는 속마음을 완벽히 감춘 대열의 말소리에 고개를 아래 위로 거칠게 헤드뱅잉하며 대꾸한 성열이 들뜬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아니, 그게, 어떻게 된거냐면, 아잌, 여장 콘테스트 기다리던 중에 mbc 뉴스데스크에서 인터뷰, 아학학, 부끄럽지만, 그래, 인터뷰 했었거든. 응응, 그래서 내가 무려 mbc 문화방송에! 나왔다는거 아니겠어? 아학학학학, 그 많은 학생들 중에서 나를 찍어간 걸 보면 역시, 아잌, 역시 내가 눈에 띄었다는거 아니겠어?" "우와, 우리 아들 9시 뉴스에 얼굴 타는거야? 동네 사람들한테 자랑해야겠네! 그래서, 주제가 뭐였는데?"
성열의 엄마가 마침 옆에 있던 성열의 엉덩이를 톡톡 치며 말했다. 말로만 듣던 궁디팡팡의 현장이었다. 그런 엄마의 애정표현이 싫지 않은지 성열이 우쭐해져 턱을 올리고 기쁨의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아하하! 그거 있잖아. 요즘 신조어라던데? 여자보다 예쁜 남자? 그, 그 뭐냐. 응, 메가트론! 메가트론이래! 아잌, 내가 메가트론인가봐! 아이구, 우리 아들, 메가트론이야?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긴 탓에 신조어의 신 자도 모르는 성브라더스 맘이 다시 성열의 엉덩이를 팡팡 치며 자신의 큰 아들을 양껏 귀여워해주었다. 흠흠, 그럼 우리 이씨 가문에서 이제서야 탈렌트가 하나 나오는건가? 텔레비젼에 나오기만 하면 모두 연예인이 되는 줄 아는 고지식함의 대명사 성열의 아버지는 좋아하는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큼큼거리며 괜히 헛기침을 했다. 메가트론?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그에 성종과 대열이 고개를 갸우뚱. 형이 칭하는게 혹시 메트로섹슈얼은 아니겠죠? 달라도 너무 다른데 제가 착각하는거라 믿고 싶네요. 모든게 꿈이길. 이 모든게 실은 별똥별들이 만들어낸 환영이길. 성종이 햄 반찬을 입에 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성열이 형, 메가트론은..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그 악당 로봇... 옵티머스 프라임한테 발린 로봇이요... 콩 반찬을 집어먹으며 대열이 말을 흐렸다. 아잌, 뭔 상관이야. 의미만 통하면 됐지. 오늘도 어김없이 청순한 뇌 상태를 X-ray를 따로 촬영할 필요 없이 간편하게 확인시켜준 성열이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
"아, 시간 됐다. 아잌, 빨리 틀어봐! 아, 어떡하지? 나 네이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 어떡하지? 아잌, 어떡하지? 팬카페도 생기고 SM, YG, JYP에서 동시에 스카우트 제의 오면 어떡하지? 아잌, 그럼 어디로 가야 되지? 역시 태티서 누님들이 계신 SM으로 가야겠지? 숙녀시대랑 친해져서 싸인도 받아야지. 아잌, 야, 이성종. 나한테 잘하면 윤아 누님한테 싸인 받아다줌."
김칫국을 원샷을 하다 못해 김장 김치를 만들어 장독대에 넣고 파묻는 행위를 하는 자신의 형을 바라보는 성종의 얼굴에는 어느새 언짢은 표정이 자리잡고 있었다. 덜 익은 감을 억지로 집어먹지 않아도 절로 지어지는 떫은 표정에 성종은 입을 삐죽거리다 TV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텔레비전 속에서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어여쁜 아나운서 누나가 이미 여러개의 속보를 전달해주었을 때 쯔음, 성열의 가슴팍은 쿵쿵 거리며 격하게 요동치는 심장 때문에 금방이라도 구멍이 뚫릴 것 같았다. 아잌, 언제 나오지? 아, 떨려. 저 멀리 아프리카 남단에 있는 이름도 생소한 나라에서 내란이 일어났던 말던, 원전 폭발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던 말던, 국회의원들이 별 요상한 법안을 가지고 치고 박고 싸우던 말던 개미 눈꼽 만큼도 관심이 없었다. 초침이 쉴새없이 움직이는 시계와 이름 모를 남자 기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TV 화면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긴장감과 기대심에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살짝 축인 성열은 잠시 자신이 인터뷰를 했던 그 당시를 회상했다.
"mbc 뉴스 데스크에서 나왔는데요. 학생, 잠시 인터뷰 좀 할 수 있을까요?" "아잌, 네, 뭐, 필요하시다면요." "이 학교 여장 콘테스트에 나가시는건가요? 이번 취재 내용이 메트로섹슈얼에 대한거라서요." "네, 아잌, 메트.. 메.. 뭐시기는 모르겠지만 여장 콘테스트에 나가는거 맞아요."
낯선이의 관심이 싫지 않은지 안면 가득 미소를 띄운 채 협조적인 태도를 일관하던 성열이 제 옆에 있는, 아니 어느새 슬쩍 뒤로 물러나있는 성규를 쳐다보았다. 그에 카메라맨과 기자 아저씨도 따라 성규에게 주의를 집중시켰다. 갑자기 자신에게 쏟아진 관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얼굴 하나 붉히지 않은 성규가 손을 휘휘 내저어보이며 말했다. 저는 됐으니까 모자이크 처리나 제대로 해주세요. 묘하게 올라간 눈꼬리라던가, 긴 갈색 머리를 시원하게 틀어묶어 뽀얀 목을 내보이고 있는 모습은 (사실 더워서 땀띠날 것 같다고 머리를 잠시동안 묶니 마니 하며 꽃잎과 실랑이를 벌여서 쟁취한 묶음머리였다.)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정도로 비범해보였다. 하지만 외관상으로도 까칠함이 잔뜩 묻어나오는 성규보다는 시종일관 미소를 지우지 않고 있는 청순한 긴 생머리의 남학생이 더 취재 대상에 알맞을 것 같다고 판단한 기자는 바로 성열에게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그냥 간단하게 요즘 핫하게 이슈가 되고 있는 메트로섹슈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장 콘테스트에 나오게 된 계기가 뭔지에 대해서 간단하게 얘기해주시면 되요. 생전처음으로 마이크를 앞에 두고 프리 토킹을 하게 된 성열이 18살 남고딩의 정체성에서 벗어나 자꾸 말을 갓 뗀 생후 18개월의 아기로 빙의하려고 하는 자신을 다잡고 말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멋지게, 상큼하게, 발랄하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카메라에 잘 나오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암시를 걸며. 이건 우리 명수 형이 볼꺼라고! 명수 형에게 자랑스러운 연인이 되는거야. 화이팅, 이성열!
"음, 평소에 예쁘다는, 얼굴에서 반짝반짝 빛이 난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따로 제가 노력하지 않아도 친구들이 제 이름을 후보로 올려주었더라구요. 아무래도 메... 뭐라구요? 메트로섹..슈얼? 이 요새 대세라고들 하잖아요. 아잌, 저는 그냥 이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는 것 뿐이죠."
아잌,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이 정도 멘트는 날려줘야 시청자들의 눈이 번쩍 뜨이겠지? oh oh 내가 바로 트러블 메이커, 아니 이슈 메이커다 oh oh 그렇다고 해서 성열이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성열이 노력하지 않았어도 호원이 옛다, 엿이나 먹어라 하는 복수 심리로 명단에 이름을 올려준건 사실이니까. 풉. 옆에서 시큰둥한 얼굴로 성열이 하는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듣고 있던 성규의 얼굴이 별안간 빨개졌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웃음을 참고 있는 탓이었다. 누가 마성종 형 아니랄까봐 육갑에 칠갑까지 떠네. 자신이 대답을 마치자 마자 감사하다는 인사를 꾸벅한 채 내일쯤 방송이 될 것 같다는 말을 던진 채 황급히 떠난 카메라맨과 기자 아저씨가 조금은 이상하긴 했지만 성열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네이년 검색어에 '무한남고 훈남', '이성열' 등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수놓을 생각만을 한 채 호원과 우현을 포함한 제 친구들과, 그리고 제 사랑 명수 형에게 9시 뉴스 닥본사는 필수라고 당부에 당부를 거듭하기까지 했다. 아, 그럼 니 얼굴이 전국 방방곳곳에 알려지는거야? 만인의 이성열이 되는거야? 네! 저는 이제 모든 소녀들의 로망이 되겠죠, 아잌, 쑥스러! 당일 밤 전화통화에서, 웃음기 섞인 명수의 목소리가 묘하게 으슥한 기운을 담고 있어 닭살이 오도도 돋았지만 당시에 인기에 눈이 멀어 뵈는게 없던 성열은 그냥 착각이려니 싶었다. 이런 안일한 생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 채.
시간은 벌써 9시 35분. 자신의 얼굴을 비출 생각 조차 안하는 TV 속 화면에 조금은 조급해진 성열이 발을 동동 굴렀다. 성열아, 너 나오는거 맞아? 성열의 아버지가 자신의 부인이 깎아온 사과를 한 입 베어물며 말했다. 이 때 요상하게도 단아한 의상을 차려입은 아나운서 누나가 전하는 자신과는 전혀 상관이 없어보이는 , 아니 그렇게 믿고 싶은 소식이 성열의 귀에 귀신 같이 꽂혀들어왔다. 다음 소식입니다. 우리는 일본 문화의 범람 속에서 살고 있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생활 곳곳에서는 그들의 문화에 관련된 것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와 맞물려 21세기에 새롭게 대두된 문화와 패션의 아이콘이라 손꼽히는 메트로섹슈얼, 즉 여자보다 예쁜 남자들 중에서도 이런 흐름에 선두주자로 뛰어든 사람들이 늘어나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김희철 기자가 '오타쿠'라고 불릴 정도로 이들의 문화에 심취되어있는 메트로섹슈얼들의 일상을 취재해보았습니다. 여기에 형 나오는거 아니에요? 마지막 남은 사과 한 조각을 포크로 찍은 대열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에이, 아니야. 난 오타쿠랑은 거리가 먼 사람인데? 성열은 내심 불안해오는 가슴을 달래며 애써 웃으며 말했다. 에이, see bird. 설마... 그 아저씨는 씹덕이고 뭐고라고 절대 말 안했는데. 게다가 난 인터뷰까지 잘했잖아. 아닐꺼야. 내가 오덕이 아닌건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데. 성열은 긴장감에 움직이지 않는 고개를 위아래로 겨우 끄덕거렸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망막에 비치는 텔레비젼 화면과 고막을 파고 들어오는 자신의 것으로 추정되는 목소리는 그 믿어 의심치 않던 하늘과 땅이 자신의 신뢰를 지구 내핵 속으로 패대기 쳤음을 잘 알려주고 있었다.
"예쁘다능. 얼굴에서 반짝반짝 빛이 난다능."
헐. 성종이 자신이 인터넷에서나 쓰던 용어를 드물게 육성으로 내뱉었다. 그 소리를 마지막으로 성열의 얼굴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듯 빠르게 화면을 스쳐지나가고 한참이나 시간이 지났는데도, 누구 하나 먼저 말을 꺼내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경악에 가까운 표정을 짓고 있을 뿐. 오, 주여! 무신론자인 성열이 살면서 처음으로 주님의 존재를 부르짖었다. [음, 평소에 예쁘다는, 얼굴에서 반짝반짝 빛이 난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라고 토씨 하나도 안틀리고 지껄이던 자신의 말소리는 앞뒤가 완벽히 편집이 되어있었다. 하마터면 성열 자신도 속을 정도로 오덕 말투를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구사하는 것 같이 들렸다. 아나, 시발! 미치고 팔짝 뛰겠네! 예쁘다능이라니! 얼굴에서 반짝반짝 빛이 난다능이라니! 존나 씹덕후 같잖아! 아니 이건, 씹덕후도 아니고 이십덕후, 이십덕후! 게다가 여장이라니! 여장이라니! 지금 이 시각 자신을 구성지게 비웃고 있을 제 친구들의 얼굴이 머릿속을 동동 떠다녔다. 예쁘다능. 얼굴에서 반짝반짝 빛이 난다능. 예쁘다능. 얼굴에서 반짝반짝 빛이 난다능. 예쁘다능. 얼굴에서 반짝반짝 빛이 난다능. 예쁘다능. 얼굴에서 반짝반짝 빛이 난다능. 성열은 진심으로 울고 싶어졌다. 게다가 이름과 학교, 얼굴까지 공개되었다니, 쾌지나 칭칭 나네! 나는 이제 망했구나. 에헤라디야, 내 인생은 망했어.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한강 다리가 어디지? 쿡, 확 뛰어내려버리게. 아니다, 두메산골로 전학을 가서 할아버지들과 방과후에 장기 두는 것을 삶의 낙으로 삼아볼까? 아니면, 무인도에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나가볼까? 아니야. 더 확실한건 이민이다. 성열은 지금 이 순간 진심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의 망명을 고려했다. 아니, 사실 어디든 숨을 수만 있다면 남극에서 펭귄들이랑 동거동락이라도 하던지 아니면 평생 만날 일 없는 세종과학기지 사람들과 친분이라도 쌓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 사과 더 깎아줄까? 그 순간, 성열의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영원할 것만 같던 정적을 깼고 성종이 왠일인지 꼴에 형을 위로한답시고 말을 붙였다. 형, 괜찮아요. 저는 형이 오타쿠 아닌거 누구보다 잘알고 있잖아요. 진실은 결국 거짓을 이길거에요. 진실의 종아, 울려라! 그 말을 들은 성열은 지금 딱 죽고 싶어졌다.
아, 시발. 오타쿠라니! 내가 오타쿠라니! 나는 만화라고는 원피스 밖에 본 적이 없다고! 이 빌어먹을 세상아, 조.. 조까! 삶에 의욕을 잃은 채 방문을 걸어잠그고 들어간 성열이 거실 소파 한 켠에 놓고 간 핸드폰은 물 밀듯이 도착하는 카톡 메세지 때문에 쉴새 없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무한남고의 해맑은 저격수에서 그냥 세상에 불만이 많은 오타쿠로 전락해버린 성열이 미처 확인하지 못한 카톡 메세지들은 이러했다.
[성격파탄김성규 : 미친 놈. 내 이럴 줄 알았다.]
[둔감증옮으니까가까이오지마 : 예쁘다능! 얼굴에서 반짝반짝 빛이 난다능! 카...카와이한 우리 여리쨔응, 오늘도 너무 스..스고이 했다랄까 [탕-.] 혼또니 세쿠시한 모습에 현쨩은 코피를 쏟... [각혈;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는 개뿔ㅋㅋㅋㅋㅋㅋㅋ오덕 새끼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걍 이참에 머리 깎고 절로 들어가라.]
[미운정콤비호애기 : 야, 대박. 너 지금 실시간 검색어 1위야. 존낰ㅋㅋㅋ 무한남고 여장덕후ㅋㅋ랜ㅋㅋ닼ㅋㅋㅋ 2위가 뭔줄 암? ㅋㅋㅋㅋㅋㅋㅋ 여장변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거 둘다 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2012년 최고의 유머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형아♡ : 여장하고 나온다고는 얘기 안했잖아.] [우리형아♡ : 뭐야. 너 지금 검색어에 올랐어.] [우리형아♡ :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설명해.] [우리형아♡ : 지금 전화 걸테니까 당장 받아.] [우리형아♡ : 전화 왜 안받아?] [우리형아♡ : 전화 왜 안받냐고.] [우리형아♡ : 다시 건다.] [우리형아♡ : 빨리 받아.] [우리형아♡ : 너 지금 누구랑 있어.] [우리형아♡ : 누구랑 같이 있냐고.] [우리형아♡ : 지금 뭐하는데 말이 없어.] [우리형아♡ : 설마 내 말 일부러 안보는거야?] [우리형아♡ : 답장 왜 안해?] [우리형아♡ : 10초 안에 답장해.] [우리형아♡ : 10초 안에 하랬지, 내가.] [우리형아♡ : 성열아, 형 화났다.] [우리형아♡ : 성열아.] [우리형아♡ : 이성열.] [우리형아♡ : 야.] [우리형아♡ : 혼날래?] [우리형아♡ : 내일 보자.]
방 안에 틀어박힌 채 세상과의 교류를 스스로 근절시킨 성열은 아무것도 몰랐다. 자신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고등학교 졸업 이후 오랜 시간 잠들어있던 집착명수를 제대로 발동시켰다는 것을. 이것은 돌이킬 수 없는 발걸음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알던 잘생긴 명느님이 그냥 커피였다면, 이제부터 알게 될 집념의 사나이 김명수는 티오피라는 것을. 지난 번 뭣도 모른 채 인생을 저당 잡힌 성열은 이렇게 스스로 신체 포기 각서를 작성하고 도장, 싸인에 코팅까지 해버렸다. 이를 어찌하면 좋나, 이 불쌍한 무한남고 여장덕후의 운명을.
+이번 편에 삽입된 오덕 일화는 제가 다니던 학교의 옆학교 학생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여장 대회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오타쿠로 오해 받은건 비슷했었어요 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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